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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특위와 친일파 청산

이승만의 방해, 진보와 보수 

by 온기철 James Ohn  Oct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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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적은 당연히 일본이었다. 적에게 협조한 사람들은 반역자이다. 투옥과 사형은 그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벌이었다. 그러나 적은 사라졌는 데 우리 민족은 적과 협조한 사람들을 처벌할 권리를 가질 수가 없었다. 일본이라는 지배자 대신에 미국이 지배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새 지배자는 옛 지배자 시대가 중용했던 인재들을 버리지 않고 다시 기용했다. 일제 때의 경력이 미군정에게는 장점으로 보였고 한국사람들에게는 역적질로 보였다. 친일파는 민족의 적이었다. 그러나 미군정은 한국사람들에게 또 다른 종류의 적을 만들어 주었다. 공산주의자이다. 남한 땅에서 공산주의자는 민족의 적이었다. 반공을 주장하는 사람은 애국자이고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역적이었다. 공산주의자와 친일파는 역적이요 반공은 애국이었다. 

 

미군정이 트루만 독트린 발표 이후 남한에서 공산주의를 인정하지 않게 되자,  한국(미군정) 경찰은 공산주의자 색출에 열을 올렸다. 한국 경찰의 주도권은 일본 경찰이었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친일파라는 딱지는 커다란 약점이었다. 이 약점을 극복할 기회는 반공을 열심히 하여 미군정에 충성하는 길 밖에 없었다. 반공이 사는 길이었다. 항일은 옳은 길이고 반공은 살길이라는 전통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일생을 일본에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해온 독립운동가들 중에는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친일파 청산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청산의 대상이 된 친일파 경찰들의 손에는 반공이라는 무기가 쥐어졌다.  

 

1946년 12월 미군정은 남조선 과도 입법위원을 구성하게 했다. 민주주의 제도를 점차적으로 한국사람들에게 훈련시키기 위해서였다. 민선 45명과 관선 45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민족의 과제인 친일파 청산을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1947년 7월 2일 친일파 청산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안이 효력을 발생하려면 미군정장관의 인준을 받아야 했다. 물론 미군정은 이 법안을 인준하지 않았다. 미군정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을 잘라야 하는 법안을 받아 들일 리가 없었다. 옛 지배자의 공복이었던 친일파 인사들은 새 지배자 밑에서 그들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1948년 5월 10일 남한만의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고 7월 17일에 헌법이 제정되었다. 3년 동안 참아 왔던 친일파 청산을 해야 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1조는 민족반역자 처벌 특별법 제정을 명기했다. 민족의 염원이었다. 1948년 9월 22일, 특별법이 제정되고 10월 12일에 반민족 행위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거물급들은 중앙 조사위원회에서 진행하고 각 지방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친일파를 색출하고 고발하는 거국적인 사업이었다. 조사위원회 안에 검찰, 경찰, 재판부까지 조직되었다. 독립운동가들 사이에 돌아다니는 친일파 명단이  있었기 때문에 처벌 대상은 항간에 알여진 사실이었다. 방방곡곡에 투서 함이 마련되고 시민들의 고발을 접수했다. 친일파에게 당한 자신의 경험담이 적힌 편지는 투서함을 가득 매웠다. 

 

이승만의 권력은 친일파들이 바쳐주고 있었다. 친일파 청산은 그의 정치세력의 제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친일파 청산을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국민여론을 의식한 그는 특별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1948년 8월 23일, "민족 처단을 주장하는 자들은 공산주의자"라는 요지의 전단이 살포되었다. 재헌 국회에서 한창 반민 특별법이 논의되고 있던 시기였다. 9월 23일에는 친일 언론인 이종형이 주최하고  내무장관이 승인한 반공 구국 총궐기 및 정권 이양 축하 국민대회가 서울운동장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 사람들을 오게 하기 위해서 경찰과 동 회장들은 가가호호 방문하여 "대회에 나오지 않으면 좌익이다. 배급 통장을 빼았겠다"라고 협박했다.  이승만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전단의 내용과 비슷한 축사를 했다. 친일파 청산을 주장하는 인사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반격하려는 친일파 기득권 세력의 음모였다. 한국 보수가 반대파에게 빨갱이 누명을 씨 우는 전통의 시작이었다. 

 

1949년 1월 5일, 반민특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1월 9일 화신백화점 사장 박흥식 체포를 시작으로, 대동신문 대표 이종형, 경성방직 사장 김연수(김성수 동생), 최남선과 이광수 등이 줄줄이 체포되었다. 

 

반민특위는 친일경력을 가지고 있는 경찰의 위기였다. 일제강점기에 보안과장 까지 지낸 악질 형사 노덕술은 박흥식, 이종형과 모의하여 반민특위를 위해서 앞장섰던 국회의원 15인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우익 백색 테러리스트였던 백민태를 고용하기로 했다. 그는 중국에서 임시정부를 도와 요인 암살과 주요 건물 폭파 등에 앞장섰던 인물이었다. 살인자 명단에 중국에서 같이 독립운동을 하던 인사들이 많이 있어서 그는 망서 렸다. 이들을 경찰이 38선 근처로 대려 오면 백민태가 그 곳에서 사살하기로 했다.  그들이 월북하려는 순간에 모두 사살했다고 보도할 계획이었다.  백민태는 결국 이 음모를 폭로했고 그로 인해서 1월 24일 노덕술이 체포되었다. 

 

이승만은 노덕술을 석방하라고 반민특위를 압박했다. "노덕술은 빨갱이 잡는 기술자이다. 빨갱이 잡이를 잡아들인 자들은 빨갱이이다"라는 논리였다. 미군정하에서 경찰청장 장택상의 심복이 된 노덕술은 여운형 암살을 비롯 한 굵직굵직한 사건 수사에 공을 세워 군정과 이승만의 신임을 받았다. 따라서 경찰 내의 그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1949년 5월 20일 검찰은 국회의원 이문원, 이구수, 최태규를 체포했다. 혐의는 이들이 북조선이 국회에 심어 놓은  스파이라는 것이었다. 6월 20일에는 국회부의장 김약수를 비롯하여 국회의원 11명이 같은 죄목으로 구속되었다.  백민태를 시켜서 사살하려던 사람들이 모두 누명을 쓴 것으로 추정해 본다.  이들은 외국군(미군과 소련군) 철수를 주장했고 남북협상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들이 북조선이 심어놓은 간첩은 아니었다. 고등법원에서 항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사건은 종료되었다. 인민군이 들어와서 이들은 석방되었고 대부분이 월북했다. 이를 국회 프락치 사건이라고 한다. 

 

이승만은 반민족 특위 위원장 김상덕을 그의 자택으로 몸소 찾아갔다. 좀 봐주어 가면서 반민 특위 활동을 하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잘해주면 장관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이승만의 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 프락치 사건을 주도했던 최운하 시경 사찰 과장은 관제 반공시위를 총지휘했다. 시위대는 "공산당과 싸운 애국지사를 잡아간 반민특위 조사 위원들은 빨갱이이다." "반민특위 안에 있는 공산분자를 먼저 숙청하라."

고 외쳤다. 반민특위는 최운하를 체포했다.

 

1949년 6월 6일, 경찰은 반민특위 본부를 습격했다. 반민특위 요원을 모조리 체포하고 무기와 서류를 남김없이 압수했다. 이로서 반민특위는 완전히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민족의 염원이었던 친일파 청산은 이렇게 해서 무산되었다. 

 

국회 프락치 사건이 일어난 지 6일 만인 1949년 6월 26일 김구가 암살되었다. 그는 남과 북에서 외국군대 철수와 남북협상으로 통일정부 구성을 주장했다. 국회 프락치 사건에 관련된 국회의원들과 똑같은 주장을 했었다. 극우 민족주의 노선의 종말이었다. 친미 반공 우파에게 완전히 패배했다. 그러나 상해 임시정부에 그 뿌리를 둔 우파 민족 주주의 노선은 남한에서 진보라는 탈을 쓰고 살아남았다. 친미 반공 우파는 보수라는 가면을 쓰고 남한의 기득권 층이 되었다. 

 

1949년 6월 29일, 미군이 남한에서 철수 했다. 김구가 암살된 지 사흘 후이다. 남은 것은 500명의 미군 고문관이었다. 대한민국 국군은 결찰 경비대 수준이었다. 북에서는 소련군이 들어오면서 친일파 청산을 하고 공산주의 국가 건설이 빠른 속도로 딘행 되었다. 남쪽과는 달리 소련은 북조선에게 군사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한반도에 하나의 정부를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제공해 주었다. 남북 힘의 균형은 북이 훨씬 유리 한 상황이었다. 폭풍 전야였다. 

 

김구 암살의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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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6월 26일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는 경교장에서 자신의 당이었던 한독당원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현장에서 체포되어 무기수로 복역하다가 15년으로 감형되었다. 일 년 후에 6.25가 발발하자 이승만은  그를 석방하여 군에 복귀시킨다. 겨우 3년 만에 소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하고 전후에 예편하여 군납업자가 된다. 음식을 군에 납품한 그는 납세급액 5위가 될 정도로 부를 누렸다. 5.16 후에 정부는 그를 냉대했고, 1961년에 진상조사위원회가 그를 고발했으나 공소시효 만료로 유야무야 되었다. 1996년에 박기서가 그를 추적한 끝에 정의봉이라고 불리는 몽둥이로 가격하여 사망했다. 안두희의 배후로는 장택상, 김창룡, 이승만, 백의사와 미국이 거론되었다.  

2001년에 방선주 교수와 정병준 박사는 CIC 장교 George E. Cilley 소령이 상부에 보낸 보고서에서 안두희가 CIC요원이고 백의사 단원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발표했다. 염동진이 보스로 되어 있는 백의사는 우익 테러 단체로 김일성 암살 시도를 비롯하여 해방 후 많은 중요 정객 암살사건에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는 미 육군 방첩대(CIC)가 어떻게 백의사와 연계하여 김구 암살에 관여했는 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 미군정과 김구의 관계를 추적해 보면 미국이 김구를 제거할만한 정황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신익희가 백의사를 조직했다고 하고 있고 신익희는 김구를 추종했다. 말하자면 김구와 신익희는 염동진의 보이지 않는 보스였다고 할 수 있다.  CIC가 염동진을 설득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 alt.politics.korea, Young Kim; Kim Gu's Assassin, Ahn Doo Whi, was an American Agent).  

온기철 James Ohn  은퇴 의사

온기철의 브런치 (브런취북 #8) 입니다. 역사를 주제로 한 수필을 쓰고 있습니다. 본직은 의사이고 취미는 골프와

역사 공부입니다. 지루한 역사를 재미있게 이해시키기위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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