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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오래 산 외국인이 보는 이 바보 같은 한국인들 !

조선일보 기사 전재합니다.

[최보식이 만난 사람] "촛불 집회 비판이 아니라… 한국의 '허약한 法治'무너뜨릴까 걱정"

입력 : 2017.01.16 03:04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분노한 神이다'… 마이클 브린 前 외신기자클럽 회장] 

"民心이 야수처럼 돌변하면 정부나 사법기관도 눈치…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

"'대통령의 혐의가 없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 해도 
나는 탄핵될 것으로 본다… 민심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뒤,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분노한 신이다(In Korean democracy the people are a wrathful god)'라는 글이 게재됐다.

'한국에서는 군중의 감정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강력한 야수로 돌변해 법치(legal system)를 붕괴시킨다. 한국인은 이를 '민심(public sentiment)'이라고 부른다. 민주주의의 한국적 개념은 국민을 맨 위에 놓는다. 법치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에서 살던 사람들은 이런 개념을 실제 유효한 것으로 체험하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기고자는 주한외신기자클럽 회장을 지낸 영국인 마이클 브린씨다. 35년 동안 한국에 거주해온 그는 현재 홍보회사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 대표로 있다. 부인은 한국인이다.
 

마이클 브린씨는 “탄핵 중대 사유로 ‘세월호 사고’를 따지는 건 내게는 좀 이상하게 보였다”고 말했다.마이클 브린씨는 “탄핵 중대 사유로 ‘세월호 사고’를 따지는 건 내게는 좀 이상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촛불 집회에 직접 나가본 적이 있나?

"내가 서울 통의동에 산다. 촛불 집회 한복판에 있는 셈이다. 토요일마다 집에 있어도 소리가 들린다."

―한국인이 신성시하는 '촛불'을 비판적으로 건드려도 되나?

"예민한 문제라는 걸 안다. 나 같은 외국인의 이런 관점에 동의하는 이들도 있었다. 촛불 집회 자체를 비판한 게 아니라, 한국의 허약한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것이다."

―'야수처럼 돌변할 경우 법 제도가 붕괴된다'고 했나?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민심'의 분출을 그렇게 비유했다. 민심이 너무 강해 때로는 법 제도를 붕괴시키는 것 같다. 이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영국에 사는 내 딸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했는데, 촛불 집회를 보고는 '왜 영국에서는 이렇게 집회를 할 수 없었을까?' 하고 물었다."

―당신은 '민심이 법 제도보다 위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했는데?

"법이 공정하고 민주적이면, 민심은 그 법의 통제에 놓여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법이 권력자에 의해 이용됐기 때문인지, 그런 불신이 남아있기 때문인지 여전히 민심이 법 위에 있는 것 같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군중집회가 '소통'의 수단이지, 막강한 힘을 행사해 법 제도를 지배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

―민심은 대다수 국민의 뜻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민심에 따라가면 소수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정부나 입법·사법기관 등도 민심에 반한 결정을 할 수 없다. 소수나 약자가 법에 의해 정상적으로 보호받기가 어렵다. 민심의 부정적 사례로 독일의 '나치즘'을 말하지만, 물론 외신기자들은 한국 상황을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장 1조 2절)"고 외치는데?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란 헌법에 상징적으로 존재할 뿐, 그 국가를 직접 운영하는 실체는 아니다. 국가는 국민이 뽑은 대표자와 임명 공직자들, 공정한 법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광장 민주주의'야말로 국민의 의사가 적극 반영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본질에 더 다가선 것이 아닌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민심은 시간이 흐르면 바뀔 수 있다. 항상 옳은 게 아니다. 예수도 민심에 의해 십자가에 매달렸다. 지금처럼 복잡하고 전문화된 사회에서는 민심으로만 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도자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만, 국가 운영을 위해 민심의 요구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공정한 원칙과 법 제도가 민심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대부분 민주국가에서는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인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뜻에 반하고, 헌법을 지키지 않는 권력자에 대해 물러나게 하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박 대통령이 정말 나쁘다면 그에게 책임을 묻고 교체하는 게 민주주의다. 다만 법을 준수하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가 사법적으로 무죄라면 어떻게 되나. 유독 한국에서는 법 제도가 민심에 지배되고 있다."

―왜 한국에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나?

"글쎄, 역사적으로 한국 민주주의는 대규모 군중집회로 쟁취됐다. 그런 전통 때문인지 갓난아기가 엄마에게 젖 달라고 떼쓰듯이 무언가를 원하면 집회를 택한다. 국민은 집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강한 것 같다. 조직 동원 능력도 몹시 뛰어나다. 집회 현장을 다녀보면 자원봉사자도 많고 여러 그룹이 참여하고 연예인 공연이 이뤄지고, 잘 조직화된 것 같다."

―민심의 분출에 의한 법 제도의 붕괴를 우려한다면, 튀니지에서 국민이 들고일어난 '재스민 혁명(2010~2011년)'은 어떻게 보나?

"그 '아랍의 봄'은 지금 한국의 경우와는 다르다. 오히려 1987년 직선제 개헌 시위와 비교된다. 당시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군중은 군부 대통령의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외쳤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리더십 스타일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최태민 딸'에게 위임한 것은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이므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최보식 선임기자와 마이클 브린 前 외신기자클럽 회장 사진

―민심의 이런 요구는 정당하지 않은가?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워터게이트 사건의 경우 조사 기간이 2년 걸렸다. 한국에서는 국회의 탄핵안소추까지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 국회가 민심의 압박에 못 이긴 것이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검찰 수사 발표가 있은 뒤 이뤄졌다. 나름대로 절차를 거쳤다고 보는데?

"검찰 발표에만 의존해 탄핵소추를 한 것은 공정하지 않았다. 이는 검찰의 의견일 뿐 법원에서 범죄가 확정된 게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충분히 방어 기회를 갖지 못했다. 탄핵소추를 강행한 것은 대통령 지지율이 5%였기 때문이다. 민심이 돌아섰다고 본 것이다."

―검찰의 조사 요구에도 박 대통령이 응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이라면 용인될까?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해 국민의 궁금증에 답할 의무가 있다. 청와대 안에서 숨은 듯한 인상을 주거나, 언론 인터뷰로만 해서는 안 된다. 특검 조사에는 응하지 않을까. 미국의 경우 클린턴 대통령은 특검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도 촛불 집회가 한국의 법 제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보나?

"대규모 집회가 계속됐는데도 폭력과 불상사가 거의 없었다. 촛불 집회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개선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우려하는 것은 민심이 특검 조사와 헌법재판에 가하는 압력이다. 외신기자들 사이에는 박 대통령의 유·무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지만, 계속되는 촛불 집회에 대해서는 '국회 탄핵안이 통과됐는데 왜 아직 데모하고 있지?'라고 의아해한다."

―한국에 오래 살았다 해도 외국인으로는, 박 대통령이 사이비종교(heresy)와 관련 있는 '최태민 딸'을 국정에 개입시킨 사실이 드러났을 때 한국인이 얼마나 쇼크받았는지 실감을 못 할 텐데?

"한국인의 감정을 이해한다. '박근혜는 청와대가 아닌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말도 듣고 있다. 17대 대선 이명박 후보와의 경선 때 이미 최태민 관련 소문을 들었다.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는 꽤 오랫동안 이 사안을 다뤘는데, 오히려 한국 언론에서는 금세 사라졌던 걸로 기억한다."

―미국·영국의 국가 통치자 경우 이런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측근이 비선 실세로 밝혀진다면 어떻게 되는가?

"글쎄, 영국 총리의 보좌관이 소수 종교라는 이유로 사임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는 종교 자유가 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캠프에서 무당 굿을 했지만 받아들여졌다. 이번 사태는 재벌에게 돈 받은 부패와 권력 남용 때문이지, 종교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당신은 이를 '한국 대통령들에게 전형적으로 일어났던 부패 스캔들'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최태민 딸'이 개입된 이번 경우는 그런 부패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흠이 될지 모르나, 법적 측면에서 보면 중요하지 않다. 만약에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사라져 '최태민 교회'에서 예배했다면 전혀 다른 문제이겠지만. 최순실은 '최태민교'의 계승자도, 그 종교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현재 그 종교로 박근혜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7시간 의혹'도 중대한 탄핵 사유로 들어 있는데?

"내가 볼 때도 그는 좋은 대통령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심각하게 따지는 것이 내게는 좀 이상하게 보였다. 지금 같은 복잡한 사회에서 '세월호 사고'는 전문적인 구조 시스템에 맡겨야 한다. 노란 재킷을 입은 대통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는 구조에서는 아마추어다. 며칠 전 인부 두 명이 숨진 서울 종로의 공사장 붕괴 사고 때 '박원순 시장은 어디 있었나. 그는 구조하지 않고 지방에 있었다'는 식의 대통령 지지자들의 조크를 읽었다."

―탄핵심판의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탄핵될 것으로 본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혐의가 없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 해도 기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탄핵 민심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대통령의 혐의가 분명치 않고 그만한 사유가 안 된다고 기각하면 날마다 군중이 광화문으로 쏟아져나올 것이다."

―당신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도 반대했다. '대통령 탄핵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는데?

"당시 탄핵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봐주지 않겠다는 데서 출발했다. 동기가 불순하고 탄핵 사유도 안 됐다. 이번 박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 여당도 지지할 만큼 탄핵 사유가 훨씬 더 심각해 보인다."

―한국인에게서 가장 이해 안 되는 부분은?

"감정에 너무 지배되는 것 같다. 다른 부서와 조직의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서로 소통이나 협력을 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신에게는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보다 나은 삶' '보다 나은 .'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분투한다."

―한국 생활 35년이나 됐는데, 한국어를 못하는 이유는?

"기자 시절에는 너무 바빠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고, 지금 아내는 영어를 잘해 내가 한국말을 띄엄띄엄하면 짜증 내 쓸 수가 없다."

―고향 스코틀랜드보다 살기가 어떤가?

"그곳도 좋지만 한국은 다이내믹해 좋다. 촛불 집회도 한국만의 역동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5/20170115014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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