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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클래식이여 안녕!

2012.01.24 16:23

김창현#70 Views:11863




<클래식이여 안녕!> 


  편력이라고 할 것도 없지마는, 나의 음악 편력은 트롯트에서 시작되어 트롯트에서 끝났다.

  내고향 진주는 이태리 쏘렌토처럼 낭만적인 곳이다. 어릴 때 안개 낀 남강에 나가면, 남인수의 <추억의 소야곡>, <애수의 소야곡>, <가거라 삼팔선>, <산유화>, <무너진 사랑탑>, <울며 헤진 부산항> 같은 노래, 이봉조의 <밤안개>, <무인도>, <떠날 때는 말없이>, <보고싶은 얼굴> 같은 노래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가히 '가요계의 황제' 남인수와 '섹스폰의 대가' 이봉조 고향다웠다. 청년들은, '남인수는 고음의 바이브레이션 처리가 한국 최고라느니', '남성 중 가장 아름다운 미성이라느니', 촌평을 해가며 밤거리에서 남인수 모창의 유행가를 부르고 다녔다. 달밝은 밤이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남강변 서장대나 진주의 진산인 비봉산에 올라가 쎅스폰으로 <밤 안개>를 이봉조처럼 멋지게 불곤했다. 밤에 학교운동장에서 콩클대회가 열리면 청춘 남녀들이 구름처럼 운집하여 성황을 이뤘다. 샹레모가 깐소네와 샹숑의 본고장이라면, 진주는 트릇트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접한 최초의 음악은 자동으로 트릇트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중.고등학교 다니던 그 시절에 나온 트릇트를 거의 다 외울 수 있었다. 그러나 남이 보는 데서는 부르지 않았다. 내가 주로 부른 곡은 외국 노래였다. 혀 꼬부라진 그 원어 가사는, 영어는 대략 뜻이라도 알지만, 독어, 불어,이태리어는 어찌 뜻을 알겠는가. 그냥 앵무새마냥 소리만 냈다. 그 당시가 국산은 모두 천시되고, 외국 것이 돋보이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국산 영화는 체류탄 영화, 신파극으로 간주되었다. 음악도 그러했다. 무조건 다 '뽕짝'이라 불렀다.

 외국노래는 주로 외국영화에 묻어온 것이다. <하이눈>, <자이안트>, , <자니키타>, <쎄인>, <9월이 오면>, <가방을 든 여인>, <피서지에서 생긴 일>, <돌아오지 않는 강>, <금발의 제니>, <모정>같은 영화다. 거기에는 <게리쿠퍼>, <제임스 딘>, <카크 다그라스>, <버트랑 카스트>, <조안크리프트>, <아란랏드>, <지나롤로부리지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산드라 디>, <마릴린 몬로>, <제니퍼 존스>같은 세기의 연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들은 감수성 예민한 전원도시 소년의 감성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이런 노래를 진주의 산과 강에, 혹은 노는 시간 교단 위에 올라가선 친구들 귀에, 수없이 들려주며 성장했다. 여기까지는 음악 점수 비교적 잘 나온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서울 와서 상황이 싹 달라졌다. 당시 종로 2가에 <디 세네>, <뉴월드>란 두 음악실이 있었다. 거기서 클래식을 만난 것이다. 처음 , , ,  같은 팝송이 나올 때는 '이런 정도야 나도 할 수 있다.'고 제법 부르곤 했다. 그러나 곧 깨달은 것은 내가 클래식에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알만한 클래식도 있었다. 요한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빈 숲속의 이야기>, 슈벨트의 <보리수>, <들장미>, 이바노비치의 <도나우의 잔물결>,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 바흐의 , 멘델스죤의 <노래의 날개 위에> 같은 곡이다. 이런 곡은  충분히 젊잖고 아름다운 곡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빤짝 눈을 뜨고 아는 체 했다. 그러나 나의 눈을 완전히 감게하고, 실망의 심연 속으로 깊이 빠지게 하는, 사래치도록 골치 아픈 곡이 너무나 많았다. 모차르트 <협주곡 21번 2악장>,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쇼팽의 <발라드 제1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 제1악장>,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조곡 2번>, 멘델스죤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 차이콥스키 <바이얼린 콘첼트 1악장>. 이런 곡은 우선 제목부터가 무슨 암호 같았다. 완전히 나를 멀미나게 했다. 가사도 없고, 가수도 없는 곡이었다. 무료하게 길기만 한 곡이었다. 나는 도대채 이 곡이 어디가 좋은지 옆사람에게 따지고싶은 충동을 항상 금치 못하였다. 그 유명하다는 베토벤의 <운명>도 마찬가지 였다. 따따따땅! 도입부 첫장면만 안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미식축구 서울 출신 선배 중에 간혹 이런 곡이 나오면 눈을 지긋이 감고, 두 손은 마치 자기가 악단 단장인양 지휘봉이라도 흔들듯 흔들며 감상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클래식만 나오면 유식해져 버렸다. 나는 클래식만 나오면 벙어리 냉가슴 되고 말았다. 그래 큰 맘 먹고 학교 클래식 해설하는 강좌에 몇달 개근해 보았다. 거기서 안 것은 클래식은 13세기 성가가 있고, 바록코음악이 있고, 아리아, 메뉴엩, 오페라가 있다는 정도였다. 대중음악인 이태리 칸소네, 프랑스 샹숑, 스페인 후라멩코, 라틴음악은 고맙게도 처음부터 정이 가더란 정도였다. 야속한 놈은 끝내 야속한 놈이었다. 모차르트 <협주곡 21번 2악장>은 끝내 손이 닫지 않는 신기루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에라 이딴 놈의 오선지의 콩나물 대가리들 그만 두면 될 게 아닌가. 못배웠다고 내가 무슨 탈 나냐? 이쯤에서 끝내자.' 확실하게 선을 긋고 결별했다.

 그 후에 나는 깨달았다. 나는 산자수명한 고장에서 자랐다. 거긴 삐리릭 휘리릭 억지로 사람이 악기로 소리내는 클래식 보다 더 맑고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가 수없이 많았다. 개울 물소리, 소나기 소리, 파초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벼락치는 소리, 폭풍우 소리, 쓰르라미 소리, 여치 소리, 숲속의 새소리, 겨울 바람소리, 남강 얼음이 쨍쨍 갈라지는 소리. 이런 소리야말로 가장 완벽한 자연의 음향이 아니던가! 자연 속의 모든 것은 다 소리 내는 악기였다. 그 너무나 신선하고 완벽한 자연의 원본 음향만 귀에 익은 나였다. 그래 자연 모방한 서양 악기 소리는 감흥 없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었다고, 나는 결론지었다. 

 장년에 접어들어 나는 간혹 직장 후배들과 회식을 가졌다. 젊은 사람은 랩이니 소울이니 하는 것을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 그건 나에겐 강 건너 등불이었다. 클래식 비슷하였다. 나는 옛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애수의 소야곡>, <해운대 엘레지>, <명동 불루스>, <돌아가는 삼각지>, <장미빛 스카프>를. 그런데 간혹 후배들이 그 노래가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 애창곡이었다며 반가워하는 경우가 있었다. 샹숑처럼 감칠맛 있다는 말도 들었다. 샹숑도 대중가요라 서로 통하는 구석이 있구나 싶었다. 그 뒤론 아주 이걸로 십팔번을 삼아버렸다. 옛말에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 세대란 30년을 일컳는다. 30년 지나면 지금 세대도 구세대 되는 것이다. 궂이 자기 세대를 버릴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나는, 가장 어릴 때 들은 트롯트에로의 먼 회귀의 길 돌아선 것이다. 김치 된장맛 제대로 찾은 것이다. 팝송을 거치긴 했지만, 트롯트에서 시작하여, 트롯트로 복귀하였다. 그간 짝사랑한 서양 고전음악에 대하여, <클래식이여 안녕!> 홀가분히 작별인사 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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