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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이방인

2011.11.24 19:05

노영일*68 Views:5338



이 방 인


아래층 아내의 화실벽에 걸린 몇개 않남은 내 그림들이 새삼스레 눈길을 끌었다.

가만히 손꼽아 헤어 보니 내가 이 그림을 그린지도 벌써 반세기가 지났다.
마치 타임캡슐을 열어 보는 기분이다.

인생은 따뜻한 봄날 졸다가 잠깐 꾼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던가. 문틈사이로 흰망아지가 뛰어가는것을 언뜻 본것 같다고도 하였던가.

반백년이 정말로 눈 깜작할 사이의 일이었다. 시간이 화살보다도 빠르다.



자화상 : 제2회 서울의대 미전 (1963) 국립도서관화랑


다섯살 미만의 올망졸망한 4남매를 데리고, 도약을위한 모든 필요충분 조건이 갖추어진 상황에서 그야말로 모든것을 다 버리고 미국으로 이민왔다.

지난날의 모든것을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그런 것이었다.

어려운 시간들도 부지기수였고, 왜 내가 미국에 와서 이 고생을 하나 후회 한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경주말처럼 옆눈가리개를 쓰고 앞만 보고 달렸다.

이민후 처음 10년간은 꿈을 꾸어도 무대는 아직 한국이고 꿈속에서도 내가 한국에 있어야하나 미국에 있어야하나 혼동 되더니 이제는 한국을 무대로하는 꿈은 전혀 꾸지 않으니 내가 정말 미국 사람이 되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직장을 떠나 사생활에 나오면 아직도 나는 별수 없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한국 사람끼리 모여야 편안하고 감정소통도 잘된다.

미국사람 파티에 가보면 재미도 없고 할말도 별로 없다. 미국인 교회에도 가봤지만 겉으로는 친절하면서도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게 되고 거북하여 발길이 내치지 않는다.

서로 질투하고 까십하고 다투는 한이 있더라도 한인사회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신문을 보고, 한국 방송극을 본다. 골프도 한국사람들과 쳐야 마음이 편하고 재미도 있다.

미국사람들은 나를보고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묻는경우가 많다. 중국사람이냐? 일본사람이냐?

어쩌다 한국사람이 무슨 잘못을하면 너희나라에 돌아가라고 한다.

여기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우리는 한국인이요 이방인이다.



고향 : 제2회 서울의대 미전 (1963) 국립도서관화랑


미국온지 30년 만에 처음 한국에 나갔었다.

강남은 생전 처음보는 도시였다. 미국이나 유럽의 어느 대도시나 다를바가 없었다. 이곳이 서울인가? 마치 신기루를 보는것 같았다.

다만 거리거리마다 하나같이 같은 피부색, 검은머리, 검은눈을한 나와 똑같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는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호기심에 내가 어릴때 살던 돈암동집을 찾아갔다. 강북은 그런대로 옛날 건물도 더러 그대로 있고 하여 내가 살던집을 어렵지않게 찾을수 있었다.

다만 내가 살던집, 내가 뛰놀던 골목길들이 내 머리속에 찍혀져 있던 사진보다 1/3정도로 축소되어 있는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인간의 착각이란 참으로 간사한 것이다.

택시기사는 몇마디 말이 오가고 나서는 “미국에서 오셨군요” 하고 금방 알아본다. 나는 틀림없이 표준 한국말을 한다고 자부하는데 내가 쓰는 말은 40년전 말이요 무언가 다른데가 있는 모양이다.

산천도 변하듯 말도 변한다. 젊은 사람들, 특히 젊은 여자들의 말은 억양부터 많이 달라졌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도 꽤 있다. 미국에서 들어보지도 못한 한국제 영어단어들도 많다.

여러가지 생활습성도 많이 달라졌다.

나는 이제 진짜 한국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사람들은 미국 교민들을 같은 한국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국 비데오나 영화를 보면 흔히 미국교민들을 현실도피자, 도망자, 파렴치한, 사기꾼등으로 묘사하고있다. 심지어는 비아냥거리고 배타적인경우도 있다.

여기서도 나는 이방인이다.

나는 미국사람들은 한국사람이라하고, 한국사람들은 미국사람이라 하는 영원한 이방인인가?



시카고에서 노 영일 올림..



Photo & Text by Y. RO, November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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