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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4, 의예과 합격자 발표

대학입시를 위한 학원 등록, 아버지는 피난살이에 어려우셔도 공부시키시는 열은 대단하여 나에게 진학에 대하여 불편을 주지 않으셨다.

대신동에 있는 학원에 다녔다. 낙동강을 끼고 그 남쪽은 한번도 인민군 점령으로 피난등 동요는 없었던 곳이므로 전시이기는 하나 부산시내의 이 학원도 어느 정도 안정된 환경에서의 입시 준비 강의를 해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며칠 안되어 고교친구 맹시선을 만나게 되어 시선 집에서 보름 정도의 기간동안 함께 기거하며 대학 시험 준비를 하였다. 시선은 아버님께서 당시 피난 내려온 서울의 모 남자고등학교 교장으로 계시어 학교 관사인 한옥이었던(개량한옥?) 기억인데 집 한 채를 쓰고 계셨다. 시선은 집중력도 대단하고 암기력도 비상하여 공부의 진도가 빠르다. 나는 하는 수없이 그 뒤를 쫓아가기 바빴다. 특히 국사 등 암기과목이 그러하였다.

드디어 시험날, 머리에 있는 것 없는 것 전력을 자아내어 답안지위에 펜을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시험이란 답안지를 대하면 죽을 기를 썼듯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부교사가 광복동거리 근처에 있었는데 그 교사 울타리 담에 커다란 글씨로 먹으로 쓴 번호들이 쓰여진 모조지는,  이 빠진 번호를 제법 보이면서 360번까지 펴진 것이 잠깐 멈춘다. 시선은 360번, 확실히 합격이다. 다음 나는!? 심장의 고동을 심하게 느낀다. 나란히 361번. 좋다기보다는 안도감에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120명이 발표된 것이다.


그 때 -5, 의예과

'서울대하교 문리과대학 의예과부'에 입학하였다.
첫번 강의 받은 장소는 송도(부산)해수욕장의 탈의장이었는데
제법 넓은 곳에 마루바닥에 앉아 아주 낮은 나무토막에 강의 교재를 얹어놓을 수 있었다.

외부 강사들도 혹 오셨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문리과대학의 교수님들이 오신 듯하다.
국어, 논리, 라틴어, 영어, 독일어, 문화사, 교련, 수학, 화학, 물리화학, 생물학, 비교해부학, 가정학(몇 시간을 여학학생만 강의받음)등의 과목을 고교 때 처럼 전 학생이 함께 모든 과목을 들어야 했다.
교련은 우리들 11명의 여학생들도 함께 하였다.
11명은 따로 분대장을 선출해서 우리들끼리 앞으로 가, 우향 앞으로 가, 열중 쉬어 등 소대장 구령으로 움직였다. 아무도 안 하겠다고 옥신각신하다가 그때까지도 수줍어했던 내가 무슨 용기로인지 분대장을 하였는데 웃음을 참아가며 구령했다.

11명은 경기 2-맹시선, 김성심, 숙명 1-이화순, 이화 1-계희숙, 무학 1-김평남, 수도 1-이민자, 경남 2- 김명희, 신옥하, 부산 1-김동필, 군산 1-김순덕, 이리 1- 유명해진 이길여  이었다. 전라도에서 온 두 학생은 조금 후에 강의 들으러 부산에 왔다.
이화순은 곧 그만 두었고 학부에 올라갔을 때 최인자란 친구가 편입학 했고 간호대학출신으로 오랜동안 간호사로 알하시던 40여세의 강복순씨가 한 반이 되었다. 김명희, 최인자, 강복순 셋은 이미 유명을 달리 하였다.

1년 위 상급반에는 백은진 언니가 계셨다. 세 자매가 고요 동문이신데, 백경진선배님, 벽형진은  나의 친구. 모두 다 나와 함께 내가 3학년때 전학갔던 경성여자사범학교부속국민학교의 동문이기도 하다. 백은진언니는 얼마 후 미국유학을 떠나  미국에서 이학박사를 받고 미국에서 대학 교수로 계시다가 은퇴하셨다.

송도해수욕장에서 얼마 안 있다가 부산역에서 도보로 10-15분 걸렸을까, 제5육군병원이 있던 근처 부둣가의 2층 건물로 강의실을 옮겼다.
역시 마루바닥에 앉아야 했고 당시의 우동가게 간이의자같이 좁고 긴 의자 같은 낮은 것이 책상대용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남태경교수의 생물학 강의는 능숙한 속기라야만 노트가 정리되는 것아다. 강의 후에는 뒤에서 등을 쿡쿡 찌르며 노트 보여달라고 한다. 번번히 노트를 내어줄 때 좀 짜증나지만 그때에는 일반적으로 책도 구매하여 사서 보기도 어려웠고 내어주시는 교재도 변변치 못할 사정들이 있는 때이었으며 물론 요즘같이 인터넷 혜택도 없었으니 서로 돕고 공부해야 했다.
이분께서 강의하신 '비교해부학'이란 강의 시간에 개구리해부 했던 실습이 인상적이었다.

교재는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강의하시는 분도 가끔 계셨고
처음부터 끝까지 노트 필기하도록 내용을 읽어주시는 분,
화학이나 물리화학은 빠른 속도로 칠판을 이용하여 설명하시면서 부지런히 필기하기도 전에 지우고 또 지우고 하시는 분.
김영록교수의 '물리화학'이란 강의는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아 나에게 어려웠다.

최윤식 수학교수님의 '해석개론' 강의는 정말 쫓아가기 난감했다.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며 칠판에 가득 쓰시고 흐린 백목 글씨를 반도 필기 못하고 있는데 자꾸 지우시며 속 상하게도  '참 재미있다 말야'를 연거푸 되풀이하신다.
해석기하라는 과목 시험은 여러 예상 문제해답을 난생 처음으로 공식까지 일일이 암기하여 가서 재시험을 면하였다.
아드님, 최지훈교수도 서울대 수학교수로 계실 때 산부인과 함께한 신옥하와 석사논문 제출을 앞두고 data의 통계처리 자문을 구한 일도 있었다.

문영현 국어교수께서는 큼직한 얼굴에 어울리는 큰 입으로 웃으시면서 '허 허-" 하시면서 뭔가 유머를 말씀하실듯 말듯,  "----   가라리 너이로다. 둘은 내해였고 둘은 누해인고." 교재로 선택한 것 중에서 옛글을 읽으시는데 남여 학생들은 킥킥 웃었다. 교수님도 웃으시고.

왜 그때 학생들의 웃음소리는 당당하지 못했을까.

영어시간, 박충집교수님(두 아드님, 박병걸, 박병ㅇ도 우리 선배로 계시다가 유학 떠나신 듯)의 강의, Civilization   -   past and present  - 끝도 안 나게 긴, 활자도 알아보기 어려운 등사판 유인물 교재. 1단계로는 그 spell을 정확히 덧그려 놓기   2 단계로 그 많은 단어 사전에서 찾아 빽빽하게 써 넣은 후 완벽히 해석을 해가는 예습을 해야만 두 시간씩 계속되는 강의를 놓지지 않게 된다. 본 시험에서의 통과가 드믈고 재시험이 다반사이었다.
게다가 점수의 일람표를 복도에 쫙 붙여놓는다. 이런 일에 요즘에는 학생들이 가만이 있지 않을 것이다.

황득현 교수의 독일어 강의 들으면서는 구라파에 대한 어떤 연민을 느끼기도 하였다.
독일어도 예습을 많이 해야 알아듣는다. 여고시절 제2외국어로 단일하게 독일어만 있어서 배웠는데도 그러하다. 예습하느라고 한 방에서 여러 식구들은 다 자는데  미안해도 불 켜놓고 공부하는데 머리 위에 뭔가 '질컹' 그 촉각은 아직도 생생한데 커다란 쥐 한 마리가 천정 어느 구멍에서 떨어졌다.아버지도 대님을 안 하고 계신 여름 한국옷 바지가랑이에 쥐 한마리가 들어갔었던 광경이 생각난다.

성공회신부님 Father 바로우의  'Hey ho, Hey ho ---' 하며 英詩 읊으시던 크신 키에 조용한 목소리가 떠오른다.
신부님께서 예과 1,2년 학생에게 영어웅변대회(몇 사람 지원 안 해서 대회라기가 무색하지만) 가 있었다.나는 On personality 라는 제목으로 사전을 찾아가며 원고를 썼는데 언니가 직장에서 연관된 미국 분을 소개해주어 웅변 연습을 하여 그 날 떨리지만 열심히 하였다.
등수에는 못 들었지만 원고의 내용 점수는 잘 나와서 만족하였다.
바로우 신부님께서 범일동 근처 부두 가까운 곳에 천막을 치고 "어린이 안식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자선을 베푸는 일에 학생들 몇 명이 저녁 때 가서 봉사했던 일이 있다.

Latin어는 신사훈 교수께서 가르치셨다. 당시 해부학에서 용어가 라틴어로 되어 있어 불가결한 필수과목이었던 것인지 어미변화가 재미있었다.

문화사는 유홍렬교수님으로부터 배웠다.

두번 째 부둣가 2층 집 강의실로 이사 가서 화장실은 좁은 골목 길가, 강의실 건너편에 날림으로 판자로 준비된 남녀공용 재래식 화장실 두 칸이 있었는데 칸막이 木材에 옹이 빠져나간 구멍으로 매우 불편하였다.

어느 기말고사 때인지 컨닝 예방 목적으로 여학생은 2층 남학생은 아래층에서 시험 치른 적이 있었다. 시험은 홀가분하게 끝나고 공지사항이 있어 기다리는 시간에 여학생들이 장난을 쳤다.
머리가 좀 크고 곱술머리 학생이 있었는데, 후에 해부학 할 무렵 의대를 그만두고 유학후에 서울의 모대학 정치학교수로 있다가 명예교수로 계신다. 곱술머리가 유난히 옆으로 퍼져있어 종이쪽지에 머리카락을 곱슬곱슬 그리고 거기에 새가 둥지를 튼 것을 그렸다. 이 종이를 실로 동여매어 길게 실을 늘여뜨려 수직선으로 마루구멍을 통하여 내려 보냈다.
그 학생은 거의 1년을 두고 Chicago로 이민간 소아과의사, 이민자에게 방향같은 하교길에서 끈질기게 누구의 소행인지 알고 싶어 하였다고 한다. 주범인 나도 두고두고 고민했으나 날이 가면 갈수록 그에게 고백도 사과도 못했다.

기차통학하던 그때 간간이 휴강으로 집에 일찍 돌아가야 하게 되면 버스를 이용할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난로 꺼진 추운 강의실에 남아 있다가 오후 퇴근자들을 위한 시간의 기차를 타야만 하는 것도 나의 인내심을 길러주었다. 전시에 그렇게 기차가 자주 움직이지 못한 것 같다.

부산역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걸어다니던 긴 길을, 곳깐차 속에서 둘둘 말은 영어교재, 내 것과 똑 같은 종이를 들고 있던 남학생과 만나 걸어간 날이 있었다. 그 남학생은 그 후도 60년가까이  같은 세월을 나와 동행하고 있다. 이제 할 말도 별로 없이 쳐다보며 살면서 외모도 너무 달라져서 서로 측은하다.

'의예과' 하면 항상 웃으며 친절하셨던 사무직원 'にこにこさん'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그 분을 알고 계신 의예과 선후배님과 함께 지금도 그 분의 웃으시는 얼굴에 박수를 드린다.

계속 ->그 때 -6, -7[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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