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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도로시 파커의 음주벽과 말년

2011.06.04 19:52

정유석*64 Views:7523

도로시 파커의 음주벽

도로시 파커 (Dorothy Parker)는 젊은 나이에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했는데 금주시절인데도 불구하고 파티마다 반드시 따르는 술로 인해 알코올 중독 상태에 빠졌다. 그녀는 권유하는 술을 거절하지 못하고 항상 도를 지나치는 자신의 약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 잔만 더 하지는 유혹에 끌리다보면 나는 항상 주최인의 몸 밑에 놓이고 만다.” 이런 버릇을 ‘꼭 한잔만’(Just a Little One)이란 단편에 소개했다. 남자와 마주 앉아 ”꼭 한잔만“을 반복하면서도 수 없이 술을 주문해 마시는 장면을 그렸다.

‘큰 블론드의 여인’은 오 헨리 상을 탈 정도로 높게 평가된 단편이다. 이 소설에서 여주인공 헤이즐 모르스는 키가 큰 미모의 여인이다. 젊어서 결혼하여 행복을 느꼈지만 일 년이 지나자 과거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한다. 습관화되자 그녀는 취중에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이웃에 드나드는 중년 남자들과 어울려 술을 마신다. 그녀는 부유한 기혼자 에디에 빠져 남편을 버린다.

그녀의 음주량은 차차 늘어났다. 아침이면 커피를 마셨는데도 체중이 늘어났다. 그녀는 당시 실행되던 금주법을 농담으로 여겼다. 술을 원하면 어디서나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차차 손에서 술잔을 떼지 못한다. 몽롱한 정신을 유지하려면 매일 아침부터 일정량의 술이 필요했다.

에디를 통해 술집을 전전하면서 모르던 사람들과 알게 되면서 유명인사가 된다. 에디는 그녀와 3년 간 사귀다가 플로리다로 은퇴를 한다. 결국 그녀는 에디에게 술 중독에 빠진 고급 창부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는 그녀에게 적지 않은 돈도 주었고 주식 일부까지도 양도했다.

에디와 헤어진 후에도 그녀는 술을 마시면서 남성편력을 계속했다.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에 안겨 성적 쾌락을 시도하지만 결국 습관화된 음주로 인해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죽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군. 편히 쉴 테니까.”
그녀는 화장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베로날’(수십 년 전에 사용되던 수면제, 지금은 판매가 금지되어 있음)을 약국에서 산다. 당시는 의사의 처방전도 필요 없었다.

베로날 두 병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한다. 이틀 만에 실신 상태에서 깨어난다. 그녀는 죽음에서 소생한 것을 위스키를 마시며 자축한다.

작가는 이 단편에서 술에 취해 몰려오는 외로움, 사회적인 인습에서 형성된 여성이 남성들에 대해 기대려는 의존성, 그리고 결혼한 남자의 정부가 된 여자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절망감 같은 소재를 다뤘다. (도로시 파커 자신도 어떤 기혼남자의 정부가 되었을 가능성은 높다. 사교장에 가면 마음에 드는 남자란 모두 기혼자거나 게이 뿐이었던 시절이었으니까). 이 작품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알코올이 한 여성을 중증 중독 상태로 이끌어 파멸시키는지를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작가는 항상 위트를 번득이고 있다. ‘불행한 우연의 일치’란 시가 있다. “여자가 자신은 그 남자의 것이라고 말하면서 떨며 한숨지을 때/ 남자는 자기 열정이 영원하고 죽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자여, 이것을 아시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임을.”

사랑의 모순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그녀는 술 취해 만난 남녀들의 나누는 사랑 이야기의 허구를 정확히 꽤 뚫고 있다.


도로시 파커의 말년

도로시 파커는 30대에 들어선 1920년대에 많은 혼외정사를 했고 실연 당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중 가장 열렬했던 연애는 작가 찰스 맥아더와의 관계였다. 임신이 되자 마음에 없는 낙태 수술을 한 후 자살을 시도했었다. 다음 해인 1925년에도 또 한 번의 자살 소동이 있었다. 그녀는 자기주장이 아주 강한 성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에게 의존하는 성향이 심해서 자기를 실제로는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자신의 명성을 이용하여 출세하려는 속된 남자들의 뻔한 의도를 눈치 채고도 자주 사랑에 빠져 들어갔다.

그런 점을 자신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새로운 사랑' (The New Love)이란 시에서는 자신이 선택하기보다는 상대방에 자신을 맡김으로써 사랑의 희열보다는 쓸쓸함과 적막감을 느끼게 한다. “햇살이 비치거나 비가 오거나 나는 개의치 않고 관심 없어요./ 창가에 떨어지는 빗방울 같이 나날은 스치고 지나가지요./ 문가에 한 남자가 서 있고 내 머리에는 그가 준 꽃이 꽂혀있지만/ 내 안색이 창백하고 슬픔을 띄우고 있다면 아직도 그는 나를 아픔답게 보려 나요?/ 나는 아무런 생각이나 말이 없이 자리에 앉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지요./ 그가 방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찾을 것인지 또는 내 집에 머물 것인지 상관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전문)

당시 여자들이 느끼는 수동성을 '여자 다음이란' (On Being a Woman) 시에서 또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로마에 머물러 있을 때에는 항상 집을 그리워했으나/ 그러나, 고향에 있을 때에는 내 마음 이탈리아를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지요./ 그리고 어째서 내 사랑, 내 주인이 같이 있으면 / 나는 지루해 죽을 지경이지요./ 그러나 당신이 자리를 일어나 떠날 때에는--그때는/ 당신에게 내게 돌아오라고 소리치고 싶어져요.” (전문)

1930년대에 들어 그녀는 10년 연하의 두 번째 남편 캠블과 결혼한 후 할리우드로 이주했다. 거기서 그녀는 ‘스타 탄생’ (Star is Born, 1937)의 각본을 맡아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주디 갤런드가 1954년에 주연한 같은 이름의 영화와는 다른 작품이다.)

캠블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의 존재는 그녀의 강력한 성격과 지나친 재능에 가려졌다. 그들 사이에는 경제적 문제, 두 사람의 알코올 중독, 그리고 그의 동성애로 인해 여러 번 시련을 맞았다. 그들은 1947년에 이혼했다가 1950년에 재혼했다. 그러나 3년 후에 다시 별거를 했고 1956년에 재결합했다. 그들은 캠블이 수면제 다량복용으로 자살했던 1963년까지 같이 지냈다.

그녀는 일찍부터 파시즘과 나치즘에 대해 반대했고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선언했다. 그래서 그녀는 FBI에 의해 조사를 받았고 나중에 매카시 선풍이 불 때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젊어서 화려한 생활을 영위하고 많은 남성의 구애를 받았지만 말년인 1967년 뉴욕의 한 호텔 방에서 심장마비로 외롭게 사망했다. 시신은 사망한 지 이틀 째 화장되었다. 그리고 남은 재산은 당시 민권운동에 이바지하던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남겼다.

생전에 그녀는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산물이라고 혹독하게 평가했다. “선배 시인인 에드나 빈센트 밀레이 양과 같은 정교한 발자국을 따르고 싶었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녀를 내 흉측한 운동화로 마구 짓밟으며 따른 셈이지.”

또 “나는 다만 어린 유태인 소녀가 남들에게 조금 더 아름답게 보이고 싶었던 거야.”라고도 했다.

그녀는 사회에 만연한 허구와 자신의 절제되지 않은 욕구를 독특한 방법으로 기록해 두었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20세기에 가장 섬세하고 우아했던 풍자 작가들 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녀가 장편소설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가벼운 작가로 치부할 수 있으나 미국 근대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코 그녀에 대한 이해를 빼놓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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