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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ssay] '신경쇠약'

2011.06.05 18:10

정유석*64 Views:5513

Anton Chekhov의 신경쇠약

                                                                       정유석

 1888년 러시아 문단에서 각광을 받던 청년작가 가르신이 자살했다. 당시 그를 좋아했던 작가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작품집을 냈다. 안톤 체호프는 ‘신경쇠약’이란 작품을 거기에 실었다.


Anton Chekhov's classic look:
pince-nez, hat and bow-tie


어느 날 저녁 바실레브란 법학도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술을 잔뜩 마신 다음 그들에게 끌려 창녀촌으로 향했다. 그런 곳에 처음 간 것이다. 그 경험은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창녀들은 가난했고 천박했으며 그들의 육체는 돈에 팔려나갔다. 체면도 수치도 없었다. 그는 경악했고 혐오감에 몸을 떨었다. “그녀들은 인간이기보다는 동물에 불과했다.”

그는 유곽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그로부터 성 매매란 사회적 문제는 바실레브에게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는 강박으로 변했다. 사회의 정의를 배우고 추구하려는 이 법학도는 관습화된 도덕적 마비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는 항상 고통 받는 자에게 연민을 느꼈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도 성 매매를 악이라든가 부패로 보지 않고 사회에서 용납하는 필요악 정도로만 치부하는 것이다. 바실레브는 이 타락한 여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그녀들에게 타이르고 싶었고 고객 남성들에 대해 질타하고 싶었다. 심지어 택시 기사에게까지 손님들을 유곽에 인도하지 말라고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생각에 따라 실행할 만한 배짱이 없었다.

그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냈지만 마땅한 해답이 없었다. 그는 창녀와 결혼해서 타락에서 구할 생각까지 해 보았다. 모든 길거리 여성들이 결혼을 한다면. 그러나 그는 금 새 그것조차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창녀가 길거리에서 사라지면 포주들은 즉시 창녀 떼를 만들어 낼 것이니까.

그는 밤새도록 고통에 시달렸다. 다음날 아침 친구들이 바실레브를 찾아가자 그의 옷을 찢어져 있었고 손을 물어뜯어 상처가 나 있었다. “여보게, 나를 아무데나 데려가거나 자네들 마음대로 처리해주게. 나는 자살하고 싶단 말이야.” 결국 그는 ‘신경쇠약’(Nervous Breakdown)에 걸린 것이었다.

유곽에 같이 갔던 친구들 중 한 명이 의대생이었다. 그는 바실레브의 건강을 염려해서 정신과 의사에게 데리고 갔다. 의사는 매춘이란 사회의 일부분일 뿐 의사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의사는 바실레브에게 당시 안정제인 브로마이드와 모르핀을 사용해 치료해 주었다.

정신과 의사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기성 체제에 속한 사람이지만 바실레브란 법률학도는 이를 사회악으로 보고 이것을 교정할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한 이상주의자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현실주의자는 편안하고 이상주의자는 고통스러운 것이 세상인 것었다.

체호프도 매춘을 가장 잔혹한 악으로 보았고 사창가는 인육을 사로 파는 노예시장으로 보았다. 작가는 매춘에 대해 많은 의견을 냈고 참혹한 현실을 적었다. ‘신경쇠약’은 국가가 사창가를 허용하는데 대한 신랄한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숙련되어 있고 병자 개인은 고칠 수 있으나 사회적인 병적 현상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의사들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이 소설을 통해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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