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좋은 곳이 많지만,
그중의 으뜸은 한라산이다.
우리의 묵었던 애월읍은,
해안도로에서 보는 일몰이 보기 좋았다.
이런 곳에는 꼭 몰래 데이트 하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다..
일요일 아침에 한라산에 올랐다.
관음사에서 시작해서 성판악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다.
첫번째로 우릴 반겨준 섬사철란.
혓바닥 내밀고 프렌치키쓰하자고 달겨드는데,
저 많은 녀석들을 보니 혀가 잘릴 것 같아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자식 낳고 은퇴할 나이인데,
아직도 꽃을 떨치지 못하는 좀딱취가 애처롭게 보인다.
미역취가 조릿대를 우산 삼아 편히 쉬고있다.
좀향유를 직접 보기 전에는,
꽃대가 잘려 제대로 크지 못한 작은 꽃향유를 좀향유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땅바닥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놈들을 직접보고나서야 얼마나 작은 것인지 알게되었고,
저놈들 앞에 엎드려있는 동안에 그 진한 향기도 느끼게 되었다.
한라고들빼기의 잎은 가장자리에 뿔이 달린 것 같다.
삼각봉 아래 대피소가 생겼다.
태풍 나비로 용진각대피소가 떠내려가서, 이곳에 새 대피소가 자리를 잡은 것인데,
삼각봉을 약간 가리고 있는 것이 아쉽다.
삼각봉을 돌아 용진각 계곡의 약수터에 가니,
곰취가 하늘로 날고있다.
한라산 산신령도 담배를 피우시나 ?
캑캑..
가시엉겅퀴 뒤로 운해가 밀려온다.
이럴 때,
olleh !! 를 외친다..^^
고사목까지 있으니 분위기 짱이다.
행운을 함께한 사람들...
높은 산 바위에는 역시 바위떡풀이 있다.
네귀쓴풀도 있네 ?
이렇게 키가 작은 분취는 처음 본다.
아마 은분취인것 같다.
한라송이풀.
처음 만난 예쁜 모습에 잠시 숨이 막혔다.
백록담에 파란 물이 넘실대면 얼마나 좋을까 ?
제주삼다수와 골프장이 퍼가는 물을 이리 옮겨와야 한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다.
까마귀들이 도시락을 까고있는 우리들을 노리고있다.
김밥 한덩어리를 던지니, 순식간에 사라진다.
손벌리고 서있는 구름떡쑥이 귀엽다.
위풍당당 한라돌쩌귀..
구름 속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가시엉겅퀴도 몰려간다.
구름 샤워의 시원한 맛을 본 사람은,
남은 생이 피곤해진다..
그맛을 잊지 못해서,
늘 높은 산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앞서간다...^^
등산 시작할 때 안녕했던 미역취가,
내려갈 때도 안녕한다.
금방망이도 함께.
한라산에 가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 다 내려온 것 같다.
2009.09.20 한라산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는 등산가 이군요.
본인도 요새는 그러면서 산에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