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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조조, 현대적 CEO

2010.05.03 14:56

계기식*72 Views:6545

조조, 현대적 CEO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특징인 첨단 기술 산업시대에 기업이 성공하려면 구성원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오너 회장의 용인술(用人術)과 인간적인 매력 또한 예나 지금이나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천하를 경략하려 한 삼국지의 세 주인공(유비, 조조, 손권)도 그룹 오너에 비견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대적 감각을 갖춘 사람은 단연 맹덕 조조입니다. 조조의 성정과 자질, 리더로서의 역할을 가늠해 봅니다.

조조는 문무겸전(文武兼全)의 노련한 정치가이며, 전략가, 심리술의 달인이자 시문을 즐기는 예인(藝人), 저술가였습니다. 그는 '맹덕신서'라는 병법서를 집필하기도 했지요. 인간적인 매력과 함께 종종 성격적 파탄을 드러내기도 해 독자에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다가옵니다. 의성(醫聖) 화타를 죽이는 등 종잡을 수 없으며 사이코패스적인 면도 보입니다. 환관의 후예(조조의 아버지가 환관의 양자였음.)라는 콤플렉스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는지도 모릅니다. 현대에 살았더라면 비밀리에 정신과 통원치료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漢)의 마지막 승상인 조조의 자부심과 성정은 실로 대단하여 유비손권은 거지발싸개 정도로 취급했고 천자(天子)도 무시했습니다. 운장 관공만은 예외로 존중했죠. 그는 천하를 오시하고 유아독존(唯我獨尊)했습니다. 내친 김에 중요 인물들을 사자성어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유비는 나려타곤(懶驢打困게으른 나귀가 땅위를 구름), 손권 무색무취(無色無臭), 제갈량 신기묘산(神技妙算), 관우 앙천불괴(仰天不愧), 장비는 앙앙불락(怏怏不樂), 여포 일기당천(一騎當千), 동탁 후안무치(厚顔無恥), 마초 폼생폼사(?生?死), 방덕 열혈남아(熱血男兒)….....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삼국지의 세 맹주 중 조조는 가장 현대적인 감각의 CEO입니다. 영리할 뿐 아니라 다른 보스들에 비해 업무장악이 뛰어나고 임기응변에도 능합니다. 조조 진영의 막료회의(임원회의)를 구경하기로 하죠. 조조는 사안(事案)을 철저히 연구하여 복안을 갖고도 먼저 발설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결론을 내리거나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 브레인스토밍 방식의 회의를 진행합니다. 참모들의 갑론을박을 듣고 있다가 적당한 시점에 화끈한 결론을 도출해 냅니다. 부하의 의견이 자기 생각보다 좋으면 "그대의 의견이 심히 과인과 같도다!" 칭찬하며 상을 내립니다. 제자의 아이디어를 도용하여 제 것처럼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지요.

아랫것들의 생각이 못 미칠 수도 있으려니. 조조는 내심 꽃놀이패가 펼쳐짐에 흐뭇해하며 미리 준비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합니다. 수하들은 진심으로 승복하며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요. "과연 승상의 신기묘산은 따를 자가 없나이다!" 그러니 조조는 항상 부하들보다 앞서갑니다. 사실 어느 얼빠진 수하가 오너 회장의 심기를 상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만.

조조의 용인술은 정평이 나있습니다. 신상필벌, 청탁(淸濁)불문 능력위주 등용,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는 조조의 3대 인사 원칙입니다. 조조는 부하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지도감독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 스타일입니다. 이에 비해 현덕은 믿고 맡기어 누가(주로 제갈량이) 알아서 해주길 바라며, 손권은 부하(주유 등)의 말을 경청하여 실행에 옮깁니다. 두 사람 모두 권한 위임형이지요.

유비는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내심 자신이 있어 스스로 결단을 내리기도 합니다만. 유비는 허허실실 쇼맨십이 강하고(조조와 대작하던 중 천둥이 치자 젓가락을 일부러 떨어뜨려 경계를 누그러뜨림.) 모자람을 관인후덕으로 포장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손권은 있는 듯 없는 듯 임팩트가 강하지 않지만 모질지 못하며 부하를 믿고 의지합니다. 포용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손권의 장점인데, 사사건건 대놓고 유비 편을 든 노숙 같은 인물도 결코 내치지 않았죠.

조조 막하에서 살아남거나 성공을 거두려면 주군의 성품을 잘 파악해 대처해야 합니다. 조조는 적장들도 영입 인재로 등용하는데, 우선 면접심사에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당당함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버텨야 합니다. 형주자사 유표의 부하였으나 조조에게 귀순한 후 중용된 꿋꿋한 장수 문빙(文聘)이 좋은 예이지요. 여포처럼 목숨을 구걸하면 반대의 결과가 나옵니다. 자고로 남녀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구걸하여 성공한 예를 보지 못했습니다. 연민이 단초가 되어 마지못해 결혼하면 반드시 탈이 납니다.

또한 조조처럼 자부심이 강한 '자뻑 스타일' 사람 앞에서 잘난 체 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격입니다. '닭갈비(鷄肋)의 고사'로 유명한 모사 양수가 좋은 예입니다. 그는 시기심 많은 조조의 자존심을 잘못 건드려 젊은 나이에 죽임을 당했어요. '호락호락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으면서 예의는 갖추고, 총명하되 똑똑함을 감춰라.' 조조에게서 살아남는 방책이자 오늘날에도 유효한 처세술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더라도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조조가 변덕이 죽 끓듯하는 인물인 데다, 워낙 세상 이치가! 그런 것이어서요.

관상가 허소가 칭한 바 '난세(亂世)의 간웅(奸雄)'이기를 자처했던 조조는 유비손권과는 체급이 다른 실력자입니다. 중원을 장악하여 세력이 가장 강한 데다 본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와 함께 스펙도 비할 수 없이 화려한 조조였지만, 바라던 '황제의 위'에 오르지 못하고 '위왕(魏王)'으로 생을 마감하였음은 아이러니입니다. 스스로 한계를 알았던 것일까요? 혹, 실리를 숭상한다고 알려진 조조가 사실은 대의명분을 중시한 '치세(治世)의 영웅(英雄)'이었던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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