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울타리의 장미가 화려해지는 이맘 때면
언제나 생각나는 장미 꽃다발의 추억이 있다.
미국의 켄터키는
이곳보다는 계절이 빨랐던 것 같다.
대학 졸업식 때 장미가 한참 피었었으니까.
졸업 씨즌 보다도 장미가 피면
항상 30년전의 졸업식 날로 잠시 돌아가곤 한다.
여동생의 졸업 축하를 위해
정원에서 가꾸던 장미꽃으로
축하 꽃다발을 만들며 수없이 가시에 찔렸을 오빠의 손,,,
장미가시에 찔린 상처가 오래가고 많이 아프다는 것은
내가 정원을 가꾸면서 알았다.
그날의 장미꽃다발은 어느 화려한 꽃다발보다도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꽃다발이었다.
오빠의 장미꽃다발을 가슴에 안은 나는
누구보다도 가장 행복하게
미래의 희망을 가슴 가득 안고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있었다.
졸업을 축하하며 내가슴에 안겨주었던 그때의 꽃다발.
다음의 글귀가 담긴 카드와 함께.....
I cannnot give you wealth or fame,
But I can wish you, just the same
Laughter, love...
friendly faces...
And golden moments the heart embraces.
그날 저녁, 전망이 훌륭했던 호텔의 멋진 레스토랑에서
조용히 흐르는 오하이오 강을 내려다보며
우리 삼남매가 함께 나눈 우아했던 디너와 정담들은
오래, 오래 전인데도 매번 바로 얼마 전인듯 생생하게 떠오른다.
잊을 수 없는 그리움과 고마움의 추억으로.....
이후, 나를 기다리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나의 운명'을 만들기위해 노력한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진 못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듯 하다.
밑거름이 되어준 유학생활과 당당했던 자신감으로
보람되게 잘 살아 온 것 같다.
아마도 오빠 자신은 기억을 못할것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까.....
장미꽃다발의 추억과 당당한 자신감을 심어준 오빠에게
장미꽃 향기와 따뜻한 마음 실어 꽃잎을 날려 본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장미의 계절에~~~
2002. 06. 01.
♬ Long Long Ago
Photo, Webpage : Jinsoo - June 4, 2005[rem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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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 뛰어난 인물(?)에 치어 조금은 주눅들게 자란 첫째 여동생, 이대 교육과를 나왔지요.
셋째는 두드러지지 못함을 글로써서 한국문단의 순수문학쪽으로 이름을 올린 오 정희,
이상 문학상, 동인 문학상을 받고 얼마전에는 독일쪽에 글이 번역되어 아시아상도 받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매간의 우정이 부럽군요. 부끄럽지 않게 산 인생들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