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바이올린 저의 재산 목록 1호로 바이올린이 하나 있습니다. 저의 아버지가 평생 사랑 하셨던, 이제는 제게 유품으로 남겨 진 '아버지의 바이올린'. 오래 전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작은 할아버지께로 부터 선물 받으셨다는 독일제 악기인데 그 금전적 가치에 대해선 저는 전혀 아는 바 없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으로 생각하며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막내이자 외딸이었던 저를 특히 무척이나 예뻐하셨고 저와는 언제나 마음이 척척 잘 맞는 아주 좋은 친구같은 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취미로 평소에 바이올린 연주 하기를 즐기셨드랬는데 달빛 고운 날 저녁에는 식사 후 가족들이 삥 둘러 앉은 자리에서 크라이슬러, 베토벤, 슈만, 사라사테..등 아버지의 18번들을 악보도 없이 오래도록 연주 하곤 하셨지요. 은퇴 후,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오셨는데 어느날, 갑짜기 닥친 뇌졸증으로 오랜 입원과 재활치료 이후에도 몸의 오른쪽이 거의 마비 되는 어려움을 겪으셨습니다. 그러나 특유의 낙천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와 의지력으로 아버지는 번역작업 그리고 이민들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 등을 계속 하시면서 신체운동, 정신운동을 쉬지 않으셨습니다. 마지막 몇년 아버지가 침대에 누워만 지내시던 시절, 더 이상 악기를 연주 하신다거나 음악회에 다니지 못하게 되셨을 때, 아이작 스턴, 메뉴힌, 하이펫츠, 이쟉 펄만... 등의 연주를 cd 로 듣던 아버지의 눈에 고였던 눈물을 나는 보았으나 그때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가 운전을 하며 혼자 집으로 오던 길에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베토벤의 '로망스'를 들으며 내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 작은 악기가 만들어내는 갸날픈 한음한음이 어찌 그리도 곱고 아름답던지. 음악을 통한 숨막히는 감동의 순간을 맛 본 父女의 일치된 체험이었을가요. 나이 먹어 갈 수록 점점 더 아버지를 닮아가는 나를 느끼는 요즈음입니다. 무대 위에 올려 진 음악이 오직 한번, 오직 그 한자리에서만 반짝 빛을 내고 사라지고 말듯이. 우리들의 삶도 사랑도, 또한 이렇듯― 결국은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애틋한 게 아닐런지요. |
2010.01.25 04:58
2010.01.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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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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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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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본인의 눈시울도 뜨거워 질려합니다.
소중한것은 언제나 소중한것이지요.
그 소중함을 물려 주신 아버님의 존재와
그것을 간직하고 사는 따님의 인생도 소중한 축복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