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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종산제 후기

2009.12.25 15:27

유석희*72 Views:7844

중고등동창들과 한달에 한두번씩 산행을 같이 한지도  이십년이 지났다.
해마다 시산제와 종산제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쉬운 코스를 제가 고집하여 청계산을 다녀 왔다.

    일행들이 산행 초입에서 한 커트.

  제사의 제수 배설과 진행에 대하여 왈가 왈부.

  이수봉 정상에서.

   내려와서 하산 모임

지난 일요일 아홉시 정각 옛골 토성 앞에 三脈 산우회원 10명이 모였고 마지막으로 박 장수가 와서 11명이다.

오늘 같은 날은 이름을 장수야! 하고 부를 때는 주의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김 장수와 박 장수가 같이 왔으니까.

그러고 보니 누가 “유 박사” 할 때 나를 부르는 줄 알았더니 다른 유가를 부른다.

나온 김에 한마디 더. 전화가 울려 수화기를 들었더니 대뜸 “유 박사”한다. 이러면 황당하지요.

선배가 한 전화인지 친구가 한 전화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누구라고 먼저 밝히고 유박사를 찾아야 하지요.


옛골에서 이수봉을 오르는 데는 대개 세 코스가 있다.

어둔골로 직진하면 마지막은 숨이 차는 경사가 급한 나무 계단 길.

어둔골로 올라가다 중간에서 왼쪽 목배동으로 빠져 철쭉능선의 중간에 붙던가,

아니면 경사가 완만하고 코스가 좀 긴 철쭉능선, 소위 아줌마 길이다.

원래 시산제와 종산제는 쉬운 산행코스를 택하는 법.

총무가 나를 골탕 먹이려고 첫 코스를 잡으려는 걸 내가 우겨서 쉬운 코스를 잡는다.


날씨는 쾌청하였고 여우눈이 조금 뿌려 정취를 더한다. 바람 없고 해가 떠 있으면 누가 춥다고 하겠는가.

등산객들이 적어 산은 오히려 조용하다.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벌써 종산제를 지낼 이수봉아래이다. 지난 봄 시산제를 지낸 이곳은 북쪽을 바라보며 우측이 동쪽인 제사를 지내기 좋은 곳.

물론 동장대 가다 雉城이 내가 알기로는 시산제나 종산제를 지내기는 최고의 명당이고 제단까지 설치를 해 놓았다.

삼맥산우회는 십여년 전에는 백운대에서, 그 뒤로는 대성사아래 행궁에서 지냈지만.

절을 하기에 약간 경사가 진 곳이라 박 형이 다음에는 삽으로 고루겠다고 약속한다.


종산제나 시산제는 항상 제수를 배설할 때 紅東白西, 東頭西尾니 하며,

또 진행절차에서 형식과 양식에 대하여 말이 많다. 오늘도 마찬가지.

돼지고기가 없어 샌드위치에 들어 있는 햄으로 갈음을 하고 그래도 제수는 푸짐하나

경상도 제사에서는 빠질 수 없는 돔배기는 없구나.

왕년에는 시루떡과 돼지머리를 준비한 적도 있었는데.

동기회에서 보내 온 봉투와 각자 추렴한 돈을 놓고 의례에 따라 제를 올린다.


끝나고 나면 즐거운 음복시간, 해가 들어가 싸늘해 질 때 회장이 준비한 쑥국으로 몸을 풀고 갖가지 제수와 안주로

막걸리와 성 형 딸의 로스쿨 합격 자축으로 갖고 온 좋은 양주까지.

박 장수가 네팔에서 구해 온 근사한 머그잔 두개를 회장과 총무에게 선물하였으나

회장은 이를 사양하고 동기회 총무에게 양여한다.


이 날의 화제는 분당모임인 청심회에서 박 형의 음주 후 혼수상태로 친구들 괴롭힘은

이 날의 참석과 회개로 끝내었으나 동기회 총회의 안 모씨 음주 후 사고 건은 이직도 응어리가 남아 있었다.


마치 삵괭이처럼 생긴 들고양이 한 마리가 음식 냄새를 맡고 찾아 왔다.

오라고 손짓을 하니 기특하게도 경계를 풀지 않은 채 가까이 와서 생선전을 하나 두니

잽싸게 물고 간다. 좀 있다 보니 “아니 저놈 봐라” 배낭을 뒤져 귤 비닐봉지를 물고

도망가다가 떨어뜨리는 꼴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이수봉 정상에는 군시설이 있어 “545미터 정상”이란 곳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

하산 길에 총무가 전화를 받더니 일행 중 여러 명이 길을 잘 못 들었다고.

이럴 때는 항상 앞뒤간의 거리를 많이 띄우면 길을 잃기도 어긋나기도 한다.

여우눈은 싸락눈으로 변하여 나무에 쌓이고 길은 약간 미끄럽다.

삼거리에는 늘 상 지키며 더울 때는 찬 식혜와 막걸리를 파는 노래 부르는 친구들도

보이질 않고, 급경사 나무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와 봄꽃 아름답던 길을 지나

꽁꽁 얼어붙은 계곡 옆길로 내려 왔다.


하산 후 “부뚜막 청국장”에 들어서니 주인아줌마가 오랜만이라 반갑다고 인사한다.

길 잃은 어린 양들은 올라간 쉬운 코스로 먼저 내려와 기다리고 있다.

정력에 좋다는 귀한 술도 얻어먹고, 때마침 처가 미국 동생혼사로 나가 있어 나는 효력을 검정할 방법도 없는데.

뚝배기 불고기와 청국장과 소주로 마감하였다.


박 장수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오는데 전화가 와서 받으니 양재동에서 맥주를 한잔 더 하잔다.

글쎄 좋기는 하나 저녁 또 다른 약속이 잡혀 있어 사양을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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