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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안동 에 다녀 와서

2008.06.25 00:31

이건일*68 Views:6664


                안동 에 다녀 와서



오랫동안 우리집 사람이 도산 서원에 가보고 싶다고 조르고 있었는데 올해에는 드디어 가 보자고 결정 하였다. 매년 가던 유럽 여행은 올해 쉬고 한국에 가자는 것이다. 자기 문화도 잘 모르면서 웬 서양것만 보느냐는 항의에 별 대답할 말 을 찾을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올 3월부터 계획을 세우고 서울의 마누라 언니들께 구조를 요청하고 조카딸 들중 한명에게 부탁하여 숙박 시설 과 방문지 등을 알아 달라고 하였 더니 언니 두분들이 자기 들도 안동 지방에는 못 가 보았다고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둘만 하려던 여행이 여섯명으로 늘게 되었다.

9월 17일 시카고 경유 서울로 향 하였다. 2년 여만에 다시 방문 하게 된 것인데 Korean Air 의 서비스는 수준급 이상 이었고 기내 시설도 최신 비행기라 파산 지경에 이른 많은 미국 비행기 회사들 보다는 훨씬 좋았다. 그 동안 싸여 있던 마일리지 가지고 업그레이드 하여 비지네스 클라스 를 타게 되니 훨씬 편안한 장거리 여행을 할수 있었다.

인천 공항에 도착 하여 마중 나오기로한 동서 부부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옆에 있는 LG 전화 회사 핸드폰을 빌렸다. 미국에서 내가 쓰고 있는 것보다 한세대 앞선 전화기이다. 통신 강국 한국의 실상 을 실감 할수 있었는데 문제는 내가 이걸 잘 쓸 줄 몰라 몇번 되풀이 하고 있는걸 옆에 서서 보고 있던  젊은 여성 이 얼른 자기가 도와 주겠다고 한다. 그래  마누라 언니 전화 번호를 주니 금방 통화가 되었다. 나이 먹고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을 절감 하는 순간이다. 언니 말씀이 자기들은 옆의 F 창구 에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우리는 E 창구로 나왔는데.

저 쪽에서 이리로 오시는 두분 을 볼수 있었다.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  분명히 E 라고 알고 있었는데 왜  F 로 가서 기다렸는지 모르시겠 단다. 다 나이 먹은 탓이로다 하시며 웃는다. 동서분은 칠순이 넘으 셨는데 보기에는 60대 초반으로 보인다. 주차장으로 가니 새 BMW 530 이 기다리고 있다. 죽기전에 좋은차 한번 타 보시려고 사셨다고 해서 매우 잘 하신 일이라고 말씀 드렸다. 전에는 비행장 나오려면 다른 사람 운전 시키 거나  운전사 딸린 큰 차를 준비 하였었는데 좋은 차는 직접 몰아 보고 싶으신 것이다.

집에 도착하여 늦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4시반에 눈뜨고 6시반에 아침을 먹었는데, 서울 있는 동안 거의 같은 시간에 일어 나고 아침 먹고  하기를 반복 하였다. 아침 나절은 장인 장모 두분이 잠드신 묘지에가서 인사 드리고, 점심 시간이 되니 유명한 만두집에 가자고 하여 자하문밖에 있는 만두집에 가서 점심을 잘 먹고 나오다가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려고 하고 있는데 웬 중년 여자가 들어 오며 자기 일행이 열 몇 명이란다. 내가 목이 없는 검은 티 셔츠를 입고 있었더니 나를 식당 종업원 인 줄 알은 모양이다. 기분이 좀 상해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나도 손님이라고 하였더니 뭐라 우물 거리며 가버린다. 서울서 당한 첫번 째 기분 상하는 일이었다.

이튿날 아침, 서울역으로 향하였다. 예전 건물은 그냥 있었고 그 옆에 덧 부쳐지은 새 건물에서 고속철도(KTX)가 출발한다고 한다. 촌놈 같이 건물 안의 이곳 저곳을 기웃 거리며 한 시간 가량 기다린 후에 기차를 탈수 있었다. 기차표는 바로 손위 동서가 며칠전에 On Line으로 사두었단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지 않은가. 플래트폼에 열차 번호가 아주 새겨져 있었고 열차는 조그만 오차도 없이 거기에 정차해 있었다. 이윽고 시간이 되니 정시에 출발하는데 조그마한 미동도 없이 미끄러지듯 떠나는 것이었다. 프랑스에서 TGV도 몇 번 타 보았지만 우리나라 기차도 어디다 내어놓아도 흠잡을 것이 없어 보였다. 한 시간 반만에 동대구 역 도착, 역구내에서 "전주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대구에서 전주비빔밥을 먹을 수 있으니 우리 나라도 참 많이 좁아 졌구나. 시외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달리니, 경주. 참 좁은 나라다. 왕 능, 안압지, 첨성대 등등, 관광 코스를 대충 돌고 숙소에 들었다. 한화 콘도라는 곳인데, 이부자리나, 숙박시설, 서비스등 별로 불평할 것이 없었다. 이튿날 아침 석굴암에 들렸다가 안동으로 향하였다. 고교 동기인 중기 군이 입에 침이 마르게 추천하는 안동 한우갈비를 먹으려고 가르쳐 준 음식점을 힘들게 찾아내었다. 미국에서 먹던 고기보다는 좀 질긴 것 같았다. 우리 나이에 고기 많이 먹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여기 까지 와서야 하고 먹어대었다.

다시 차를 타고 안동 하회 마을로 향하였다. 마을 입구에 "영국여왕 방문 마을"이라고 커다랗게 써 부쳐 놓았다. 자기 것도 남의 나라 여왕이 와서 보아주면 더 값이 오르는 건지.

마을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었고 옛날 집들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 있어 사라져 가는 우리의 옛날 문물을 잘 보존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일 깨워 준다. 마을 앞을 싸고도는 강물의 유유한 흐름이 좋다. 강가 벤치에 앉아 주변 경관을 한참 즐겼다.

다시 차를 타고 봉산서원을 방문하였다. 역시 강가 운치 있는 곳에 터를 잡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공부할 맘도 나지 않았을까? 문루에 걸터앉아 잠시 옛사람이 된 것같이 주변 경관을 감상하였다. 오늘밤 지낼 숙소를 향하여 출발 하였다. 차로 한참을 달리다 혹시 지나 치지 않았나 할 지음에 입구가 나타 났다. 거기서 또 비포장 도로를 한 십여분 들어 가니 강가에 옛날 건물몇채가 나타난다. 어느 종가의 후손이 운영하는 무스무슨 종택 이라는데 말하자면 Bed & Breakfast 인 셈이다. 문제는 건물, 주위 경관 은 흠잡을데 없이 좋았고 이만 한 자연 조건이며면 충분히 관광지로서 가치가 있을 것을, 기준 이하의 화장실 설비 와 침구의 호청을 갈지 않고 그대로 주는 수준 이하의 서비스로, 이 모든 좋은 점을 망가트리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에서 무슨 기준을 세워서 철저히 단속하지 않으면 우리 나라의 관광산업은 장래가 없다고 보여진다.

불편한 잠자리에 밤새 자는둥 마는둥 하고 일어나 출발. 청량산, 도산서원, 소수서원, 부석사등을 들려 영주에 도착. 서울행 우등 고속 버스에 올랐다. 역시 정각에 출발 하더니 도착 예정 시간을 단지 5분 초과 하여 그 복잡한 러시아우어의 서울 거리를 뚫고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 한다. 박수가 저절로 쳐 졌다. 우리나라는 대중 교통이 참 잘 발달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 사는 분들은 잘 느끼지 못하시는 것 같지만 말이다

다음날 점심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모이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한일관으로 향하였다.

한일관은 예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대학시절 혹시 데이트를 하게되면 돈카쓰 먹을 돈도 없어 만두국 먹으러 오던 그 한일관이다. 내 젊은 날의 추억의 한 조각이 얼른 머리속을 스친다. 대부분의 동창 모임은 아직도 이 음식점 이층에서 한 다는 소리는 얼핏 들은 것 같다. 벌써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그 동안 몇번 맞났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44년 만에 처음 맞나는 사람도 있었다. 머리는 하얗거나, 숱이 하나도 없고, 얼굴은 주름이 져 있어도 어딘가 그 옛날의 소년의 모습을 찾아볼수 있었다. 나이들어 술많이 먹지 말라고 점심시간으로 자리를 마련한 호열군의 머리씀에 경의를 표한다. 술은 아주 조금씩만 마시고 대부분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동서인 창호가 가졌던 37회 동기 가방이 탐나서 하나 달라고 떼를 썻더니 어디서 하나 구해다 주어 고맙게 받았다. 파장하고 나오다가 층계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세월은 가고 사진만 남는다고 하던가.

밖에 나와 헤어 지면서 내가 한마디 하였다. "이제 헤어 지면 우리가 죽을 때 까지 몇번이나 더 맞날 수 있을까?"

"아니야, 그런 소리 듣고 그냥 헤어 질수는 없어. 우리 저기 청일집에 가서 이야기나 더 하다 가자." 하며 여경이가 손을 잡아 끈다.

청일집, 강의 끝나고 한잔 하고는 싶으나 돈이 없을때 시계, 교과서 맞기고 빈대떡에 막걸리 마시던 그 청일집, 내 청춘의 또 한모서리를 여기서 보는 구나....

빈대떡 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것 같았다. 대개 옛날에 맛있게 먹던 음식이 생각 나서 다시 먹어 보면 옛날 의 그 맛이 아닌데 하고 느낄 때가 많은데, 이 집 빈대떡은 예외 였다.머리에 남아 있는 음식의 맛은 추억과 결부되어 기억속에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나는 추억의 오솔길로 잠시 걸어 들어 갔다 나온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 오는 비행기속에서 다시 마음을 재 정비하고 나는 다시 이질 문명권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였다. 추억은 마음 한구석에 잘 모셔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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