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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우리 술 이야기

2008.07.18 13:48

유석희*72 Views:7603

 

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박 목월의 나그네란 짧은 시를 읽다 보면 술꾼 치고 누가 술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시인이 밀밭 길을 이야기할 때 벌써 술 생각이 났겠지요.
요즈음 같은 맥주가 아니라 밀로 만든 누룩을 연상하였을까?


계절은 늦여름이나 이른 가을 정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볍게 걷는 품새로 보아 젊은 나그네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남도라면 함양에서 진주, 아니면 남원에서 하동, 이도 아니면 고령에서 마산일까?
삼백리는 한 삼일 여정의 첫날인 모양이다.


마을을 지날 때 풍겨 오는 술 익는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들면
서산에는 붉은 저녁놀이 걸려 있고.
술은 익을 때 아무리 숨기려 하여도 코가 좋은 사람은 벌써 동네 어귀에서부터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나그네의 갈 길은 바빠 마을을 지나친다. 


여러분들은 아시는가?
50, 60년대에 시골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세무서의 밀주 단속과 산림청의 도벌 단속이 아니었는가?
조세범 처벌법 제 8조에 따르면 “면허 없이 자가소비목적으로 술을 제조 시에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솜씨 좋은 분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난 지금 누가 술을 빚는가?


간단하게 우리 술을 소개하자면

우리 나라에서 흔히 마시는 술은 대개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멥쌀, 찹쌀, 옥수수, 감자, 심지어는 밀가루까지 동원된 때도 있었던 곡류로 만든 양조주이고, 둘째 매실 복분자 포도 유자 모과 등의 과일로 만든 과실주, 마지막으로 인삼 구기자 오가피 솔잎 진달래 송순 연잎 산사 국화 마늘 뱀 등등의 약재를 넣어서 빚거나 곡주에 첨가하는 가향주가 있다.


 

그중 가장 흔히 마시는 양조주는 무엇으로 빗는가?

보통 멥쌀로 고두밥을 짖고 누룩을 버물러 물을 넣어 술을 안친다.
여름에는 그냥 두어도 되지만 추운 계절에는 아랫목에 담요를 싸서 보온을 하여야 하고
아랫목의 너무 뜨거운 기운은 막기 위하여 나무를 받치기도 한다.


삼사일 후 술이 익기 시작하면 쌀알의 전분이 빠져나가 밥알이 표면으로 떠오른다.
방안에 갑자기 근사한 술향기가 피어 오르는 때이고, 창호지로 봉한 술독을 열어
위의 술을 사발로 살짝 뜨면 이것이 동동주(浮蟻주 : 마치 개미가 떠 있는 듯 하다고)가 된다.
주정도수는 아마 7, 8도 이상이 될까?

다음에는 전주, 또는 청주 차례이다.
이는 용수(대나무로 만든 길다란 소쿠리 같은 것)를 술독에 넣고 가만히 떠 온 맑은 술이다. 주정도수가 약 15도 이상이다. 약간 끈적끈적하고 노리끼리한 색깔이 난다.

그럼 막걸리는?

동동주를 약간 마시고 청주를 조금만 떠서 두고 난 뒤 삼베 같은 천을 필터 삼아 남아있는 밥알까지 으깨어 걸러 농사철에 새참 삼아 먹는 것이 막걸리이다. 이는 주정도수가 약 4도정도.
희다고 백주, 농부들이 마신다고 농주, 막 걸렀다고 막걸리이다.
일꾼들이 취하지 않고 배부르게 마시는 술이다.

냉장고 없던 시절,
여름에는 술이 쉽게 시어지므로 술독을 땅에 묻어 서늘하게 보관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소주는?

보통 소주용 술밑을 담아 간단한 원리로 증류를 한다.
즉 큰 가마솥 무쇠솥뚜껑을 엎어놓고 꼭지아래에 바가지를 띄우고
여린 불로 증류를 하면서 위의 뚜껑에는 찬물을 계속 갈아주면 아래에 소주가 모인다.
물론 소주 만드는 떡시루 같은 옹기, 동고리 또는 소줏고리가 있다.

개소주나 염소소주도 이와 같이 하기 때문에 뒤에 소주란 말이 붙는다.

 

우리도 전에는 일본의 地酒(지사께)처럼 지방마다, 양조장마다 각각 술맛이 달랐다.
그러나 어느 날 정부의 규제로 주정을 전국을 통일 시켜 배급하여 작은 양조장의 고유한 맛들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후 정책이 또 바뀌어 지금은 또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가양주를 보호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명주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먼저 문배주는 원래 이북의 소주로써 좁짤을 주원료로 하여 대동강 물을 가지고 빚은 배 냄새가 풍기는 독한 술이다.
면천(얼마 전 충청도 당진의 영탑사 다녀오는 길에 지나던 곳이 바로 면천이었다) 두견주는 찹쌀을 주원료로 하여 진달래를 첨가하여 술을 담아 그 빛깔이 은은한 분홍빛과 향기가 좋으나 우리 의사가 알아야 할 것은 진달래술에 의한 중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경주 교동의 법주는 경주 최씨댁 마당의 우물물을 사용하여 찹쌀을 주원료로 담고,
한산 소곡주는 멥쌀, 누룩, 술밑, 찹쌀밥을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아 100일간 땅속에서 숙성시키며 먹고 일어나기가 힘들어 별칭이 앉은뱅이 술이라 한다.
또 안동 소주는 과거 안동에서 약간 떨어진 제비원소주가 유명하였으나 지금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조옥화 안동소주가 있다.


최근의 소주는 주정도수 20도 미만이 주종을 이루어 이거 원 싱거워서 마실 수가 있나요?

그러나 내가 마셔본 바로는 술은 아무리 싼 술과 형편없는 안주라도 분위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요즈음은 술을 담글 때 한 겨울에도 술독을 전기담뇨로 싸서 담기도 한다고.
어머님 생전에 담그어 주시던 잊을 수 없는 술맛이 그립고,
그 know-how를 처가 전수 받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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