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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목에 난 수염 - 서 량*69

2008.05.31 20:33

서 량*69 Views:7126



http://blog.daum.net/stickpoet

내 목은 자라 목이야

시방 내 목이 위태위태해. 밖에

천둥번개가 난동을 부리는

토요일 저녁에 면도를 하는 중에

 

터틀넥을 입고 터틀넥 한가운데 지퍼를 꼭대기까지 올리고 머플러도 하지 않은 채 쏘다닐 때 내 목은 수염 하나 없이 만질만질했어.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면 목 안에 용암처럼 뜨거운 가래도 많이 생겼지. 청명한 6월 초순 하늘이 내 머리에 마구 쏟아져 내린다. 곰팡이 냄새 물씬한 지하실 다방에서 아리랑 담배를 태웠어요. 겨울에 피는 담배 연기 냄새가 아직도 참 좋아 너무나 정말

 

면도날 속에서 AA 배터리가 부릉 부르릉

진동하고 있어. 내 목젖도 부르르 진동하고 자라 목도

개울물 속에서 부들부들 진동해. 공명이야 정말

소스라치는 공명이야. 머리 나쁜 삽살개

입가에 삐죽삐죽 달린 수염처럼 그렇게

수염이 길지는 않아요. 수염을 도려내기

위하여 시방 목에 칼을 대고 있어. 떨리는

손으로 후회도 미련도 없이. 밖에

시커먼 하늘을 힐끗힐끗 곁눈질 하면서

 

©서 량 200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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