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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27.

사진편집인상


[중앙일보]
입력 2006.10.10 18:01 / 수정 2006.10.11 04:04


취재 않고 3년간 편집에 열정 쏟아 - 아버지 "박사학위 딴 자식보다 대견"


미주리대에서 받은
올해의 사진편집인상.
첫 취재 이후 열심히 일했다. 사진이야 10대 시절부터 미쳤던 것 아니던가. 독창적이면서 느낌이 있는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다. 시사잡지의 사진들은 대체로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운이 좋으면 아마추어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은 창의력이 더 중요한 요소였다. 소재의 의미를 최상의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두뇌가 필요했다. 바쁘게 움직인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사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좋은 사진 덕분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사진기자에게는 한계가 있었다. 촬영하는 것으로 임무는 끝이었다. 지면 제작에는 사진 촬영보다 편집이 더 중요했다. 편집자는 어떤 사진을, 어느 정도 크기로, 몇 매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어느 매체보다 사진기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었지만 최종 결정은 편집자 몫이었다.

어떤 사진을 취재할 것인가는 기획회의에서 결정됐다. 나는 그런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싶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편집부장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자 나에게 편집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나는 이전부터 편집에 특별한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 편집이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구성해 함축적.미적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시각적 요소만 중시해서는 안 된다. 내용이 더 중요하며 제대로 된 편집을 하기 위해서는 주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야 했다.

3년 동안 열심히 편집 일을 했다. 기사를 거듭 정독하고 수많은 사진을 보고 또 봤다. 취재기자와 함께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사진기자로부터 취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사무실에 혼자 남아 새벽까지 일에 몰두한 날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힘들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1970년 미주리대 저널리즘 위크 축제에서 '올해의 사진편집인상'을 받았다. 그 상이 어떤 상인가? 저널리즘 학문 분야에서 미국 최고 권위의 미주리대가 한 해 동안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한 편집자에게 주는 상이다. 불과 몇 년 전 차가운 복도에 앉아 단상의 수상자들을 보며 막연하게 꿈꾸던 바로 그 상이었다.

한국으로 전보를 쳐 부모님을 시상식에 초대했다. 입사 때는 부모님께 연락도 하지 않았었다. 교수나 박사가 아니면 이해해 주실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답장을 보냈다. "네가 한국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외국 여행은 불가능하고, 더구나 부부가 같이 나갈 수는 없다."

궁리 끝에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써 선처를 부탁했다. 청와대의 조사가 시작됐고, 비서실 직원이 우리 부모님을 방문한 지 사흘 뒤에 여권이 발급됐다. 시일이 촉박했기 때문에 부모님은 시상식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얼마 뒤 워싱턴에 도착했다. 한복 차림으로 회사에 들른 아버지는 내가 받은 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박사학위 두세 개 딴 자식보다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셨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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