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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친구 시집 "돌맹이"의 발문에서(시를 추가함)

2008.07.30 00:17

유석희*72 Views:8793

 

이 세상 떠날 때까지 반야심경을 사경하겠다는 친구 성길,

그의 시집 “돌맹이”이의 발문을 대신하여 휴암스님과 짧았던 인연을 쓴다.


어느 가을 학교 동창들과 팔공산 등산을 했다.

은혜사에서 숲길을 따라 팍팍하게 2km쯤 올라가면 탁 트인 공간,

한 곁으로는 맑은 물이 흐르는  아늑한 곳에 자리 잡은 기기암(寄寄巖)이 있다.

“寄身娑婆 寄心淨土” 의 첫 자들만 따서 지은 이름이다.


이곳에 마산고 문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법대를 나왔지만

세속의 작은 지식을 버리고 불교의 큰 지혜에 귀의 하신,

내 나이보다 네 살 위인 학승, 휴암스님이 계시었다.

*68년 졸업 이홍규선생님은 마산고 이과 수석 졸업함.

개울물소리에 산들마저 잠든 늦은 밤

“장군죽비” 등 여러 글을 발표하신 스님은

인자하신 모습과 온화한 말씀으로 도회지에서 슬픔과 괴로움에 찌든 내 마음을 얼싸 안아주고

손수 달여 주시는 차로 지친 몸을 넉넉하게 풀어주셨다.


다음날 상쾌한 아침엔 김밥까지 배낭에 넣어주며

살다가 고달프면 언제나 이곳에 와서 쉬어도 좋다고

절문 밖까지 따라 나와 손을 흔들어 주시던 스님.


늘 “나는 죽으면 물고기 밥이 되어야지” 하시며 더없이 행복하게 보이더니.

몇 해 전 여름 춘천 海源寺에 가는 길에 가사와 바랑을 벗어 놓으시고

멱 감으러 들어 가셨다가 1년 후 생전 모습 그대로 떠올라 다비식을 올렸다.


속가에 부탁하실 일이 있으시면 한번 씩 전화를 하시고는

왜 한번 기기암에 내려오지 않느냐고 그 목소리 아직 귀에 생생이 맴돌아

내생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래 고생이 많았지” 빙그레 웃음 띤 얼굴로 맞이해 줄 것 같다.

짧았던 휴암스님과의 인연이 잊을 수 없이 아름답다.


    "돌멩이"

    나는
    모래도 바위도 모르는
    돌덩이보다도 연약한
    돌멩입니다.

    누가 부처이고
    누가 부처가 아닌지
    흙 속에 썩을 뿌리 하나 없는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떠 내려온 돌멩입니다.

    선머슴아 가벼운 팔매질에
    참색,슴 파닥이다
    가끔 해나면
    명상의 솔개그늘 즐기는
    돌멩입니다.

    텅 빈 하는 날지 못하는
    오대천 물따라 아득히
    떠 내려가는 나는

    아무렇게나 박히고 흘러 들어가
    어디든 부딪히고 널리는
    돌멩입니다.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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