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Eurasia 횡단 기차 여행기

나는 올 여름 3만 리 대장정의 기차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전라남도 목포를 출발하여 도라산 역까지 간 다음 경의선의 북한 구간을 건너뛰고 중국 단동에서부터 베이징과 울란바토르를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모스코바까지 간 후 계속해서 동구권 여러 나라를 통과하여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기차여행을 했으니 그 거리가 약 12,000 km에 달한다.

원래는 이렇게 긴 기차여행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대학교 동기생 사진동호회에서 마련한 9,000 km의 시베리아 횡단열차여행에 참가하였던 것인데 이왕 모스코바까지 간 바에야 바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느니 동구권을 관통하여 이스탄불까지 내려와 귀국하면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아니냐는 유혹이 있었고 이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70살이 넘은 나이로 시베리아 열차횡단이라는 보름이 넘는 장거리 기차여행에 나섰는데 앞으로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맞이할 가 싶어 주저 없이 열흘간의 추가 기차여행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모스코바까지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9명이 팀을 이루어 사전에 기차표와 호텔 예약이 가능하였지만 모스코바 이후 동구권 기차여행에서는 혼자서 가야하고 기차표와 호텔의 사전예약이 되지 않을뿐더러 영어가 통하지 않는 지역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러시아어 통역사가 동행하게 되어 무사히 26일간의 기차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목포를 출발지로 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동서양을 잇는 세계최장 철도여행을 한다면 극동 한반도 남단의 목포나 부산을 떠나 유럽 서남단 포르트갈의 리스본까지 가는 것일 텐데 현재 목포 시장이 대학교 동기생이라는 인연이 있어 세계최장철도여행 출발 이벤트를 목포에서 한 것이다.

도라산 역에서 북측의 경의선 선로를 바라보니 50 여 년 전 설레던 기차여행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새로워졌다. 당시 1950년 개성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시내 동화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 그 작품을 서울 중앙방송국에서 발표하기 위해 어느 일요일 아버지 손을 잡고 개성에서 서울까지 기차여행을 하기로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 날이 바로 6월 25일이었다.


dorasan.jpg
도라산 역 철로

중국 단동에서 끊어진 압록강 철교를 보니 또 다시 6.25의 상흔이 되 살아났지만 그 이후 기차여행에서는 온통 사진 찍는 데 몰두하며 2만장이 넘은 사진을 찍었다. 필름 사진기에서는 상상도 못할 숫자이지만 필름 값이 안 드는 디지털 카메라이기 때문에 가능한데 문제는 주책없이 많이 찍은 사진 중에서 잘 못 찍은 사진은 삭제하고 수평과 구도를 교정하여 제 대로 된 사진을 골라내는 컴퓨터 작업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 아직까지도 이번에 찍은 사진을 다 정리하지 못하고 있어 성우회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broken aprok river bridge.jpg

단절된 압록강 다리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점은 모스코바 한 곳이지만 극동의 출발점은 세 갈래가 있어 9명의 팀원도 세 갈래로 나뉘었다.

시베리아 루트는 블라디보스톡을 시발점으로 하는 9,258km, 만추리아 루트는 베이징 시발 하얼빈 경유 8,986km, 몽골리아 루트는 베이징 시발 울란바토르 경유 7,621km 인데 나는 이 중에 몽골리아 루트에 속하게 되었다.

울란바토르에서는 한국 사람과 얼굴 모양이 똑 같은 몽고인 여행사 여사장의 안내로 몽고 전통 가옥인 원형의 게르에서 일박을 하였는데 다음 날 아침 우리가 잤던 게르 위로 무지개가 떠오르자 몽고에서는 한국을 무지개 나라라고 부른다면서 무지개 나라에서 온 손님 때문에 무지개가 떴다고 즐거워하기도 하였다.


rainbow.jpg

게르 위에 뜬 무지개


몽고의 대 초원지대와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을 며칠씩 달리는 기차여행이어서 지루하리라 생각되었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대평원의 풍광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기만 하면 한 폭의 그림이 되기 때문에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못하였다. 바이칼 호수 옆을 지날 때는 마침 동 틀 녘이어서 열차 차창을 통해 일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세계 문화유산이 있는 큰 도시에서는 가끔 내려서 1박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9,000km에 달하는 러시아 횡단열차는 시발점에서 종점까지 한 번도 안 내리고 달리면 6일이 걸리는데 우리는 15일 만에 주파하였으니 반은 열차에서 자고, 반은 호텔에서 잤던 결과가 되었다.

열차의 편의시설은 여러 가지 기차를 갈아탔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데 화장실만하더라도 재래식으로 배변이 선로로 직접 떨어져 역 도착하기 전후 30분에는 사용을 못하는 기차도 있고 비행기의 화장실처럼 공기흡입식으로 되어 있는 기차도 있으며 차량에 따라서는 화장실에서 샤워도 할 수 있는 등 다양하다.

뜨거운 물은 거의 모든 기차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업체가 만들어 많이 팔리고 있다는 도시락 라면으로 간단한 식사도 해결할 수가 있었다.

사진을 많이 찍는 여행에서 필수적인 준비물이 카메라의 배터리 충전기와 메모리 카드에 담긴 사진을 대용량 이동식 저장장치에 옮기기 위한 노트북 컴퓨터인데 이들 모두 기차에서 이용이 가능하였다.

여행 준비물로 여벌의 옷가지와 볶은 고추장,김 등을 가지고 갔으나 그 곳 여름도 한국의 여름만큼 더워 오히려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기도 하였고 볶은 고추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여행 짐을 줄이기 위하여 팬티는 부직포 일회용 팬티를 가지고 갔고 여행 기간 동안 면도를 하지 않기로 작정을 하고 면도기를 가져가지 않았더니 여행 마지막 날 흑해 크루즈 선상에서의 얼굴에는 흰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었다.


in train.jpg

열차에서 메모리 카드의 사진을 대용량 저장장치에 옮기는 노트북 작업


이번 여행에서 가장 지루했던 기간은 보기 체인지(Bogie Change)기간이었다. 러시아 철도는 유일하게 광궤이어서 중국이나 유럽에서 러시아 국경을 넘을 때는 여권 조사 통관과 함께 열차 바퀴를 교체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내가 속한 몽골리아 루트에서는 여섯 시간이 걸렸고 , 다른 팀인 만추리아 루트에서는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내 경우는 러시아에 입국할 때 외에 모스코바를 떠나 폴란드 와르소에 가기 위해 벨라루스를 통과 할 때도 보기 체인지를 하였고 그 때도 다섯 시간가량 걸렸다.

모스코바를 떠나 터키의 이스탄불까지의 기차여행을 나는 나의 세계 최장철도여행 도전의 제2라운드라고 부르는데 벨라루스,폴란드,오스트리아,헝가리, 루마니아,불가리아,터키의 7개국 6개 도시에서 한 나절 또는 하루 씩 기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었는데 그 도시들은 프라하,비엔나,부다페스트,부쿠레슈티,소피아,이스탄불 등 주로 세계 문화 유산이 있는 도시들이었다.(사진5)

이번 여행에서 들른 러시아와 동구권 여러 나라들은 과거 동서 냉전시대에는 발도 들여 놓지 못했던 곳인데 이번에 보니 어디가나 맥도날드, 코카콜라 광고판과 함께 삼성 현대 LG 등 한국 기업의 광고판이 보여 개방된 공산권 모습과 대한민국의 활약상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장거리 철도여행의 대미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흑해 크루즈를 타는 것으로 장식하였는데 그것은 황해의 목포에서 시작한 철도여행을 아시아 대륙을 건너 유럽의 흑해에서 마감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black sea cruise.jpg

흑해에서

이번 철도 여행의 기록은 대략 12,000 km 정도로 추정하는데 단일 여행으로, 그것도 70세 이상의 노인으로서는 아마 한국에서는 기록이 아닐가 생각되지만 아직 자세히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열차 여행 거리를 자세히 계산한다면 불가리아에서 터키로 넘어갈 때 터키 경내의 이스탄불까지 300km 구간은 철로 보수작업으로 버스로 대체되었는데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로 갈 때 나의 동행이 비엔나 역 플래트 홈에 두고 온 가방을 찾으러 함께 되 돌아 갔다 온 거리가 그 만큼 되니 총 열차여행 기록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istanbul.jpg

이스탄불

무릇 열차여행에는 낭만이 있다. 낭만 열차라는 말은 있어도 낭만 비행기라는 말은 없지 아니한가. 요즘도 나는 26일간의 열차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당시를 회상하는 낭만에 빠져들곤 한다.

No. Subject Date Author Last Update Views
Notice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2016.07.06 운영자 2016.11.20 18194
Notice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2016.07.06 운영자 2018.10.19 32348
Notice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2016.06.28 운영자 2018.10.19 5925
Notice How to Write a Webpage 2016.06.28 운영자 2020.12.23 43841
312 Greece and Turkey II / Elgin's Marbles [6] 2013.06.18 조승자 2013.06.18 4046
311 Our trip for 2011 [1] 2011.10.10 백길영*65 2011.10.10 4060
310 Africa today (Revised) [2] 2013.07.26 민경탁*65 2013.07.26 4116
309 Cartagena, Colombia and Aruba [7] 2013.03.14 홍초미#65 2013.03.14 4119
308 청량산 답사기 [3] 2012.08.23 김창현#70 2012.08.23 4201
307 인도기행 [5] 2012.03.21 노영일*68 2012.03.21 4211
306 Fuerte Amador ( for Panama City) [8] 2013.03.03 홍초미#65 2013.03.03 4233
305 두류동의 이틀밤 [6] 2011.10.07 김창현#70 2011.10.07 4235
304 [인도기행사진] Ellora Caves, near Aurangabad [1] 2012.03.21 백길영*65 2012.03.21 4275
303 [고국방문기] 1, Introduction [13] 2012.06.01 황규정*65 2012.06.01 4296
302 Aarhus, Denmark [7] 2012.08.26 Chomee#65 2012.08.26 4333
301 Greece & Turkey V / Konya and Antalya [7] 2013.06.24 조승자 2013.06.24 4356
300 영국 여행기 I, Prologue [14] 2013.10.27 황규정*65 2013.10.27 4428
299 Greece and Turkey III / Pergamun and Ephesus [5] 2013.06.20 조승자 2013.06.20 4435
298 Greece and Turkey VI / Cappadocia [8] 2013.06.25 조승자 2013.06.25 4503
297 Camping Trip to the Yosemite National Park [11] 2012.01.11 조승자#65 2012.01.11 4505
296 Mount McKinley 종주등반의 회고 [12] 2011.07.13 운영자 2011.07.13 4523
» [Eurasia 기차여행] 3만리 대장정의 기차 여행기 (1) [3] 2012.10.15 심명기#상대63 2012.10.15 4527
294 [여행기] 신들의 도시에 가다, 그리스 아테네 [3] 2012.10.01 정목일#Guest 2012.10.01 4551
293 Lake Tahoe 에서 ( #1 ) [9] 2013.08.10 홍초미#65 2013.08.10 4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