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30 16:47
청자(靑磁)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鄕愁)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데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집필 의도 및 감상 노천명은 고독과 향수(鄕愁)의 시인이다. 그러므로 그의 대부분의 시는 흘러가 버린 옛날을 그리워하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젖어 있다. 시 <푸른 오월>도 이와 같은 노천명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시이지만, 감상에 젖어 과거 지향적인 세계에만 빠져 있지 않고 이 시 끝 부분에 과거의 향수를 떨쳐 버리고 미래 지향적인 희망의 세계로 비상(飛翔)하고자 하는 특이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고독과 향수에만 젖어 있기에는 ‘오월’이란 계절이 너무 아름답고 생명이 약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시는 향토적인 우리 고유의 정감과 화려하고 화사(華奢)한 서양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오월의 계절적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다. 오월에 대한 감각적인 표현과 함께 이 점이 오월에 대한 화려한 느낌을 북돋우고 있다. 특히 청색 이미지를 사용하여 생명으로 충만한 오월의 약동감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시의 제목을 왜 <푸른 오월>로 했는지, 왜 희망과 기쁨으로 미래 지향적인 결말로 끝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본 이해 항목 주제 : 오월의 아름다운 정취(情趣)와 새로운 각오. 성격 : 전원적, 향토적, 회상적, 미래 지향적. 어조 : 갈등 속에서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희망에 찬 어조. 심상 제시 방법 : 묘사적 심상. 심상의 종류 :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심상. 이미지 : 회화적, 색채적, 상승적 이미지. 단락 구성 : 제1단락(제1연~제3연) ㅡ 아름다운 5월의 현실 세계 관찰. 제2단락(제4연~제6연) ㅡ 계절감과 관계된 과거 시절을 회상함. 제3단락(제7연~제9연) ㅡ 갈등을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로 지향함. 참고 : 이 시의 표기는 원문이 아니라, 1960년대 말 <국어> 교과서의 표기를 바탕으로 했음을 밝힌다. 출전 : 시집 <창변(窓邊)> (1945.) 시어 및 구절 풀이 청자(靑磁) 빛 하늘이 ~ 첫여름이 흐른다 ㅡ 5월에 대한 계절감이 한 폭의 풍경화와 같은 회화적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위로 ‘청자 빛 하늘’, 아래로 ‘연못 창포잎’ 등 청색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싱싱하고 생동하는 5월의 정취를 채색하여 이 시의 제목 <푸른 오월>임을 나타내고 있다. ‘창포잎”과 더불어 밑의 ‘라일락’, ‘종달새’ 등은 5월의 계절감을 잘 나타낸 시어들이다. 한편 제1연의 ‘청자 빛 하늘’, ‘육모정 탑’, ‘연못 창포잎’, ‘여인네 맵시’ 등은 우리 고유의 향토적인 정감을 드러내고 있는 표현들이다. 라일락 숲에 ~ 푸른 여신(女神) 앞에 ㅡ 화려하고 아름다운 5월의 계절감이 화사(華奢)한 서양적 이미지로 그려져, 제1연의 한국적인 향토적 표현과는 대조를 이룬다.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는 시적 자아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생각이 5월의 계절감에 사풋이 깃들임을 말한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女神)’은 원관념인 ‘오월’을 보조관념인 ‘계절의 여왕’과 ‘푸른 여신(女神)’으로 표현한 이중 구조로 된 복합 은유이다. 독일의 괴테도 ‘Im wunder schÖnen Monat Mai’[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오월에]라고 노래했듯이 5월은 일년 중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계절이다.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ㅡ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계절을 맞이하여 시적 자아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자신을 생각하게 되고 고독을 느끼게 된다.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鄕愁) ㅡ 걷잡을 수 없이 갑자기 왈칵 몰려드는 향수를 말한다. 어찌하는 수 없어 ㅡ 자기 의지를 가지고 몰려드는 향수를 제어할 수 없음을 진술하고 있다.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ㅡ 옛날의 회상으로 잠겨가는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긴 담을 끼고 ~ 무지개처럼 핀다 ㅡ 추억의 실마리를 따라가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빠지는, 과거 회상에 잠긴 상태를 나타낸다. 풀 냄새가 물큰 / 향수(香水)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ㅡ 1) 상상을 통한 후각적 심상이 두드러지게 표현되었다. 2) ‘풀 냄새’는 자연적 냄새이고, ‘향수(香水)’는 인위적인 냄새이다. 청머루 순이 ~ 한나절 꿩이 울고 ㅡ 시각적 심상과 청각적 심상으로 한가롭고 평화로운 5월의 전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ㅡ ‘활나물’은 콩과에 딸린 한해살이 풀로, 자줏빛 꽃이 피고 나물로 먹는다. ‘호납나물’은 원문에 ‘혼닙나물’로 되었는데, 한 겹으로 이루어진 잎사귀 나물로 ‘홋잎나물’이라고도 한다. ‘젓가락나물’은 원문에 ‘적갈나물’로 되었는데, 미나리아재비과의 두해살이 풀로 8월에 노란 꽃이 핀다. ‘참나물’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향기가 난다. 어린 잎은 나물로 식용하며 흉년에는 구황용(救荒用)으로 쓰이는 나물이다. 활나물 ~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ㅡ 나물을 캐던 과거의 어린 시절의 회상에 잠겨 옛날을 그리워하며 향수(鄕愁)에 젖는다. 여러 가지 나물의 종류를 제시한 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鄕愁)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나의 사람아 ㅡ 지금은 소식을 모르는 과거의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며 그의 이름을 불러 본다.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ㅡ 아름다운 계절인 5월을 맞이하여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로 지향하고자 하는 생각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향수에 젖어 이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착잡한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보리밭 푸른 물결을 ~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ㅡ 종달새가 하늘로 힘차게 비상(飛翔)하듯이 상승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5월을 맞이한 약동하는 희망에 찬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오월의 창공이여! / 나의 태양이여! ㅡ 시적 자아는 초라한 현실과 고독을 떨쳐 버리고 희망과 기쁨에 가득 찬 미래 지향적인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그와 같은 새로운 각오를 강조하기 위하여 영탄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향수’와 ‘고독’의 과거 지향적인 시를 쓰던 시인이 미래 지향적인 시를 쓰게 되었다는 것은 시인의 내면적인 변화라기보다는 밝은 이미지인 아름답고 화려한 계절인 5월이 시인에게 준 감동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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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 시인 노천명(盧天命)
아버지가 죽자 1919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이사하여 진명보통학교에 입학, 5학년 때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진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34년 이화여자전문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문단 친우로는 모윤숙(毛允淑)·김광섭(金珖燮)·이헌구(李軒求) 등이 있다. 홍해성(洪海星)·유치진(柳致眞)·김진섭(金晉燮)·서항석(徐恒錫) 등이 주관하여 결성한 극예술연구회(劇藝術硏究會)에 참여하여 활동하기도 하였다.
1938년 체호프(Chekhov, A. P.)의 〈앵화원 櫻花園〉을 공연할 때 모윤숙과 출연하여 아냐역을 맡기도 하였다. 이화여자전문학교 졸업 직후 조선중앙일보사(朝鮮中央日報社)학예부 기자로 근무하다가 3년 뒤 신문사를 사임하고 잠시 북간도의 용정(龍井)과 연길(延吉) 등지를 여행하고 나서, 《여성 女性》의 편집부와 매일신보사(每日新報社)학예부 기자로 근무하였다.
8·15광복 후에는 서울신문사 문화부와 부녀신문사 편집차장을 역임하였다.
6·25남침 당시 피난하지 못하고 서울에 남아 있다가 임화(林和) 등이 주도하는 문학가동맹(文學家同盟)에 참여한 혐의로 수복 후 구속되어 옥고를 치렀다.
이어 중앙방송국 촉탁으로 있으면서 서라벌예술대학에 출강하는 한편,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에 있으면서 《이화 70년사》를 집필하기도 하였다. 이 무렵 극도로 쇠약해져 재생불능성 뇌빈혈로 1957년에 죽었다.
노천명의 시작 활동은 이화여자전문학교 재학 때부터 시작되었다.
진명여자고등보통학교 시절에도 당시 일본에서 간행된 어린이 잡지에 응모하여 입상하는 등 시재(詩才)가 뛰어나, 시를 지어 학우들 앞에서 낭독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화여자전문학교 시절에 발표한 시는 〈고성허(古城墟)에서〉(뒤에 滿月臺로 개작)외 5편을 《이화》지에, 〈밤의 찬미(讚美)〉 외 2편을 《신동아》에, 〈제석 除夕〉을 《신가정 新家庭》에 발표하였다. 졸업 후 1935년에는 《시원 詩苑》 동인으로 시 〈내 청춘(靑春)의 배는〉(1935.2.)을 발표하였다. 노천명을 ‘사슴의 시인’이라 하는데, 〈사슴〉은 1938년 간행된 제1시집 《산호림 珊瑚林》에 실린 49편 중에서 대표작의 하나이다.
여기에는 또한 〈자화상 自畵像〉·〈귀뚜라미〉·〈생가 生家〉·〈장날〉·〈연잣간〉·〈돌아오는 길〉 등의 작품이 널리 읽혀지고 있다. 제2시집 《창변 窓邊》은 1945년 매일신보사에서 간행되었는데 〈남사당 男寺黨〉·〈춘향 春香〉·〈푸른 오월〉·〈장미 薔薇〉 등을 주요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고독과 향수, 소박하면서도 여성특유의 섬세한 정감의 세계, 이것이 그 초기시집 《산호림》과 《창변》의 시편들에 일관하는 특색이 되고 있다.
이때의 시세계는 망향의 정을 담은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풍물시들을 잘 절제된 감정으로 투영시켜 표현하고 있다. 그의 후기 시세계로 나타나는 제3시집 《별을 쳐다보며》(1953)는 6·25사변 당시 옥고를 치른 체험을 바탕으로 쓴 옥중시 〈영어(囹圄)에서〉 외 20편과 그밖에 〈설중매 雪中梅〉·〈검정나비〉·〈그리운 마을〉·〈별을 쳐다보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때의 시경향은 감옥에서의 수난체험과 거기서 오는 현실도피적인 시, 반공애국시, 그리고 고향에의 향수 등이 담겨 있다. 제4집 《사슴의 노래》는 그의 사후 1958년 한림사(翰林社)에서 간행되었는데, 수편의 미발표 유작시도 실려 있다.
대표시를 들면 〈유월(六月)의 언덕〉·〈비련송 悲戀頌〉·〈사슴의 노래〉·〈내 가슴에 장미(薔薇)를〉·〈나에게 레몬을〉을 꼽을 수 있다.
그의 시는 전통적인 여류시의 맥락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한편, 모순으로서의 인생, 고독과 비극으로서의 생의 본질을 끊임없이 응시하고 그것을 견디어나가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당대 여류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놓았다고 볼 수 있다.
산문집으로는 수필집 《산딸기》(1948)와 《나의 생활백서(生活白書)》(1954)·《여성서간문독본 女性書簡文讀本》(1955) 등이 있다. 이밖에 〈사월이〉(1939)·〈하숙 下宿〉·〈외로운 사람들〉 등 몇 편의 소설과 평론이 있다. 경기도 고양군 벽제면에 있는 묘지의 묘비는 김충현(金忠顯)의 글씨로, 시 〈고별 告別〉의 일절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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