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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의 하루
목을 늘린 CC카메라 속에
찬비가 찍힌다
광화문 앞을 걸어가는 우산도 찍힌다
당당히 행진하는 붉은 머리띠도 찍힌다
울부짖는 구호는 풍년가도 아닌데
끌려가는 꼬리에는 불고기 냄새
이끼 낀 덕수궁 담벽을 따라가는
비닐우산도 찍힌다
중국산 미세먼지로 숨통이 막히는 날
빌딩도 어지러워 흔들리는 날
또다시 짓밟히는 것은
빗방울들의 하루살이
두둘겨야하는 것은
답답한 우리들의 가슴이다
찬비가 찍힌다
찬비를 받는 우산도 찍힌다
불을 켠 노란 불방망이도 찍힌다
비에 젖는 세종대왕의 용포도
충무공의 칼자루도 찍힌다
무거워진 북악산의 하루가 찍힌다
Comment 1
-
서윤석-68
2016.01.20 00:55
지난 12월 15일 롯데 크리탈볼룸에서 있었던 함춘송년의 밤에 참석했다가 광화문 광장에서 목격하고 느낀 것을 묘사한 것입니다. 학생들의 의거인 419때, 탱크가 숭례문 앞에서 대기하던 516때도 저는 이 곳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역사의 현장을 본 기억이 납니다. 민족역사의 수치스럽던 흔적이던 돌로 만든 중앙청 건물이 철거되고 경복궁의 뒷전으로 처리되있었던 광화문이 다시 앞에 원래자리로 복고되었습니다. 두레박같은 북악산이 하얀 바위의 얼굴로 나라의 살림을 걱정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있었습니다. 5000원(미화 5불)짜리 비닐 우산으로 비를 받으며 걸어갔습니다. 데모대가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며 줄을 지어 차도를 차지하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남녀 노소시민들이 걱정하는 얼굴표정도 보았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에서 대한민국 젊은 피아니스트가 땀을 흘리며 두둘기는 피아노 소리도 빗방울 소리에 섞여서 함께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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