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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겨우내 잔인하게 불어대던 미시간 호수의 싸늘한 바람과 짖궂은 눈보라에도 굽히지않고 꿋꿋이 견디어내다가 이제 오월의 따뜻한 햇살을 받아 빠꿈히 꽃몽오리를 내밀고 있는것이었다. 하도 신통하여 매일 출퇴근길에 들여다보며 손주들이 자라나는것을 보듯 사진을 찍어 두었다. 이제 며칠만에 화사하게 핀 꽃봉오리를 들여다 보고 있자니 나의 마음도 활짝 열리는것 같았다. 김영랑시인이 그랬듯 나도 모르게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가? 작년에도 모란은 피었었다. 그러나 내가 미쳐 관심을 두기도 전에 벌써 꽃잎은 떨어지고 있었다. 꽃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음에 보니 꽃잎은 벌써 시들어져 떨어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꽃이 어찌 그리 빨리 시들어지고 마는가? 아름다운것들은 모두 빨리 없어져야만 하는가? 영원한 아름다움은 없는것인가? 떨어진 꽃잎은 추해 보였다. 꽃잎을 잃은 꽃봉오리도 추해 보였다. 싱싱하고 푸르던 잎사귀는 허연 곰팡이 같은것이 끼기 시작했다. 허탈감에 이어 분노마져 치밀었다. 한뼘정도 밑둥이를 남겨놓고 잘라버렸다. 말라 비틀어진 꽃잎과 희멀겋게 변색해버린 잎사귀와 함께 몽땅 싹싹 쓸어 쓰레기통에 쳐넣었다. 내년에 이 밑둥이에서 다시 싹이나와 꽃을 피울수있다는 확신도 없었으나 당장 주위의 화단을 더럽힌다는 죄명으로 처단을해 버린것이었다. 그러나 나에게서 그렇게 버림을 받고서도 금년에 또다시 아름다운꽃을 피워준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시인이 말한 찬란한 슬픔의 봄이었던가? 이제 꽃이 시들면 아마도 나는 다시 밑둥이만 남기고 잘라버릴것이다. 그리고 확신도 없이 다시 삼백예순날을 아쉬워하며 기다릴 것이다. |
Commen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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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70
2012.05.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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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탁*65
2012.05.21 15:21
洛陽과 牧丹
20 여년 전 洛陽에 들렷는데, 시내 중심가를 이 꽃으로 덮엇든데
여기 한국말로 누가 얘기를 써놧군요.http://www.startour.pe.kr/local/china/china_infom_LUOYANG.htm
금년 봄에 진한 붉은 목단꿏 한 포기 사다가 집에 놔두엇드니
잎이 시들고 죽은듯해서 버리려다
혹시나 해서 연못가에 이식햇드니 다시 새싹이 나오는군요.여기에 소개돤 중국최초의 절 백마사의 본당 불상이 없는데
알고 보니 어덯게 그불상이 Boston Museum 에 들어가 잇읍디다.
난장판에 누가 훔쳐다 팔어먹은게 틀림없지요.
미국이 낙양을 점령햇단 얘기는 못들어봐서 하는 얘기.차라리 미국에 가 잇는 것이 중국 국보가 더 안전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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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자#65
2012.05.22 02:33
모란은 화사하면서도 거만하지 않아서 좋아요.
화토짝에 오월달 꽃, 우리 어머님 얼굴입니다.
어릴적 형제들과 화토놀이 할때 모란이 나오면
"엄마 나왔다!"라고들 했던 꽃입니다.
노영일씨댁 정원에 모란이 한창이네요.
사진으로 보아도 마음이 흐뭇합니다.
우리 옛날집 정원에 모란이 화려하게 피곤 했지요. -
노영일*68
2012.05.22 14:06
만남의 기쁨은 잠깐이고 또 이별의 슬픔을 겪어야 하지만, 기다리는 행복은 길고 더욱 아름다운것.
모란이 피는 오월입니다.
시카고의 날씨가 가장 좋은 달이기도 하지요.
일년내내 오월 같았으면 좋겠읍니다만.... -
Chomee#65
2012.05.25 03:30
작년 5월 고교 50 주년 여행으로 영란 생가를 방문 하였는데, 모란은 이미지고 잎들만 무성하여서
아쉬운 마음이였는데, 송광사에는 모란이 한창 만발하였습니다.
남가자 주에서 보기 어려운 모란꽃들 구경 잘했습니다. -
노영일*68
2012.05.25 13:50
초미님,
영랑생가의 아름다운 시비, 또다른 모란
잘보았읍니다.
감사합니다. -
김이영*66
2012.05.27 19:29
이 나라에는 피지도 못한 젊음들이 있습니다.
그들도 내년에는 노영일선생의 모란같이 활짝 피어 오르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다시 피어날 기약도 하기 힘든 노인들도 다시 한번 노선생 정원의 모란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Mo-ran - the flower I woke up with every morning
when I was a young boy at home in Jinju - a vivid
memory it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