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3 11:28
이승훈이 써내려간 '짜릿한 금빛 반전드라마' [CBS체육부 백길현기자] 세계기록 보유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고글을 벗어 집어던졌다. 다가오는 코치를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지르며 손길을 뿌리쳤다. 은메달인줄 알았던 이승훈(22 · 한국체대)은 태극기를 다시 어깨에 두르고 빙판을 질주했다. 김관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이승훈을 들쳐매 '목마'를 태웠다. 금빛이 빛나는 역전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아시아의 스피드스케이팅 영웅이 된 이승훈이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 오발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0m 경기에서 1분58초55라는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조에 속해있던 이승훈이 올림픽 기록을 세웠을때만해도 "빙질이 좋지 않은 리치먼드 오발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웠다면 분명히 금메달을 따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맨 마지막 조에 속해 있던 세계기록 보유자 스벤 크라머가 변수였다. 12분41초69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크라머는 무섭게 질주했고 레이스 중반부터 이승훈의 기록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승훈의 스피드스케이팅 인생 자체가 역전 드라마다. 잘나가던 쇼트트랙 대표선수였던 이승훈은 지난해 올림픽 대표 선수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3개월간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툭 털고 일어난 이승훈이 선택한 것은 쇼트트랙의 시발점이 된 종목 스피드 스케이팅. 이규혁, 이강석, 모태범등 쟁쟁한 선수들이 있는 단거리는 포기했다. 그가 택한 것은 아시아 선수들이 한계를 느끼고 있는 장거리 종목. "체력은 정말 자신있다"는 이승훈은 모두가 꺼려하는 장거리에 모든 것을 바쳤고 출전대회마다 모두 이겼고, 모두 신기록을 세웠다. 올림픽 전 "이승훈이 잘하는 선수들과 레이스를 펼친다면 결과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가능성을 우리도 알 수 없는 선수다"라고 말하던 관계자의 말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번 올림픽은 이승훈에게 있어 3번째 10,000m 경기. 세번째 도전만에 이승훈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적을 만들었다. paris@cbs.co.kr <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 |
이승훈은 24일 오전(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리치몬드 오벌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서 12분58초55를 기록, 1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이로써 이승훈은 여자 500m서 이상화, 남자 500m 모태범에 이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은 이번 대회 5번째 금메달을 기록했다.
초등학교 4학년 스피드 스케이팅을 처음 시작한 이승훈은 쇼트트랙으로 전향한 뒤 기대주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2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서 쇼트트랙 3관왕을 차지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국가대표선발전서 탈락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을 결정했다. 지난 해 10월 전국빙상선수권대회서 첫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린 이승훈은 전향한지 7개월 만에 세계대회서 연거푸 기록단축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승훈은 지난 해 1월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서 13분21초04를 기록하며 아시아신기록을 달성했다. 아직 세계적인 선수와 대결은 무리라는 평가 속에서 올림픽 5000m에 출전해 밥 데용(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거머쥐며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날 열린 10000m서는 초반부터 무서운 체력과 지구력을 과시하며 올림픽신기록으로 당당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어 세계를 경악시켰다.
[이승훈. 사진제공 = 대한체육회]
김용우 기자 hilju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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