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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씨의 글과 그의 약력을 읽으면서

 

사람이 살다 죽으면, 남는것은 한줌의 재 아니면 한줌의 흙이되어 사라진다.
마치 들판을 지나가며 풀잎을 잠간 쓰다듬어 주고 사라지는 단 한번의 바람과 같은거다.
만일 혹시래도 잠시래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 남아 있는것은 하나의 약력이다.
Website에 쓰여진 이 작가의 "낙엽을 태우면서"와 그의 약력을 읽으며
문득 떠 오르는 생각을 써본다.
나에게 약력이 남는다면, 우연히도 그 사람의 것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어서 놀랜다.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했었고 존재하고 있지만,
이 사람처럼 태어나고 살아온 길이 나와 어디엔가 비슷하기에 더 흥미롭다.

더구나 그 비슷한점이 고향땅에 관련되니 우연의 일치라 할가.
 
이효석씨의 약력을 읽으면서, 그가 하나 하나 타서 재로 변하는 낙엽들을 봤던 것 처럼,
강원도 산골에서 시작해서, 한없이 먼길을 밟아온 나의 오랜 여정의 수많은 episode 들을
마치 낙엽 태워서 보내듯이 하나 하나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생각해 본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진부리는 그 옛날 대관령 스키장에 도착하기 바로전에 있었던
찬바람 불어대는 쓸쓸한 마지막 Bus 정거장이였다.
의과대학 다니전 시절에 서울과 강능을 연결하는 유일한 Pot-hole 투성이의 흙길 국도가
여기를 지나갔지만 시골도 그런 벽지의 시골은 드믈었을거다.
먼지 나는 길가에 초가집 몇채가 소위 진부리의 전부였다.
겨울방학이 되고 학년말 시험이 끝나면 여기를 지나갔고,
이른 봄이와서 개학이 될때면 또 여기를 지나갔다.
좁은 Bus 안에서 굽혀졌던 다리를 펴기위해 내려서 담배한대 피여물고 잠간 찬바람을 쏘이거나,
주위의 아름다운 산천을 순식간에 Sketch book에 그려보곤 했다.
나에게는 그당시 갈수없었던 내 고향처럼 정다웠고 아름다운 조그만 시골 촌이였다.

이효석씨 처럼 거기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였을가?
바로 그곳 북쪽 머지안은 곳에서 태어난 나같은 사람도 그중의 하나겠지.
서울 사람들은 흔히 시골사람을 "촌놈"으로 생각한다.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난 "감자바우"야 말해서 무엇하랴.
비록 진부리에는 논 밭도 좀 있었지만, 기껐해야 감자 파먹고 옥수수 쪄 먹으며 자란 사람이였을거다. 사실은 옳은 말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것도 없이 자랐으니 어이 촌놈이 아닐수가 있을가.

하지만 이들중에 지능적으로 우수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더구나 도시의 매마른 문화에 염색되지 않은채 감정적으로 순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많다.
문인이나 시인들중에서 시골 출신의 사람이 많은 이유의 하나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경성 제1고보를 거쳐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학교)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했는지는 나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얘기다. 그것도 1925년경에 말이다.
나도 우연히 거기에서 머지안은 곳에서 태어난후에, 우연인지 무언지, 서울에서 똑 같은 학교들을 졸업했지만, 그건 그가 졸업한지 거의 35년후인 현대 사회가 아니였든가?
아마 그는 시골의 큰 지주이며 양반집의 아들이였을가, 혹은 그의 총명함이 자연히 서울로의 길을 뚤은것일가?

이효석씨의 "낙엽을 태우면서"는 1938년 조선문학독본에 처음 기재된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니 글이 쓰여진것도 아마 그해 아니면 바로 그전이리라. 내가 태어나기 전이다.
그때라면 그의 나이는 31세, 젊은 나이로 타계하기 3-4년전이였다.
백화점에서 "코오피" bean을 사왔다니 이글을 쓸 당시 분명히 서울에 살었던 모양이라.
원고료의 박봉만으로는 그런 생활을 못했을거니 아마 다른 방법이 있었겠지.
그럼에도, "스키이" 를 시작할려는 생각을했고 Christmas Tree에 색전등을 달려했다니
아득한 그당시로는 드믈게 보는 현대인에 귀족이 아니였는가?
아니면 일제 강점기에 운이 좋았던 집안의 하나의 Bourgeois Pig 이였을가?

한가지, 그는 서울에 살면서 언제나 그의 고향을 그리워했던 모양이다.
특히 그건, 같은 감자바우 출신인 나는 잘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나도, 지금도 물론, 그와 같이 일생 내내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지 않었는가?

"스키이"를 생각했다는 자체도, 한 도시인의 순간적 허영의 생각이 아니였다면,
어릴때의 추억이 아니였을가? 1960년대에도, 훨씬 그전은 물론, 평창군 대관령 지방에서는
아이들이 아버지가 집에서 참나무 깍아서 만들어준 스키로 눈쌓인 학교길을 다녔다.
아마 그도 역시 그중의 한 아이로서의 회상이 아니였을가?
그의 가장 유명한 단편, "메밀꽃 필 무렵"도 평창군의 장돌배기 얘기다.
물론 문학인인 그가 조심스럽게 짜낸 Plot에 맞춘것이 겠지만,
배경의 소재는 전혀 무리없는 실화나 다름없다.
촌 사람 아니면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얘기 아닌가?

이것 저것 생각해보니 이효석씨와 나의 운명이 많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단지 그는 일제 강점기에 운이 좋았던 부유한 집안의 운 좋은 한 사람이였을 수 있지만
같은 시골 산골 태생으로 하나의 촌놈처럼 시작했던것이 나의 인생이다.
그랬다고 한들 나에게 유감이 있는것은 아니다.
이제 인생의 말년에 나도 일종의 Bourgeois Pig이 된것 같으니, 쓴 웃음을 스스로 짓게된다.
강원도 벽지 산골에서 태어난 나는, 단지 시대의 변천 (해방, 소련의 이북 점령, 625 사변 등등)에 밀리면서 도망 다니는중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어쩌다보니, 그와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서울대 입학후에는 공교롭게도 평창군이 나의 제2의 고향이 되면서 그 사람과 지역적 인연을 맺은 모양이다. 인생은 참 알수 없는것이지.

내가 지금 사는곳에서는 낙엽을 모을수는 있지만, 태우고 싶어도 태울수는 없다.
내 눈앞에서 낙엽들이 하나 하나 타서 재로 변하는것을 그저 연상 해 본다.
지금 내 나이에 남은것이라고는 낙엽밖에는 거의 없다. 새 순이 더 나오지 않는다.
한 낙엽이 타서 사라질때, 내 인생의 한가닥 Episode도 지워지는듯하다.
그러니 비록 낙엽이지만 그 하나 하나가 귀중하기 짝이 없다.
나에게는, 태워지는 낙엽이 "꿈의 시체"라기 보다는 "Splendors of Life"의 마즈막 섬광으로 여겨진다.
나의 견해가 다름은 내가 그 사람보다 적절한 시대에 태어서 가난한 젊은 시절을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려웠건, 쉬웠건, 좋았건, 나뻣건, 그런대로 나의 인생은 축복의 연속이며 아름답고 보람있는것으로 보여진다. 어려움과 나쁨이 없었던들 어이 쉬움과 좋음을 알수있으랴?

낙엽에 불이 붙어 순식간에 타면서 사라질 불꽃이지만, Glorious하게 활짝 빛나기를 바란다.
마치 죽어가는 별이 마즈막 순간에 Super Nova가 되는것 처럼.
마지막 불꽃과 함께 끝나는 한가닥 연기처럼, 아무 후회와 미련없이  깨끗이 사라져 주기를 바란다.
끝까지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모두 깨끗이 타 버리기를....



 
By SNUMA WM - February 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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