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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은주의 노래

2012.02.29 10:40

김창현#70 Views:6117

은주 의 노래 
 
                     노래:황금심, 작사:천 봉, 작곡:한복남

반겨줄 님이라서 찾아갔건만
발길을 돌려야 할 사람이었네
상처진 가슴 안고 울고 갈 길을
어이해 내가 왔나 진주는 천릿길

사랑에 버림받은 서러움 속에
오로지 그 사람의 행복을 빌며
모두가 운명인 걸 원망하랴
청춘의 슬픈 노래 진주는 천릿길





은주의 노래

모 건설회사 다닐 때 한계령 장수대에서 만났던 한 여인을 잊을 수 없다.

그 분은 서울대 영문과 출신으로 미모에다 거침없고 화려한 말솜씨를 가진 분이었다. 장수대란 곳은 설악산 국립공원 구역이라 여간해서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곳인데, 건축 허가 낸 자체로 보통 사람은 아니라 짐작은 했었다. 그러나 놀란 것은 그분과 만난 자리가 공사 수주차 내가 마련한 초대 자리인데,나보다 상당히 년상이기는 하였지만, 여자분이 술을 청하던 그 뱃장이었다. 호젓한 산속에서 미모의 여인이 술 마시자는데 세상 어느 남자가 속으로 싫어하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술은 제법 자신있던 나는 첫 잔 서로 ‘간빠이!’하며 은근히 이거 뽕도 따고 임도 보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대개 사람들이 초면에 흔히 그러듯 서로 고향이 어디냐고 인사차 묻다가 내고향이 진주라고 한 데서 무드가 급물결을 탔다. ‘김상무 고향이 진주라고 했오?’그분이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진주라 천리길,그 진주라 했오?’ 진주라는 지명을 거듭 반복하며 뭔가 깊은 사연이 있은 듯, 반갑다는 내색을 하며 나를 보는 품이 마치 꿈결에 사위 만난듯,숨겨둔 서방 만난 듯 했다., ‘진주라면 내가 사연 많은 곳이요. 김상무 오늘 당신 나하고 끝까지 마실 수 있지요? ’이렇게 의외의 선전포고를 하며 시동을 거는 지라, ‘선배님 실례지만 저도 절세미인과 마주앉은 이런 영광스런 자리는 피하는 성질이 아닙니다. 결코 먼저 물러서지 않습니다. ’ 장군에 멍군하는 식으로 응수하였다.

그분은 대학 졸업하고 김종필 중앙정보부장 때 일본에 파견되어 그곳 정재계 인물들 동태를 살피는 요원이었다고 한다. 영어 일어에 능통하고 미인에다 활달하고 뱃장 좋아 중앙정보부 요원 중 A급이었다고 한다. 그래 하늘 높고 땅 넓은 줄 모르고 미국이다 일본이다 설치고 다니며 세월 보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주변을 살펴보니, 똑똑하던 문리대 동기들이 전부 장가 들었고, 이리저리 수소문 해보니 진주 출신 한 친구가 남았더라고 한다. 부랴부랴 열 몇시간 기차 타고 천리길 진주에 가서 술도가집의 그 친구를 만나 남강 백사장을 같이 거닐며 결혼 했냐고 물어보니, ‘일주일만 먼저 오지.바로 며칠 전에 결혼 약속을 했다.’고 하더란 것이다. 그래 하도 억장이 무너져 밤새 촉석루 달빛 아래 거닐다 왔다는 것이다. ‘‘기가 막혀서!나 그래서 진주 촉석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아파. 김상무 나 이해하지?당신하고 만취하려는 것. ’그러시길래.‘선배님 제가 남강 백사장 달빛 아래 흐르던 40년 전 진주 유행가 한곡조 불러드릴까요? ’나는 노래를 불렀다.


 

반겨줄 님이라서 찾아왔건만
.....................진주는 천리길


진주 이재호선생이 작곡하고 손인호가 부른 <은주의 노래>였다.

사람들은 장미가 봄에 아름답게 피었다가 늦가을에 또한번 마지막 결정적  요염함을 뽐내다 가는지를 잘 모른다. 애잔한 늦가을 장미같은 그분이 멜랑코리에 젖어 날 쳐다보던 그 눈빛 잊을 수 없다. ‘아니 진주 남자들은 다 이런 멋쟁이로 잘 생겼어?’ 강원도 출신 최모 부총리가 서울대 후배고 도지사가 큰누님 모시듯 깍듯이 대한다던 그분이다. 섬섬옥수로 내 손목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덤어보며 ‘내가 오늘 당신한테 청춘고백 한 셈이지?.’하시는 것이다. 사실 술도가 그분 여동생 원모는 내 초등학교 동창이다. 영등포 구청 앞에서 복요리집을 하고 있다.그러나 나는 이 말은 하지 않았다.

‘김상무! 건물 완공되면 내가 여기 2층에 깔끔한 일본식 우동집 하나 할 생각이야. 한계령에 오면 반드시 날 찾아와서 보고가소. ’이렇게 시동생 대하듯 하시던 그 분과 곤드레만드레 취한 적 있다. 지금도 장수대를 지나가다 그 건물을 보면 그분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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