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2일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U-17(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여민지와 주수진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스페인을 2대1로 꺾었다. 결승 진출과 함께 역대 FIFA 대회 최고 성적도 올리게 됐다.
지난달 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작성한 3위를 한 달 만에 넘어선 것.
한국은 26일 오전 7시 북한과 일본(22일 오전 8시)의 승자와 우승을 다투게 된다.
팽팽한 접전이었다. 스페인은 짧고 정확한 패스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 나갔다. 전반 23분 스페인의 첫 골이 터졌다. 개인기로 왼쪽 측면을 돌파한 알렉시아 푸테야스가 넘긴 크로스를 아만다 삼페드로가 해결했다.
골을 허용하면 바로 따라붙는 한국의 저력은 이번에도 발휘됐다. 전반 25분 김나리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여민지가 헤딩 골로 연결했다. 여민지의 대회 8호 골. 여민지는 한국 선수 최초로 골든볼(최우수선수)과 골든부트(득점왕) 석권을 노리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골을 터뜨린 후 단체로 큰절을 하며 명절을 맞이한 한국 팬들에게 인사했다.
전반 39분엔 주수진이 역전 골을 터뜨렸다. 상대 공을 빼앗은 여민지가 내준 공을 받은 주수진이 단독 돌파로 골망을 갈랐다. ‘헛다리 짚기’로 상대 골키퍼까지 제치고 터뜨린 완벽한 골이었다.
후반 들어선 스페인이 파상공세를 펼쳤다. 칼데론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내는 등 김민아 골키퍼의 선방이 빛났다. 한국은 이금민이 몇 차례 기회를 잡았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스페인은 경기 종료 10여분을 남겨두고 ‘특급 조커’ 팔로마 라사로를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한국 수비는 더이상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한국 선수들은 기쁨에 부둥켜안았다.
스페인은 볼점유율과 슈팅에서 한국을 압도했지만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4강에서 주저앉았다.
동점골을 넣은 여민지는 이번 대회에서 8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순위 단독 선두에 올랐다. 7골을 넣은 경쟁자였던 독일의 키이라 말리노프스키가 8강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득점왕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여민지는 결승에서 한골만 더 추가하면 U-20 여자 대표팀의 지소연이 갖고 있던 FIFA 주관 대회 한국 선수 최다골 기록(8골)도 경신할 수 있다.
한국, 일본과 결승전에서 대결
한편 이어 열린 준결승 경기에서는 대회 첫 4강에 오른 일본이 지난 대회 우승팀 북한과 맞붙어
1-1로 맞서던 후반 25분 요코야마 쿠미의 역전 결승골이 작렬하며 2-1로 승리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선제골은 북한의 몫이었다. 전반을 득점 없이 끝낸 북한은 후반 14분 김윤미(4.25)의
프리킥이 골키퍼 몸에 맞고 나오자 재빨리 쇄도한 김금정(평양시)이 오른발로 밀어
넣어 앞서갔다.
하지만 일본의 저력은 매서웠다.
전반 초반 교카와 마이(도키와기 가쿠엔)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면서 선제골에 실패했던
일본은 후반 24분 하마다 하루카(JFA아카데미)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다카기 히카리(도코하 가쿠엔)가 골대 왼쪽에서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탄력을 받은 일본은 1분 뒤 ’골잡이’ 요코야마가 미드필드 지역 중앙에서 놀라운 개인기로
자신을 둘러싼 북한 수비수 4명을 따돌리고 나서 최종 수비수까지 제치고 결승골을 작렬해
역전 승리를 마무리했다.
아쉽게 결승 문턱에서 탈락한 북한은 오는 26일 오전 4시 스페인과 3-4위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