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병원일이 좀 한가한 화요일 오후 집사람을 데리고 덕수궁  나들이를 하였다.

요즈음 국립 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신여성 도착하다” 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나혜석이나  박내현 같은 초기 여성화가들의 작품은 물론 1 세대 한국 화가들이

실렸던 여성문필가들의 글, 무용가 최승희의 활약을 보여주는 사진 그림,가수

주세죽 관련 자료 등—여러 신여성 선구자들의 자료가 흥미로왔다.

무엇보다 “신여성들의 활동”에 대한 특집으로 1937 년 월간 잡지 조광(朝光)에

발표된  문화계 인사들의 글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생각치도 못 했던 나의 장인

되시며 1 세대 영화감독중의 한분이셨던 박기채 선생의 글을 발견, 감격하지 않을

아내 나이 다섯 살 어린나이,  6.25 때 납북되신 후 남한의 가족들 중 아무도

소식 한번 들은적 없었던 아버지의 글을 보게된 아내의 감회가 어땠을까—가슴이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담당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사진을 찍어 미국에 있는

처제, 처형, 동서,아이들에게 보냈다. 4월달  전시가 끝나기 전에 아마도 다시 한번

80년후의 만남                                조중행

흑백 영화 film 같은 1월의 겨울날 오후

어쩐지 

얇은 눈 흩어져있는 덕수궁 정원을 걷고 싶었네.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에 나온 귀한 그림 “탐구”

1930년 조선 여의사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나혜석”의 후회를

“주세죽”의 고민을

“최승희”의 무용 혼(魂)을 보았다.

전시된 잡지 조광(朝光’) 1937년 5 월호

퇴색된 페이지속 옛날 이야기

뜻밖의 낮익은 함자(啣字)의 그 분--저자 ‘朴基采”

글 제목 “映畵 女優”

한 개척자의 안타까운 고백을 보았네

내 장인 어른과 80년 후의  첫 만남이었네

금천교 지나서 대한문(大漢門)을 나와

환구단 옆 조선호텔 앞에서

나는 깨끗한 세비로(Savile Row”) 양복입은 한 신사를 만났다,

경성부 본정통 에서 전차를 내려

장곡천(長谷天) 路로 걸어오시는 그분 뒤로

춘원(春園) 이광수와 석영(夕影) 안석주가 웃으며 걸어 오고 있었다.

북녘 땅 어느 외로운 무덤에서 나오셔

微笑띤 얼굴의 그 분

내게 손 흔들며 지나가신 이 겨울 저녁.

                                      2018 년 1 월

* 박기채 (1906년 7월 24일---?)

   1927 년 교또  동지사 대학 졸업.

   한국 1 세대 영화 감독, 시나리오 작가

   한국 최초의 근대적 영화 회사(조선영화 주식회사) 창립

   일제강점기 이광수의 “무정”(1939) 을 각색 영화화 하여

                       큰 반향.(1939) ,

                       춘풍(1935), 나는 간다(1942),
                  조선해협(1943)  밤의 태양(1948)

                  등 여러 작품을 감독 발표했으나, “조선해협”한편만     

                  한국영상자료원에  남아있다.

해방후 좌경화하는 “조선영화동맹”을 탈퇴 우익 영화인들

   1950년 한국전쟁때 해방후 활동과 우익 영화 “밤의태양”

                    등으로  납북--.

여배우 한은진, 최은희 등을 데뷰 시켰고---

   나에게는 한번도 뵈온 적이 없는 장인 어른이시다.

             장인 장모님 왜정때 결혼 사진/방명록을 보면 당시

             한국 문화인 들이 총 집합한 모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