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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김희중 Essay] 부모님

2014.10.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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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2.


부모님

[중앙일보]입력 2006.09.04

군대식 생활 가르친 아버지 아들·딸 차별 않고 공부시켜


엄한 아버지(左)와 자애로운 어머니.
두 분은 금슬이 좋았다.
아버지(김용택)는 잘생긴 분이었다. 키는 크지 않았지만 풍채가 좋았고 콧날이 우뚝했다. 평생 카이저 수염을 길러 사람들로부터 멋지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많이 배우지는 못했다.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하지만 교양은 충분했다. 박학다식하고, 붓글씨 잘 쓰고, 고전음악 좋아하고, 카메라를 만질 줄 알았다. 어떻게 그런 소양을 갖추게 되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어머니(유창희)는 무려 8남매를 낳았다. 아들 둘, 딸 여섯이다. 둘째인 형 김일중과 다섯째인 내가 아들이다.

아버지는 엄했다. 자녀 교육열이 남달라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혼을 냈다. 가훈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이었다. 대청마루에 한자로 쓴 가훈 현판을 걸어놓고 하나하나 뜻을 설명하고는 "너희에게 줄 것은 교육밖에 없다. 공부를 마칠 때까지 부모의 책임을 다할 것이니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아들.딸 차별은 전혀 없었다. 딸들에게 "앞으로 세상에서는 남편이 없어도 스스로 살 수 있는 능력이나 기술이 있어야 여자도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들이라고 세뱃돈을 더 많이 주지도 않았고 과자도 똑같이 나누어 주었다.

이런 교육방침으로 자식들을 키웠으니 결과가 나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다. "1등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뭐가 부족해 1등을 못 한단 말이냐? 운동을 한다면 선수가 되어야 하고, 대회에 나가면 우승을 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최고여야 한다" 고 가르쳤다. 부모가 원한다고 자식이 반드시 그렇게 자라주는 것은 아닌데, 우리 남매 여덟은 모두 명문학교에 진학했다. 이것 역시 지금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한 친구가 부러워하며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껄껄 웃기만 했다. 형과 나는 경기고에, 누나 셋은 경기여고에 들어갔다. 하루는 이화여고 교장이 찾아와 "김 선생님은 딸들을 왜 경기여고에만 보내십니까? 이화여고도 좋으니 우리 학교에도 아이를 보내 주세요"라며 부탁했다. 그래서 여동생 셋은 모두 이화여고를 거쳐 이화여대에 들어갔다.

생활도 거의 군대식이었다. 이부자리 정리는 각자의 몫이었다. 아들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교복을 직접 다려 입었다. 이웃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학업성적만 강조한 것은 아니었다. '신사'가 되라고 했다. 아버지가 생각한 신사는 교양 있고, 지식이 풍부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도시 남성들이 신사복을 입기 시작한 때였다. 아버지가 보기에 그들은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이었던가 보다.

엄한 아버지였지만 어머니와는 금실이 좋았다. 어머니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일제시대에 전문학교까지 나온 인텔리였으며, 남편을 공경하고 자식을 사랑으로 기르며 일생을 보낸 분이다. 아버지는 가끔 시내에 나갔다 오면서 땅콩 한 줌이나 군밤 몇 개를 사와 어머니에게 쥐여주곤 했다. 어머니는 "뭘 이런 걸 다…"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어린 나는 무드를 깨지 않으려고 일부러 잠든 척을 하기도 했다. 온 식구가 한 방에서 살던 시절이었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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