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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김희중 Essay] 인생 5단계

2014.10.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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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1.


인생 5단계

1973년 서방 기자론 처음 북한 취재
'내셔널 지오그래픽' - 첫 유색인 편집팀장
 


북한 인부들이 김일성 얼굴이 새겨진 대형 부조물을 청소하고 있다. 필자가 찍은 북한 사진 중 당시의 북한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1974년 8월호에 실려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잠시 뒤면 모스크바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북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모스크바를 거쳐야 한다. 파리에서 이곳까지 오는 다섯 시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과연 북한대사관 측에서 마중을 나왔을까? 안내인 없이는 잠시도 머물 수 없는 곳이 소련이라는데. 북한을 취재하고 싶다고 했을 때 북한 당국은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된다는 것인지, 안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대로 일단 부딪쳐보기로 했다.

나는 많은 기자들이 선망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부장급 기자다. 사진기자로서, 편집기자로서 얼마간 명성도 얻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회사에서 유색인 기자는 내가 유일하다. 성공하려면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기자가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 취재뿐이다. 지금까지 북한에 들어가 취재한 서방 기자는 없었다. 나는 지금 '김일성의 나라' 북한으로 가고 있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들은 김일성을 '장군'이라 불렀다.

1973년 9월 하순, 나는 이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모스크바공항에 도착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에서 28일 동안 머물며 '장군의 나라'를 취재할 수 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재직 중 가장 극적인 취재였다. 이 기사로 나는 퓰리처상에 버금가는 미국 해외취재기자단(Overseas Press Club) 최우수 취재상을 받았다. 몇 년 뒤에는 이 회사 편집팀장에 올랐다. 보수성향이 강한 미국 언론사에서 유색인이 그런 고위직에 오른 것은 내가 최초였다.

북한을 방문한 이듬해에 취재차 한국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 4.19 직후 유학을 위해 떠났으니 14년 만의 귀국이었다. 다시 본 조국의 모습에 놀랐다. 역경을 딛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광화문에서 행인들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진취적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에 너무 좋았다.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은 티 없이 해맑았다. 그때 언젠가는 조국에 돌아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85년 이 같은 마음을 실행에 옮겼다. 영구 귀국한 것이다.

60 중반인 요즘에도 난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은 자지 않는다. 하고 있는 일에 정성을 쏟고 완벽을 기하다 보면 충분한 수면은 불가능하다. 사진을 찍을 때 '결정적 찬스'가 한 번뿐인 것처럼 모든 일에도 '다음 기회'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대학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강의하고 있다. 74년 일시 귀국했을 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평생 다섯 단계를 넘어가며 산다. 태어나서 가족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단계, 20대 중반까지는 배우는 단계, 30대 중반까지는 배운 것을 검증받고 사회에 적응하는 단계, 40 ~ 50대는 노력이 열매를 맺는 단계, 그리고 60대 이후 노년기 단계는 평생 쌓은 지식과 경험.재물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시기다.

나는 마지막 5단계에 와있다.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내 능력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주고 싶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면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세상이 보인다. 난 그런 눈으로 반세기를 살아왔다. 이제 인생 5단계에 이르러 지난 일을 회고하려 한다.

한국전쟁 직후 우리의 모습, 60 ~ 70년대 미국 생활, 살얼음판을 걷던 70년대 남북한, 그리고 8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한국사회의 숨가빴던 모습을 돌아본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필자 약력>

      1940년=서울 출생

      57년=경기고 재학 중 개인 사진전

      65년=미 텍사스주립대 신문학과 졸업

      66년=미주리대 대학원 최우수학생 공로상 수상

      67년=내셔널 지오그래픽 입사

      71년=미주리대 최우수 사진편집인상 수상

      1974년=해외취재기자단 최우수 취재상 수상

      85년=귀국, 국가 해외홍보에 주력

      87 ~ 93년=TIME 서울특파원(사진담당)

      94년=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2000 ~ 03년=이화여대 초빙교수

      2003년 ~ 현재=상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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