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24.


포토저널리즘


[중앙일보]
입력 2006.10.04


대학서 공부한 과목 수강신청 안하자 - 담당 교수 "나한테 안 배우면 무효야"


미주리대는 언론학 분야에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학교였다. 그 중에서도 이덤 교수의 포토저널리즘 강의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책을 저술하지도 않았고 두드러지는 업적을 남기지도 없었다. 하지만 제자들은 '뉴욕 타임스''라이프''내셔널 지오그래픽'같은 세계적 언론사에서 맹활약하고 있었다. 텍사스주립대의 스펜서 교수도 그의 제자였다.

1965년 미주리대 언론대학원에 입학했다. 이덤 교수가 강의하는 포토저널리즘이 전공이었다. 그는 작은 체구에 짧은 백발이었다. 스펜서 교수의 추천으로 왔다고 인사했지만 말없이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까다롭고 고집 센 인상이었다.

수강 신청을 할 때 그의 면모가 확인되었다. 대학원 필수과목을 신청하면서 대학에서 배운 과목들을 제외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 밑에서 사진을 배우려면 기초부터 다시 배우게." 그는 텍사스에서 배운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제자 스펜서에게 배웠는데도 그랬다. "과목 명칭이 같아도 나한테 배우지 않은 것은 무효야."

강의를 들어보니 과연 달랐다. 텍사스에서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론을 가르치는 걸로 끝났다. 그런데 이덤은 문제를 제시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각자의 답을 발표해야 강의는 끝났다. 비로소 진정한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덤 교수는 '포토저널리즘'이라는 분야를 학문적으로, 또 실질적으로 개척하고 이끌었다. 그의 견해는 참신한 것이었다. 지금도 포토저널리즘 강의는 이덤의 이론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글과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사진과 글이 결합해 하나의 매체를 완성하는 것이 포토저널리즘이다. 사진만으로도 안 되고, 글만 가지고도 부족하다. 사진이 아무리 좋아도 글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글을 아무리 잘 써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둘이 결합해야 완벽한 매체가 된다."

"독자가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는 포토저널리즘은 일방적.동시적으로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동영상과는 큰 차이가 있다. 독자는 사진을 본 뒤 글을 읽거나 글을 읽고나서 사진을 본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미주리대에서는 매년 4월 '저널리즘 위크'축제를 열었다. 전국신문협회.전국방송협회 후원으로 '올해의 사진기자''올해의 편집인''올해의 앵커맨'을 뽑는 행사였다.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유명 인사들이 행사장에 나타났다. 그들은 세련된 신사였으며 부와 명성까지 얻은 미국 최고의 명사들이었다. 시상식 날 좌석이 모자라 복도 바닥에 앉아 식을 지켜보며 막연한 꿈을 꾸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저 자리에 올라가 상을 받아보았으면 좋겠다'.

이덤 교수를 만난 것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요일에는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는 그의 집에 가 잔디를 깎았다. 일이 끝나면 세상 이야기와 포토저널리즘에 대해 대화했다. 그 시간은 나에게 귀중한 특별과외가 되었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김희중 갤러리



밤새 눈이 내린 뒤 맑게 갠 겨울 아침, 뚝섬에서 조심조심 한강을 건넜다. 외딴집과 나룻배, 눈꽃 핀 수양버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지금 뚝섬 맞은편 한강변에는 무엇이 있을까? 거대한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다. 1950년대 중반 서울 잠실은 이런 모습이었다.
No. Subject Date Author Last Update Views
Notice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2016.07.06 운영자 2016.11.20 18193
Notice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2016.07.06 운영자 2018.10.19 32345
Notice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2016.06.28 운영자 2018.10.19 5922
Notice How to Write a Webpage 2016.06.28 운영자 2020.12.23 43838
300 이티오피아 선교사 [6] 2015.01.25 노영일*68 2015.01.25 1605
299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같이 혁명합시다" 2015.01.21 운영자 2015.01.21 972
298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푸에블로 호 2015.01.21 운영자 2015.01.21 974
297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전쟁의 먹구름 [3] 2015.01.21 운영자 2015.01.21 1236
296 Our small reunion [2] 2015.01.18 정관호*63 2015.01.18 1892
295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호텔 '연금' 2015.01.16 운영자 2015.01.16 940
294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수령님'의 나라 [1] 2015.01.16 운영자 2015.01.16 990
293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뒤로 가는 트랙터 2015.01.16 운영자 2015.01.16 881
292 어린 양 2015 [12] 2015.01.15 김성심*57 2015.01.15 1371
291 어머니 [4] 2015.01.12 김성심*57 2015.01.12 1170
290 중학교 때 [11] 2015.01.02 김성심*57 2015.01.02 1606
289 [김희중 Essay] 첫 취재 2014.12.31 운영자 2014.12.31 1013
288 [re] [김희중 Essay] 사진편집인상 [3] 2014.12.31 운영자 2014.12.31 1018
287 [김희중 Essay] 대학원 진학 2014.12.25 운영자 2014.12.25 1178
» [김희중 Essay] 포토저널리즘 2014.12.25 운영자 2014.12.25 1228
285 [김희중 Essay] 내셔널 지오그래픽 [1] 2014.12.25 운영자 2014.12.25 1175
284 [김희중 Essay] 텍사스 카우보이 [1] 2014.12.18 운영자 2014.12.18 1227
283 [김희중 Essay] 도박장 청소부 <상> 2014.12.18 운영자 2014.12.18 1014
282 [김희중 Essay] 도박장 청소부 <하> [2] 2014.12.18 운영자 2014.12.18 1113
281 [김희중 Essay] 뉴욕의 노숙자 [2] 2014.12.06 운영자 2014.12.06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