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Life 어머니

2015.01.12 19:46

김성심*57 Views:1170

>

어릴 때 서울은 겨울에 16-170C 기온으로 내려갈 때가 많았다.
부엌 가마솥에 물을 덥혀 세수한다.
타올은 안방의 어느 못에 결려 있는데 쇠문고리를 잡으면 떡떡 손이 붙는다.

어머니는 마당에서 세수 끝나면 솜저고리 집어들고
대여섯가지 일을 더 보고 안방에 들어가신다.
머리칼 끝에 달리는 몇 개의 고드름.

어느날 인사동 '신필호 산부인과'에 입원하셨다.
출혈로 긴 치마에 피가 비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멋모르고 그곳에서 어머니를 만나는 것도 별다른 재미였다.

얼마후 서울대병원에 입원, 산부인과병동 53-2인실, 산부인과 수련받을 때도 그 방이 그대로이다.
면회시간 마감된 후 어렵게 어디를 통해서인가 어머니를 만나고 온 일.
수술은 안되는 자궁경부암말기, 수술 해도 안해도 6개월 생존한다고.

퇴원하여 살아야한다는 방책으로 한의사가 드나들었다.
한약 복용, 괴사된 암조직이 요강에 보이니 약효과로 암을 녹혀내린다고 좋아했다.
여자사범부속국민학교 5학년, 청량리밖에 전차로 통학하였다.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매일 안방 아름목에 누워계셨다.

여름날 북아현동, 깨진 세멘 마당틈에서 이름없는 잡나무 하나가 무성하였다.
안방 창으로 가끔 마당을 내다보시고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들은 --'를 높은 고운 목소리로 부르셨다.
'
네 고운 목소리를 들으면  묻힌 무덤 따뜻하리라. --' 소리를 참으며 우셨다.

옆집 전도사가 인도하는 예배가 있는 1943 6월 마지막 주일.
늦은 아침 좁쌀미음을 대접으로 마시고, 앉아서 머리를 총총 따서 늘어뜨리셨다. 언니보고 오빠들 잘 봐주라고 몇마디 하셨다.
'
이거 어떻게!' 어머니 손발이 차지며 파랗게 된다고 아버지가 부엌 가마솥에 덮힌 물을 대야에 떠서 손발을 담가주신다.

나도 내 가슴에 어머니 발을 넣고 깨어나시면 훗얘기 할 생각을 하였다. 살아나실줄만 알고.
아버지가 일본유학중인 큰 오빠에게 전보 치라고 언니에게 말씀하시는 것 알아듣고 '나 괜찮다.' 하시는 어머니.
의사가 왕진 후, Cheyne Stokes Respiration. 아버지와, 여러 남매중  언니와 나만 생을 마감하는 47세의 어머니 임종을 뵈었다.

말하고 행동하던 어머니, 육신은 그렇게 갔지만 그 영혼은 반드시 어디엔가 있다고 믿었다. 믿어야만 했다.
보름달속 검은 부분을 보며 그곳에 꼭 어머니가 계실거라는 생각도 하였다.
어언 71年餘 세월이 지났다. 힘들 때면 어머니가 옆에 꼭 서서 계심을 느꼈다. "성심아, 나 여기 있다!"  지금도.

http://www.youtube.com/watch?v=6oEszLqP8OM

http://www.youtube.com/watch?v=UKiUDoGSzfc

No. Subject Date Author Last Update Views
Notice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2016.07.06 운영자 2016.11.20 18193
Notice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2016.07.06 운영자 2018.10.19 32345
Notice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2016.06.28 운영자 2018.10.19 5922
Notice How to Write a Webpage 2016.06.28 운영자 2020.12.23 43839
300 이티오피아 선교사 [6] 2015.01.25 노영일*68 2015.01.25 1605
299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같이 혁명합시다" 2015.01.21 운영자 2015.01.21 972
298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푸에블로 호 2015.01.21 운영자 2015.01.21 974
297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전쟁의 먹구름 [3] 2015.01.21 운영자 2015.01.21 1236
296 Our small reunion [2] 2015.01.18 정관호*63 2015.01.18 1892
295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호텔 '연금' 2015.01.16 운영자 2015.01.16 940
294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수령님'의 나라 [1] 2015.01.16 운영자 2015.01.16 990
293 [김희중 Essay] 이북 취재 - 뒤로 가는 트랙터 2015.01.16 운영자 2015.01.16 881
292 어린 양 2015 [12] 2015.01.15 김성심*57 2015.01.15 1371
» 어머니 [4] 2015.01.12 김성심*57 2015.01.12 1170
290 중학교 때 [11] 2015.01.02 김성심*57 2015.01.02 1606
289 [김희중 Essay] 첫 취재 2014.12.31 운영자 2014.12.31 1013
288 [re] [김희중 Essay] 사진편집인상 [3] 2014.12.31 운영자 2014.12.31 1018
287 [김희중 Essay] 대학원 진학 2014.12.25 운영자 2014.12.25 1178
286 [김희중 Essay] 포토저널리즘 2014.12.25 운영자 2014.12.25 1228
285 [김희중 Essay] 내셔널 지오그래픽 [1] 2014.12.25 운영자 2014.12.25 1175
284 [김희중 Essay] 텍사스 카우보이 [1] 2014.12.18 운영자 2014.12.18 1227
283 [김희중 Essay] 도박장 청소부 <상> 2014.12.18 운영자 2014.12.18 1014
282 [김희중 Essay] 도박장 청소부 <하> [2] 2014.12.18 운영자 2014.12.18 1113
281 [김희중 Essay] 뉴욕의 노숙자 [2] 2014.12.06 운영자 2014.12.06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