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아침 캐나다 리치먼트 올림픽 오벌에서 치러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부 5000m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운 스벤 크라머(네덜란드, 6분14초60)에 이은 6분16초95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계올림픽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아시아 선수가 처음 따낸 메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승훈의 은메달이 더욱 놀라운 까닭은 그가 본래 쇼트트랙에서 뛰었던 선수라는 데 있다.
중학교 시절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던 이승훈은 주니어 시절부터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선수. 2005년 세계쇼트트랙선수권 1500m 및 30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9년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1000m와 1500m 그리고 3000m에서 3관왕에 오르면서 이번 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순조로울 줄 알았던 이승훈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 지난 2006 토리노 올림픽 3관왕이었던 안현수와 진선유도 밀려났을 정도로 거친 경쟁에서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그러나 이승훈에게는 포기가 없었다. 지난해 7월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소화하면서 가능성을 모색했던 이승훈은 불과 3개월 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다시 가슴에 달았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디비전B에 출전했던 이승훈은 이 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다. 디비전A로 승격한 이승훈은 한국 기록을 연일 경신하면서 주목받았다.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5000m에서 6분25초03초의 기록으로 한국 기록을 3초46이나 줄이더니 1달 뒤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는 다시 6분16초75의 기록을 세웠다.
끝이 아니었다. 다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5차대회에서는 6분14초67의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치면서 다시 한국 기록을 줄였다. 놀라운 모습이었다.
이런 이승훈이 이번 올림픽에서 기대를 모은 것은 당연한 일. 여전히 입상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성장세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라는 평가였다.
이승훈은 "다른 선수에 비하면 스타트나 순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쇼트트랙에서 쌓은 체력은 내 강점이다. 장거리에서는 나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승훈의 장담은 첫 출전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로 이어졌다. 쇼트트랙에 비해 불모지로 여겨졌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더욱 소중한 은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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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vancouver2010.com/media-cen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