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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봄이 오면, 나는

2011.03.27 04:53

이한중*65 Views:6421



        봄이 오면, 나는 ...


                                                
                                           이한중
         
        봄이 오면, 나는
        이대로 그를 맞으리.
        별다른 치장도 없이,
        이 창백한 얼굴,
        헝크러진 머리,
        나태해진 마음,
        그대로 당신의 손길에
        바치겠아오이다.
         
        덮히고 덮혔던 그눈속에서
        지치고 지쳤던
        저 처절한 앞뜰 뒷뜰의
        상나무들, 쉬럽들, 잔디들과 함께
        그대로 당신의 따스한 손길에
        내놓겠아오이다.
         
        겨우내내
        최선을 다해 살았오이다.
        하루하루를
        희망과 기도로 채우면서
        있던힘을 다 짜내어 살았오이다.
        이 지구 구석구석에서
        전쟁 잿덤이 속에서
        독재자들의 무자비한 학대속에서
        지진과 쑤나미 쓰레기속에서
        아우성치며 떠나버린 인간들을 위해,
        내 주변에서 여기저기 떠나버린
        옛친구들, 환자들을 위해,
        묵묵히 기도하며
        끝없이 그들을 겨우내내
        당신의 나라로 보냈아오이다.
         
        눈물샘은 어느새 말라버리고
        흥건했던 내 영혼의 스폰지
        마를때로 말라버리고
        겨우내내
        이 긴긴 사막의 여행길은
        오늘도 오직 간절한 그 기도들만으로
        한순간 한순간 채워지는데,
         
        봄이 오면, 나는
        이대로 그를 맞으리.
        별다른 치장도 없이
        이 지쳐버린 몸둥이,
        이 말라버린 영혼,
        그대로 벌거숭이 된채로
        당신에게 바치리다.
        아직도 파닥거리는
        이 심장의 깊은 가슴속에서
        당신의 손길을 느끼는
        그순간까지 기도하리다.
        묵묵히 기도하리다.
        당신의 기적,
        당신의 부활의 기적을
        기억하고 믿으면서,
         
         
        2011년 3월 27일,
        봄과 부활절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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