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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손주들 보러

2011.07.23 09:10

이한중*65 Views:6769


손주들 보러 / 이한중




      손주들 보러

      기차로 삼천마일,

      미시간에서 캘리포니아,

      올드홰숀웨이,

      기차로 칙칙 폭폭,

      하루종일 삼일을,

      밤새도록 세 밤들을,

      좁디좁은 방,

      좁디좁은 침대,

      어린 오누이들 처럼

      오순도순

      내 아내와 나누며,

      올드홰숀웨이,

      기차로 칙칙 폭폭

      하였더랍니다.

       

      새벽녁에

      사십오년을 살아온

      우리의 제이고향 데트로잇트를

      훌쩍나와,

      친밀한 미시간 서부 풍경,

      앤아버, 캘라마주를 훌쩍훌쩍 지나

      번잡한 시카고 유니온 스테이숀은

      햇볓 쨍쨍 내리는 늦은 오후에야

      시원스럽게  빠져나오고,

      어느듯, 아이오아, 네브라스카 평원,

      수평선에서 수평선

      끝없이 연속되는 옥수수밭들,

      군데군데 떼무리져 딩구는 앵구스 카우들,

      지나고 또 지나고,

      중앙 대평원의 단조로운 광활함을

      그저 무심하게 기차 창밖으로

      내다보고 또 내다보고,

      그러다 보면

      놀랍게도 넓고 끝없어보이는

      찰찰 넘쳐흐른는 미시씨피강을 지나게되고

      또 그러다보면

      테레비죤에서 수없이 보여주던

      홍수를 일으킨 미조리강은

      큰 호수가되어버려 무참하게도

      수많은 농가들,

      공들여 키워놓은 옥수수밭들을

      삼키고 짓밟아 놓았더랍니다.

      이렇게하여

      이 기차 제퍼안에서 첫날의 밤을 맞았오이다.

       

      중앙대평원의 밤풍경,

      오, 지평선에서 타오르는 붉은 보름달,

      나는 오직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랴했읍니다.

      창밖으로 이 기차 제퍼의 똑 같은 속도로

      쫓아오는 저 보름달에게

      오직 감사할뿐이었읍니다.

      대평원의 밤풍경은

      오직 단순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웠읍니다.

      끝없이 퍼지는 저 평야,

      끝없이 달리는 우리들의 기차 제퍼,

      내 아내와 나,

      우리들의 우주를 밝혀주는

      무한히 친절한, 저 보름달,

      신의 무한한 사랑, 아가페,

      상기 시켜주는,

      이 순간 순간들,

      내 아내와 나는

      그렇게 생각에 잠기며

      기도하며 꿈나라로 빠졌읍니다.

       

      아침, 점심, 저녁,

      사백여명의 여객들 대접하려면

      컨벤숀 파티나 다름없이

      여객들은 자기들 순번을 찾아

      아침, 점심, 저녁을 먹게되고

      매번 일생에 처음만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게되는데,

      삼일동안을 그러다보니

      스트레인져들을 만나

      우리들의 인생과 전혀다른 인생담 듣게되는

      그기회들이 어느듯

      매일의 하이라이트들이 되어버렸읍니다.

      한 젊은 화가는 자전거로 대륙횡단하고
      기차로 귀가한다하고,

      한부부는 오스트랄리아에서

      미국에사는 딸 보러온다 했읍니다.

      둘다 의사인 한부부는

      그저 미국을 구석구석

      기차로 답사하는중이라 하더이다.

      스트레인져들과 이같이 몇분내에

      익숙할수가 있다는 사실은

      칠십이 넘은 이나이에

      처음으로 경험 했오이다.

      우리인간들이 모두 동시에

      아무 주저없이 우리가슴들을

      동시에 활짝열수있다면

      이와같은 현상이 일어날수 있다고

      생각해보았읍니다.

      일종의 기적이라고 느꼈읍니다.



      쏠트레익 씨티를 지나

      허전한 서부의 사막풍경들,

      어린시절에 즐겨보던

      그 서부영화들,

      게리쿠퍼, 존웨인 등등,

      주마등같이 머리를 스쳐갔읍니다.

      덴버를 지나 콜로라도,

      록키마운테인 산봉우리들, 계곡들,

      겹겹이 쌓인 바위산들,

      스물여섯개의 턴넬들,

      육마일이 넘는 모휫턴넬,

      콜로라도강의 굽이굽이들,

      낭떨어지기들,

      시원스럽게 퍼져나가는

      고원의 전원들,

      지나고 또 지나고,

      그렇게 그렇게 해서

      두밤을 지내고 세밤째들어

      기진맥진 해보이는

      우리들의 기차 제퍼는

      간신간신, 아무말, 소음없이,

      엉금엉금 시에라 마운테인 레인지로,

      죤 뮤어가 그토록 일생동안 사랑했던

      시에라 마운테인들,

      레익타호를 예워싸는 장엄한 산봉우리들

      깊은 계곡들은 오직 울창한 훠츄리들이

      가득 가득,

      오, 신성하고 거룩하도다.



      불쌍하게 보이는 우리들의 기차 제퍼,

      충실한 노예처럼 사백여명의 우리들을

      등에지고 삼일이 지나 그여코

      우리들의 종착지, 쌘프란시스코 아래

      에머빌 정거장에,

      옥그랜드 다리를지나 태평양을 바라보며

      칙칙폭폭, 도착하였오이다.

      나와 내아내 삼일동안의 운동부족으로

      피로하였었으나, 지난밤에는

      어느새, 기차길, 침대밑에서 울려오는,

      덜거덕 덜거덕 소리들, 자장가가 되어버려

      밤새도록 꿈꾸며,

      깊은잠 자고난뒤,

      더구나 기다리고 있는

      우리 다섯 손주들 볼 생각에

      온몸이 드물게 경험하는

      그 에너지로 충만합디다.


      그렇게, 이렇게,

      내 아내와 나는

      기차로 삼천마일을,

      갔다 왔다 육천마일을,

      칙칙폭폭,

      귀중한 손주들보러

      갔다 왔다 했오이다.

      올드홰숀웨이로

      갔다 왔다 했오이다.


Amtrak California Zephyr Rocky 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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