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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야간열차

2020.04.21 10:44

노영일*68 Views:129



야 간 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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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어둠속을 뚫코 야간열차가 달린다. 덜컹덜컹..덜컹덜컹 하는 단조롭고 규칙적인 바퀴 소리와 가끔 한숨처럼 뿜어내는 목 쉰 기적소리 밖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지친 승객들은 잠이 들었는지 모두 눈을 감고 제 자리에 늘어져 있다.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에는 촘촘한 별들과 기울어져가는 초생달이 졸음을 견디려는듯 비스듬히 누어있다. 저 먼 산기슭에 반딧불 같은 작은 불빛이 보인다. 아마도 누군가가 잠 못이루는 이 밤을 뜬눈으로 새우나 보다. 아니면 다정한 부부가 밤 새는줄 모르고 소근소근 이야기라도 나누는 것일까.

떠나온 고향은 아스라한 기억속에 멀어져 가고 있다. 정다운 고향 산천. 숨박꼭질, 딱지치기, 구슬 따먹기, 말타기 하던 어린시절 친구들. 연날리고, 냇가에서 피라미 잡던 아이들은 지금 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반에 있던 그 예쁜 계집아이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기차는 여러 역과 마을을 지났다. 전쟁으로 파괴된 시골역, 폭격맞은 화물열차, 초라한 시골 마을, 쓸어져가는 초가집, 민둥산도 보았다. 아름다운 초원, 강, 바다, 천길 낭떠러지, 연기 가득찬 굴, 폭풍과 벼락속으로도 지나왔다. 고층건물과 거리를 메운 자동차, 바쁜 사람들의 물결로 분주한 도회지도 지나왔다.

지금은 멈춰버린 한순간. 나는 어디에 있고 이 기차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2020년 4월  시카고에서     글, 그림   노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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