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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금도협(金刀峽)의 손수건 (여행기)

2005.05.19 05:24

오세윤 Views:6628


좋은 글, 음악과 함께 잘 읽습니다. 동전에는 양면이 있고 바라보는 눈에는 음영이 있게 마련이라 딱히 동서양을 구별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지요. 월남에서 함께 생활하며 경험한 개인주의도 낯설었고 무서운 이기주의로 변한 한국의 3~40대의 이해 앞에서 변화무쌍한 얼굴도 진정한 인간 본연의 모습은 아닌 가 합니다.

각설하고- 이번 중국여행은 달걀만큼 커진 BPH를 가지고 간 덕분에 또 한편의 글을 얻었습니다. 湛 如




금도협(金刀峽)의 손수건


                                                                               오 세 윤


봄철이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코가 자주 막혀 고생을 한다. 금년엔 그 도가 특히 더해 별수 없이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해 먹었다. 요 며칠사이로는 피할 수없는 술자리마저 잦아 그간 견딜만하던 전립선 비대에 따른 배뇨곤란 증세까지 덧들여 자다가 깨는 경우가 더한층 많아졌다. 걱정이 됐다. 예정된 중국여행을 취소하기에는 날짜가 촉박했다. 국토가 넓은 중국, 인도에서와 비슷하게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위해서는 몇 시간씩 버스를 타야하는데 과연 그동안을 참고 견딜 수 있을까 적지 않게 불안했다.
토요일, 떠나기까지는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인천 K병원에서 비뇨기과를 맡고 있는 윤정철 동문에게 진료를 받아볼까 하고 집을 나서려는 참에 친구 박병일 동문이 전화를 걸어왔다. 아침 이른 시각에 어디를 그리 급히 가려느냐고 묻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듣고 나더니 반가운 제안을 한다. 그 먼데까지 뭐 하러 가느냐며 자기의 고교 동문이 E대 병원 비뇨기과에 있는데 전립선에 관한한 국내 권위라고 했다. 예마저 들며 친절하게 권유한다.
한 학년위의 소아과 김O O 선생이 불행히도 전립선암에 걸려 동문들에게 자문을 구했던 적이 있었단다. 미주(美洲)의 동문들이 적극 수술받기를 말리면서 약물치료를 권하더란다. 미심쩍긴 하였으나 믿어보기로 하고 약물로만 치료를 한 터임에도 지금까지 4년 동안 멀쩡히 건강하게 생활한다고 했다. 전과 달리 BPH(양성 전립선 비대증)의 약물치료 효과가 80%를 상회한다며 권 성원 교수를 찾아보자고 한다. 강권하다시피 약속을 받아낸다. 자기가 전화로 다 예약을 할 터이니 따라오기만 하란다. 솔깃하고 고마웠다. 그러기로 했다.
월요일 아침 8시50분, 약속대로 비뇨기과외래에서 박병일 동문을 만나 권교수의 진료실로 바로 들어갔다. 큰 키에 인상이 좋았다. 친절하면서도 넘치지 않고 서글서글하면서도 상세했다. 부담스럽거나 거북하지 않았다.
문진을 끝낸 뒤 혈액과 소변검사를 하게하고 ‘경 직장 초음파검사’를 예약하면서 약물처방을 내 주었다. 권교수가 물었다.
“요즘 약주를 많이 드신 모양이죠?”
“네, 어쩌다보니 술자리에 자주 끼이게 됐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감기약, 특히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게 되면 전립선이 충혈 되어 배뇨가 안 되는 수도 가끔 있게 됩니다.”
가슴이 뜨끔했다. 중국여행이 예정되어 있다는 말에 검사 예약일을 바꿔주면서 동시에 일반적인 자가 치료수칙을 적어준다.

1) 규칙적인 운동을 하여 혈액순환을 좋게 할 것.
2) 소변을 참지 말 것.
3) 온수목욕, 반신 욕, 특히 좌욕을 할 것.
4) 감기약 복용을 조심할 것, 특히 항히스타민제를 경계할 것.
5) 술과 자극성 음식을 피할 것.
6) 주기적 성교로 전립선내에 고여 있는 분비물을 배출시킬 것.
7) 토마토와 마늘을 자주 먹을 것.
8) 비타민 E와 셀레니움을 복용할 것.
9)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거나 꼭 끼는 속옷을 피할 것.

자기 전에 한번 먹는 약은 복용하기도 간편했다. 바로 효과가 있었다. 소변을 보기위해 한밤중에 깨어 일어나지도 않았고 아침에 보는 소변줄기도 기분 좋게 시원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남성연령 50이면 전립선 비대가 시작된다. 방광과 요도사이, 메추리알만한 크기가 때로 달걀보다도 더 커지면서 요로를 압박하게 된다.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지면서 심하면 소변이 나오지 않게도 된다. 참기도 힘들어지고 보고나서도 잔요(殘尿)의 느낌이 남아 개운치가 않다. 지퍼를 올리고 돌아서면 방광에 남은 소변이 찔끔찔끔 흘러나오는 경우도 자주여서 팬티가 젖기 일쑤다. 노인네 냄새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게 싫어 남성용 기저귀를 차거나 손수건을 접어 대비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다.
실제의 조직학적 변화는 35세에 시작되어 60대에 60%, 80대에 90%에서 전립선 비대가 발견된다. 이중 50%에서 비대에 따른 배뇨장애를 호소한다. 채식위주의 동양인보다 서양인에서 발병률이 높고 남성 호르몬, 가족력과도 연관이 있어 유전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8박9일 일정의 중국여행7일째,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4년간 피해있던 중경에서 밤을 지내고 아침 일찍 맑은 가능강(嘉陵江)을 끼고 벼랑을 깎아 만든 2차선 길을 따라 조어성(釣魚城)으로 향했다. 가능강과 거강(渠江), 부강(涪江)에 에워 쌓인 섬에 세워진 옛 성으로 한국인 관광객으로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한다. 신선이 낚시로 고기를 잡아 올려 성내의 굶주린 백성을 살렸다는 조어성, 남송(南宋)때의 고 군영(古 軍營)이던 이곳은 중국 국민당이 한때 중앙육군 군관학교(교장 장 개석)로 사용하기도 했다.
성곽 안쪽 벽 커다란 석판에서 뜻밖의 기록을 만났다. 조선 청년 광복군이 함께 훈련을 받았다는 돌에 새겨진 사실, 1943년이라는 연도가 뚜렷했다. 숙연했다. 그들 중국인 교생들 속에 섞여 함께 훈련을 받았던 몇 분의 함자를 읽으면서, 그 당시 처했던 조국의 무력한 상황과 민족의 분노, 지식인들의 좌절, 젊은 그들 가슴속에 잠시도 떠나지 않았을 비장한 조국애가 눈에 보이는 듯 선 했다. 지금은 흐릿한 안개 속에 닭소리만이 한적한 시골마을이 된 곳에서, 나는 잠시 과거로 돌아가 도산(島山)의 후예임을 새삼스러워해야 했다.
몇 번째 오는 중국, 빠르고 무섭게 성장하는 이 나라를 보면서, 내 나라의 정치도 점차 더 올바른 판단과 지혜로운 처신으로 하루빨리 커다란 힘의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어쩔 수 없이 갖게 된다. 나도 내 자손들도 어차피 한 반도의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버스에 올라 북배(北碚)를 거쳐 목적지인 금도협으로 향했다. 북배를 지나치면서 인솔자인 허세욱교수가 말한다. 여기가 임어당(林語堂)선생이 살던 곳이라고-
선생이 누구신가. 대학 재학시절, 그의 소설《마른 잎은 굴러도 대지는 살아있다》를 너무도 감명 깊게 읽어 그의 다른 글과 자서전을 모두 섭렵하게 한 정신의 스승이기도 한 분. 그의 좌우명을 모방하여 나의좌우명으로 삼아 힘든 인턴시절과 그 후의 사회생활의 갈등을 용기 있게 이겨내게 한 존경스러운 분이 아니던가.
- 평화롭게 일하고 훌륭하게 참으며 조용하게 산다. -

금도협 입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좁은 오솔길을 걸어 협곡으로 가는 가파른 계단으로 내려섰다.

未到 金刀峽 금도협을 오지 않고는
不算 旅行家 감히 여행가라 말하지 말라

1000여개의 계단을 내려가는 데에만도 20여분이 걸렸다. 중경시 북배구에 위치한 해발 825m, 시 중심에서 90km에 떨어져 있는 원시림의 비경, 총 길이 6.2m 가 온통 수직의 암벽 협곡이었다. 넓어봐야 겨우 1~2m, 잔교 아래에는 동굴과 폭포, 석종유와 석주가 곳곳에 기이하다. 우람한 수직의 암벽이 높게는 100여m, 그 위에 원숭이가 논다. 물이 흐르는 벼랑 높은 곳에 가로로 받침보를 만들고 그 위에 1m 남짓한 넓이로 판목과 가는 통나무를 얹어 만든 잔교(棧橋)가 걷기 조심스럽게 미끄럽다. 좁은 협곡아래, 300여m의 거리는 배를 타고 건너기도 했다. 물가와 벼랑에 나는 새소리 또한 기이하다. 전체를 걷는 데에 시간 반이 훨씬 넘게 걸렸다. 일행 모두 느낌이 벅차 이야기들도 별로 없이 아래위로 눈길들만 바빴다. 어둑한 협곡을 벗어나 밝은 출구로 나올 무렵, 뒤를 따라오던 박수향 여사가 급하게 나를 부른다.
“오 선생님, 여기 손수건이 떨어졌네요.”
“네?” 뒤를 돌아다 봤다.
“주머니가 헤어졌나봐, 바지가랑이로 이게 떨어졌어요.”
따라오느라 힘이 부쳤던가, 나이든 박여사의 볼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었다. 기다려 받았다. 손수건을 건네준 박여사가 자기 손바닥을 코에 갖다대어 냄새를 맡더니 불쑥 한마디 한다.

“근데 왠 찌렁내야-”


2005. 5. 18. 湛 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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