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토요일 아침 6시 반, 집을 나선다.

양재시민의 숲”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나무숲으로 덮인 공원의 길은 조용하고 까치와 비둘기들만 바쁘게 날아다니며,
잠이 덜 깬 청설모 한 마리가 혼자서 먹이를 찾는구나.

우리 곁을 떠난 애견 토토를 생각하며 갖고 온 먹이를

몇 알씩 놀았던 흔적에 뿌려 준다.

며칠을 토하고 굶을 때에도 이곳에 가자면 힘없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고
수액을 맞으면서 마지막 거닐 던 곳이다.


 

테이블에 아침식사를 펼친다.

유부초밥, 반숙 계란, 떡, 삶은 감자와 고구마.

커피와 과일까지 먹을 때

식탁 주위로 맴도는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크래커에 크림치즈를 발라주니 치즈만 핥아먹고,

더 달라고 조르는 눈치라 치즈만 따로 준다.


 

아침을 먹은 후 공원 산책을 나선다.

다니는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밖에 없구나.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 이 시간 어디에 있을까?

수경공원에 오니까 발을 첨벙첨벙 담그고 나서

계면쩍은 듯이 올려다 본 너, 토토가 그립구나.

커다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온 사람.

조그만 개 한 마리를 안고 산책하는 사람.

나는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만 보면 부럽다.


 

자그마한 터 밭에는 웃자란 방아를 꽃 채로 튀겨 먹으려고 딴다.

집으로 돌아오니까 겨우 8시 반이다.


 

일요일 아침은.

토요일 저녁을 후배 아들 결혼식장 피로연에서 소주와

이어서 자리를 바꾸어 후배들과 맥주를 마신 쓰린 위장을 생각하여

처가 어제 산 싱싱한 백합조개에 찹쌀을 넣고 죽을 쑤었다고 먹으로 오란다.
약간 나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생강즙 한, 두방울은 필수.

고소한 냄새가 나는 뜨거운 죽을 “후 후”불어가며 한 그릇을 비웠다.
고구마 순 김치, 부추김치, 열무김치와 함께.

시원하게 속이 풀린다.

No. Subject Date Author Last Update Views
Notice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2016.07.06 운영자 2016.11.20 18077
Notice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2016.07.06 운영자 2018.10.19 32201
Notice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2016.06.28 운영자 2018.10.19 5796
Notice How to Write a Webpage 2016.06.28 운영자 2020.12.23 43725
440 어머니의 동백꽃 - 도종환 [2] 2008.05.22 운영자 2008.05.22 7785
439 노랑저고리 다홍치마 (김 영희#68) [4] 2008.05.25 이건일*68 2008.05.25 7363
438 故박경리 선생 마지막 산문 ‘물질의 위험한 힘’ [2] 2008.06.03 Reporter 2008.06.03 6389
437 모내기 밥(못밥) [3] 2008.06.20 유석희*72 2008.06.20 7954
436 게 이야기 [1] 2008.06.26 유석희*72 2008.06.26 7796
435 Enjoy the ride; There is no return ticket 2008.07.12 이건일*68 2008.07.12 7095
434 한국 양궁 선수들의 연습 기록 [2] 2008.08.12 이건일*68 2008.08.12 5499
433 [re] 어느 여대생의 글 [3] 2009.08.11 황규정*65 2009.08.11 6106
432 아아, 8.15 [11] 2009.08.09 나수섭*50 2009.08.09 5137
431 Passing the Purple Hat to you [3] 2009.08.28 Rover 2009.08.28 3672
430 일요일의 호사 [7] 2009.08.30 유석희*72 2009.08.30 6551
429 나이 들어가면서 나이든 사람을 만나보게 되면.. [2] 2009.09.04 이상봉*69문리대 2009.09.04 8217
» 토요일과 일요일의 아침식사는 [2] 2009.09.06 유석희*72 2009.09.06 7490
427 내가 겪은 9. 11 테러 사고. [8] 2009.09.11 유석희*72 2009.09.11 7271
426 박세리 Essay - 너무 쉽게 한 우승 [3] 2009.10.07 Rover 2009.10.07 6802
425 송이버섯 얘기가 나온김에... [8] 2009.10.10 운영자 2009.10.10 7722
424 [re] 유석희 동문과의 만남 [5] 2009.11.11 황규정*65 2009.11.11 9521
423 황 규정 대 선배님과의 저녁식사는. [4] 2009.11.10 유석희*72 2009.11.10 7101
422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 [3] 2009.11.30 유석희*72 2009.11.30 6652
421 식물원의 아침 단상 [1] 2009.12.03 방준재*71 2009.12.03 7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