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0 20:29
오후 6시 30분. 손님을 먼저 기다리게는 할 수 없지 않은가. 강남의 제 단골 음식점 “수릿골”에 들어가니 푯말에 예약 손님의 이름으로 유 석희 외 2인이 붙어 있고, 오랜만에 들리니 여주인이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먼저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들의 안부부터 묻고 혼자서 목이 말라 맥주 한 병을 청해 마시고 있으니까 7시 정시에 두 선배님이 나타나는데. 이 용국선배님이야 자주 보는 얼굴이지만 황 규정선배님 역시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웹 사이트에서 늘 상 통하고 있으니까요. 이 집은 내가 가면 특별히 주문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집, 알아서 나온다. 먼저 자가 동동주를 한 항아리 시켰지요. 막걸리라면 하고 이 선배가 하시는 말씀이 황 선배님 댁이 있는 마포에서 종로의 피맛골을 거쳐 이 선배가 자취하는 명륜동까지 보이는 막걸리 집은 다 들려가며 마신 이야기, 이에 질세라 황 선배는 예과 때 경기도 용문산 소풍을 가서 품위가 낮은 막소주 드시고 모두들 형편없이 취하고 일행 중 한명을 떨어뜨리고 간 이야기 등으로 시작을 하였다. 남자들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군대이야기 아닙니까. 황 선배가 운을 뗀다. 자신은 해군에 있었는데 오천 해병대 사령부근무 후 딱 한번 군함을 타 보았다고, 즉 오천에서 인천으로 해서 김포 해병여단까지. 그 후로는 해군병원 근무이었고. 1968년 1월 21일 북한 경보병부대의 청와대 습격사건, 일명 김 신조사건 후 대위진급으로 제대가 늦어지게 되었을 때. 해군 군의관들이 돈을 모아서 요로에 로비를 나서서 마지막으로 돈은 떨어지고, 마침 멍멍이를 좋아하는 모모 군 인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약간의 성의(?)를 표시해 가까스로 두 달 늦게 제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가 물었지요. 혹시 배달사고는 나지 않았냐고요. 미국에서 오신 황 선배는 뜻을 몰라 헤매고, 여기에 이 선배가 얼른 설명을 해드린다. 황 선배가 이번에 집을 들르니 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이 맞지 않다고 해서 제가 말씀을 드렸지요. 도봉산 쪽으로 산행 후 하산을 하면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흘러 나 온 C ration을 파는 데 옛날 기억이 나서 몇 세트를 사오면 아이들은 아무도 먹질 않고, 또 단팥 앙금 빵을 사다 놓으면 이는 결국 제 차지가 된다고. 이 선배님이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치신다. 몇 년 전 이 정상선생님(66년 졸업) 정년 전 서울대 출신 신장내과하는 사람들이 몇이 모여 저녁을 먹었는데 화제는 은사들 이야기로 돌아간다. 먼저 한 심석교수, 이 분의 사위가 김 정룡, 김 노경, 맨 아래가 자살한 제 동기 최 성재. 이 선배가 김 정룡선생은 김 노경선생한테 쩔쩔매. 내과 안에서는 챠트도 던지나 밖으로는 내과 식구들을 끔찍하게 감싸는 분이야. 저는 한 심석교수님 댁이 나중에 사시던 반포에 가서 “함 사려” 하고 외치다가 아무도 안 나와서 김이 새던 중 오늘따라 금주를 지키시는 이 선배 덕에 황 선배랑 저는 술술 술이 잘도 들어가네요. 철저한 금연한 한 용철선생님이 주니어일 때 내과 당직 모선배가 인턴인 이 선배를 맡기고 술 마시러 출타 중 이 선배까지 병원 앞 중국집에 있다가 혼이 난일들. 그런데 한 용철선생님은 다시 집안의 복잡한 일(?)로 담배를 피우시다가 폐암으로 돌아가셨지요. 저는 김 응진선생님의 미수잔치에 초대를 받았는데 글쎄 제 자리가 중간 쯤 이더라구요. 놀라 자빠진 일은 선생님이 그 자리에서 안경도 안 쓰시고 20분 강의, 이 선배가 민 헌기선생님과 순양함 타고 무의촌 봉사를 나갔다가 함장에게 부탁하여 배고프시다는 선생님에게 라면 한 그릇 더 끓여 드린 일들. 황 선배님은 100세가 훨씬 넘으신 모친을 뵈러 1년에 한번씩 귀국을 하시는데 여수 출신인 이 선배님에게 물었지요. 황 선배 디트로이트에 정착하게 된 이유도 듣고. 이번에 두 분 고등동창모임으로 이 선배님이 태산에 다녀오신 걸 자랑하시길래 제가 혹시 가마타고 등산하신 건 아니냐 하였더니 아니라고 부인을 하신다. 지난번 내과의국 청계산 등산 때 저의 꼬임에 넘어가 따라 다니시다가 나중 며칠간 장단지가 아파서 혼이 났다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선배님 등산 실력을 잘 알거든요. 다음 기회에는 황산도 다녀오시겠다고 각오가 대단하시던 대요. 이 선배님의 아들, 저의 중앙의대와 내과의국 제자, 혼사에 대하여 물어보았더니 이 창홍선배님(66년 졸업) 딸과 맺어진다고 말씀하시어 축하를 해 드렸지요. 동동주가 끝나고 배가 불러와 이번에는 좀 센 술로 마시기로 하고. 아가씨를 불러 지난번 마시다 남겨 둔 죠니워커 블루를 가져왔다. 황 선배가 최근에 가장 많이 술을 마셨다고 실토를 하시고 저녁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좋은 술, 맛있는 음식, 황 선배님은 처에게 주라고 선물까지 챙겨 주시고, 이 선배가 차까지 태워 주셔서 편안하게 왔습니다. 그날은 무엇이 부족하였겠습니까? 황 선배님 감사합니다. 이 선배님도요. 그리고 황 선배님 찍으신 사진 부탁드립니다. |
2009.11.10 23:25
2009.11.11 03:21
Dr. Yoo!
어제 저녁에 미국에 잘 돌아왔읍니다.
아직은 시차때문에 졸린눈을 비비며 이글을 쓰고있읍니다.
사진들과 댓글이 좀 긴듯하여 답글로 옮겼읍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언젠가 답례를 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규정
2009.11.11 04:27
2009.11.11 05:50
한국에 classmate 아닌 사람으로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줄 동문이 있으니 참 다행입니다.
유석희 동문님께 감사 드립니다.
황규정 님의 무사 귀환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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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이야기, 황규정형과 이용국형과의 하루저녁 즐겁게들 보내신 이야기,
즐겨 읽었읍니다.
그와같이 같이 늙어가는 선후배가 가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에 역류하며
서로 옛날의 그열성으로 만날수있었다는것이 정말로 인상적입니다.
이 홈페이지로나마 세분께 축하드리며 만수무강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