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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30분.

손님을 먼저 기다리게는 할 수 없지 않은가.

강남의 제 단골 음식점 “수릿골”에 들어가니 푯말에 예약 손님의 이름으로

유 석희 외 2인이 붙어 있고, 오랜만에 들리니 여주인이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먼저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들의 안부부터 묻고 혼자서 목이 말라 맥주 한 병을 청해 마시고 있으니까  7시 정시에 두 선배님이 나타나는데. 이 용국선배님이야 자주 보는 얼굴이지만 황 규정선배님 역시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웹 사이트에서 늘 상 통하고 있으니까요.


이 집은 내가 가면 특별히 주문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집, 알아서 나온다.

먼저 자가 동동주를 한 항아리 시켰지요.

막걸리라면 하고 이 선배가 하시는 말씀이 황 선배님 댁이 있는 마포에서 종로의 피맛골을 거쳐 이 선배가 자취하는 명륜동까지 보이는 막걸리 집은 다 들려가며 마신 이야기,

이에 질세라 황 선배는 예과 때 경기도 용문산 소풍을 가서 품위가 낮은 막소주 드시고

모두들 형편없이 취하고 일행 중 한명을 떨어뜨리고 간 이야기 등으로 시작을 하였다.


남자들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군대이야기 아닙니까.

황 선배가 운을 뗀다. 자신은 해군에 있었는데 오천 해병대 사령부근무 후

딱 한번 군함을 타 보았다고, 즉 오천에서 인천으로 해서 김포 해병여단까지.

그 후로는 해군병원 근무이었고. 1968년 1월 21일 북한 경보병부대의 청와대 습격사건,

일명 김 신조사건 후 대위진급으로 제대가 늦어지게 되었을 때.

해군 군의관들이 돈을 모아서 요로에 로비를 나서서 마지막으로 돈은 떨어지고,

마침 멍멍이를 좋아하는 모모 군 인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약간의 성의(?)를 표시해

가까스로 두 달 늦게 제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가 물었지요. 혹시 배달사고는 나지 않았냐고요.

미국에서 오신 황 선배는 뜻을 몰라 헤매고, 여기에 이 선배가 얼른 설명을 해드린다.


황 선배가 이번에 집을 들르니 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이 맞지 않다고 해서

제가 말씀을 드렸지요. 도봉산 쪽으로 산행 후 하산을 하면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흘러

나 온 C ration을 파는 데 옛날 기억이 나서 몇 세트를 사오면 아이들은 아무도 먹질 않고,

또 단팥 앙금 빵을 사다 놓으면 이는 결국 제 차지가 된다고.

이 선배님이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치신다.


몇 년 전 이 정상선생님(66년 졸업) 정년 전 서울대 출신 신장내과하는 사람들이 몇이 모여 저녁을 먹었는데
“제가 요즈음 TV에서 코미디 프로를 보아도 하나도 우습지 않고, 가수들 나와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도 흥겹지 않습니다.” 하였더니 이 정상선생님 왈 “응” 나는 전에부터 그랬어.“ 하신다.
다시 말씀드리면 젊은 애들과 식성도 다르고 노는 것도 느끼는 것도 모두 다르다는 이야기 올씨다.


화제는 은사들 이야기로 돌아간다.

먼저 한 심석교수, 이 분의 사위가 김 정룡, 김 노경, 맨 아래가 자살한 제 동기 최 성재.

이 선배가 김 정룡선생은 김 노경선생한테 쩔쩔매. 내과 안에서는 챠트도 던지나 밖으로는 내과 식구들을 끔찍하게 감싸는 분이야. 저는 한 심석교수님 댁이 나중에 사시던 반포에 가서 “함 사려” 하고 외치다가 아무도 안 나와서 김이 새던 중
“어이 뭣들 하는 거야. 빨리 들어오지 않고” 이 말씀에 함값을 아무런 흥정도 못하고 들어간 사실과 아드님 한 성호가 우리 졸업동기거던요. 이어 이 문호교수의 무던한 점. 비서 미쓰 오가 처녀 적부터 일을 하였는데 결혼하고 애도 낳고 중년이 되어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도 신라호텔에 의사들 모임에 선생님을 모시고 왔었습니다. 물론 안으로는 대단히 무서운 분이지만.


오늘따라 금주를 지키시는 이 선배 덕에 황 선배랑 저는 술술 술이 잘도 들어가네요.


철저한 금연한 한 용철선생님이 주니어일 때 내과 당직 모선배가 인턴인 이 선배를 맡기고 술 마시러 출타 중 이 선배까지 병원 앞 중국집에 있다가 혼이 난일들. 그런데 한 용철선생님은 다시 집안의 복잡한 일(?)로 담배를 피우시다가 폐암으로 돌아가셨지요.

저는 김 응진선생님의 미수잔치에 초대를 받았는데 글쎄 제 자리가 중간 쯤 이더라구요.

놀라 자빠진 일은 선생님이 그 자리에서 안경도 안 쓰시고 20분 강의,
끝나고 식탁마다 돌아다니며 위스키를 마시는 모습 등이었지요.


이 선배가 민 헌기선생님과 순양함 타고 무의촌 봉사를 나갔다가 함장에게 부탁하여 배고프시다는 선생님에게 라면 한 그릇 더 끓여 드린 일들.
73년 1월 25일 서울대 화재 시에 모(?) 야간당직교수님이 재미 보러 갔다가
아침에 와서 보고 혼비백산한 이야기, 이는 제 블로그에 있는 내용이지만요.


황 선배님은 100세가 훨씬 넘으신 모친을 뵈러 1년에 한번씩 귀국을 하시는데
제가 운영자선배님은 유타주를 가셨다 하니 나도 그곳에 가야하는데 금년은 일찍 오느라 일정이 안 맞았다구요.


여수 출신인 이 선배님에게 물었지요.
주로 화장품과 전기기기의 밀수의 여수 이즈하라 특공대에 관하여,
2차대전이 끝나고 불하한 어뢰정엔진이 몰래 빠져나가 밀수선에 달아 고속으로 해경경비선을 따돌리고. 그래도 밀수선은 한번씩 잡힌 답니다. 그럴 때는 물건을 버리고 입항하였다가 나중에 찾으러 나간다고 이 선배가 말씀을 덧 부친다. 너무 자세하게 알아서 뭔가 관계가 잇는 것은 아닐까요?


황 선배 디트로이트에 정착하게 된 이유도 듣고.

이번에 두 분 고등동창모임으로 이 선배님이 태산에 다녀오신 걸 자랑하시길래 제가 혹시 가마타고 등산하신 건 아니냐 하였더니 아니라고 부인을 하신다. 지난번 내과의국 청계산 등산 때 저의 꼬임에 넘어가 따라 다니시다가 나중 며칠간 장단지가 아파서 혼이 났다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선배님 등산 실력을 잘 알거든요. 다음 기회에는 황산도 다녀오시겠다고 각오가 대단하시던 대요.


이 선배님의 아들, 저의 중앙의대와 내과의국 제자, 혼사에 대하여 물어보았더니 이 창홍선배님(66년 졸업) 딸과 맺어진다고 말씀하시어 축하를 해 드렸지요.


동동주가 끝나고 배가 불러와 이번에는 좀 센 술로 마시기로 하고.

아가씨를 불러 지난번 마시다 남겨 둔 죠니워커 블루를 가져왔다.

황 선배가 최근에 가장 많이 술을 마셨다고 실토를 하시고

저녁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좋은 술, 맛있는 음식,

황 선배님은 처에게 주라고 선물까지 챙겨 주시고,

이 선배가 차까지 태워 주셔서 편안하게 왔습니다.


그날은 무엇이 부족하였겠습니까?

황 선배님 감사합니다. 이 선배님도요.

그리고 황 선배님 찍으신 사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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