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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단성사 주변의 추억 -2

2011.08.16 07:29

김성심*57 Views:5483

                        단성사 주변의 추억-2

 


와룡동 집에 어느 날 우르르 집달리가 몰려와 별의별 세간을 모조리 싣고 가는데
찬방에서 교자상만한 큰 한국 밥상, 홍두께까지 모두 가지고 갔다.
당시 나는 어머니 심정도 모르고 별 생각 없이 그 장면도 나에게는 한 event로 구경거리이었다.
얼마 있다가는 그 집에 미인도를 많이 그리신 "이당, 김은호 화백" 의 문패가 붙어있었다.
최근에야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간 얘기를 10년 연상 큰 오빠에게 들었는데 아버지가 어느 사람의 빗보증을 스셨다고 한다. 아버지에 관하여 이런 일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길 건너 익선동 68번지, 컴컴한 조그마한 곳으로 집을 옮겨야만 했다.
그 집 가서 얼마 안 있다가 어느 새벽 나의 두 살 위, 사범부속국민학교 3학년 오빠가 입원했던 서울대학병원 법정전염병 병실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용달사의 인편으로 연락을 받았다. 장질부사 합병증 장출혈로. 옛날에는 이런 병에 못 살고 세상을 떴다.


2년 후배로 입학한 여동생 나를, 오빠는 병으로 학교를 못 가면서 내 신주머니 들어주며 쫓아오는데 나는 병든 오빠를 뒤로 제끼고 생생한 몸으로 막 뛰면서 오빠를 골려 먹었다.

지금도 가슴 뭉클, 눈물 난다. 아무리 내가 어려서 설마 그 오빠가 영영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2-3년 전 두 살 아래 내 동생을 설사로 세브란스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 갔다 하시다가 살리지 못했는데 어머니의 슬픔은 오죽하셨을까. 그때는 조금도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아버지가 3.1운동으로 옥살이 하시는 2년여 동안,
나의 가장 큰 언니는, 감옥에 사식 넣으시랴, 만삭의 임신부에서 갓난쟁이 키우며
애쓰시는 어머니를 새 나막신이 다 닳도록 심부름하며 도웁다가 4세의 나이에 Diphtheria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옛적에는 아이들이 애기 때부터 숙성했나 보다.


이사를 하고 살게 된 익선동 집의 창문 밖 뒷집에는 여러 내시들이 살았다.
꼬마 남자 아이들도 있던데 그 애들도 장차 내시 후보였던지,
아침 저녁으로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맹자 , 공자-- 유학공부인지-
어른 내시들이 글을 읽으면 꼬마들이 따라 읽는다.

줄여간 조그만 집 마당에 박힌 펌푸 물, 물을 한참 많이 붓고 겨우 가동되면 물이 나오는데,
효과 없이 숨 넘어가는 소리 '꼴~깍'하며 애써서 공을 들여 부운 물까지 다 삼키며 내려가버리기가 일수.
나의 힘으로는 잘 안 되었다.
북청 물장수가 삐걱거리며 하루에 한 지게씩 항아리에 부어주고 간다.
집집이 그의 저녁을 번갈아 지어주었다.
물장수 밥그릇, 큰 사발 수북이 밥을 꾹꾹 눌러 담은 것을 순식간에 비운다.


내가 그 집 이사했을 때는 좀 더 컸고 행길도 하나 건너 이사했으니 낙원동, 경운동등 걸어 다니며 천도교당, 운현궁, 교동국민학교 근처를 배회했고 파고다공원에 잘 놀러 다니며 인사동 길도 걸었다.

파고다공원은 지금처럼 노인들 많이 계신 곳이 아니고 여러 어린이들이 뛰어 놀던 곳,
언제부터인가는 Pool도 생겨 일요일이면 그 속에서 헤엄도 즐겼다.


인사동 거리에는 어머니가 출혈하고 아파 고쳐보려고 입원하셨던 '신필호 산부인과'가 있었고
대를 내려가 그 아드님, 신한수교수께서는 저의 스승이시기도 하셨다.
어머니는 내내 회복하지 못하신채 47세로 내가 11살때 북아현동 집에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14년 후,
       김석환교수께서 주임교수이시던 시절, 내가 수련을 시작한 서울대학병원 산부인과
       복도를 좌측으로 돌자마자 문이 있는 53 호실,
       어머니 누우셨던 2인용 문 옆 침대의 환자를 감회 깊게 돌보며 회진 돌며
       목 메어 "어머니- " 불러봐도 영영 다시 안 돌아오고. --


사범부속국민학교 1학년, 청계천을 따라 종로5가- 동대문 사이에 종로통과 을지로(당시 고가네마찌-黃金町<황금정>라고 불렸음)사이에 위치한 사범학교까지 걸어서 통학하였다.
청계천은 당시 물이 조금밖에 안 흘러 물에서 오색 빛이 났으며 그 개천가의 집들의 하수관, '노깡'이라 부른 시멘트 관들이 무수히 개천의 양 벽에 개구하여 구정물을 내놓는 것 같았다.
비가 와야만 아낙네들의 빨래터가 되었다고 기억한다. 淸溪川이란 이름하고는 달라 물이 맑지 못한 모순을 의아해 하면서 지나다녔다.


새로나온지가 얼마 안 되는 택시를 나는 꼬마라고 앉아 계시는 어른들 틈에 서서 탔는데 그래도 몹시도 신기하였다.
휘발유 냄새가 좋아서 붕- 붕 떠나는 택시 뒤를 뛰어서 심호흡하며 얼마를 쫓아갔다.


지금도 그 집들을 가보는데 와룡동은 이제 앞문 뒷문이 다 달라졌고
익선동 집은 집 터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다.


 

변혜경후배님께 저의 오래된, 가슴 벅찬 추억을 더듬게 해주시어 답글로 드리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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