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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스티브잡스의 이야기


[김수종 칼럼] 
한국일보 주필

“아들과 차 한 잔 하고 싶다”

여대생이 남자 친구와 사귀다 임신하게 된다. 아이를 낳아도 기를 수 없는 처지에 직면한 여대생은 출산 직후 양부모를 찾아 아이를 입양시킨다. 이 아이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라나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으켜 돈과 명예를 얻게 된다.

아들과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한 잡스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올해 80세의 압둘파타 존 잔달리. 미국 네바다의 도박 도시 리노에 있는 한 카지노 회사의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잔달리는 1950년대 시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유학생. 그는 여대생 조앤 심슨과 사귀다가 심슨이 임신하게 되자 결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시리아 이민자를 사위로 받아줄 수 없다는 심슨의 부모 앞에서 이들의 결혼은 좌절됐다. 여대생 심슨은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아이를 낳고 입양을 시켰다. 몇 년 후 잔달리와 심슨은 끝내 결혼하여 딸까지 낳았으나 오래 못 가서 이혼했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연설에서 자신이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입양됐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것이 그의 운명을 바꿨다고 술회했다. 명 연설문으로 회자되는 잡스의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쉬'에서 잡스는 애플의 성공을 견인한 세 가지 에피소드를 들었다. 그 첫째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출생 배경이고, 둘째가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축출되는 좌절감이며, 셋째가 암 투병을 통한 죽음과의 대면이다.

잡스 생부는 시리아 출신 이민자

잡스는 이 세 가지 일 중에서 운명의 변곡점이 된 사건을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서 입양된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의 생모 심슨은 태어나는 아이는 대학 졸업자 부부에게 입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변호사 부부가 첫 번째 양부모 후보였으나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심슨이 출산한 아이가 딸이 아니고 아들인 것을 알고 변호사 부부는 입양을 포기했고, 아이는 폴 클라라 잡스 부부에게 입양됐다.

심슨은 잡스 부부가 대학 문턱에도 못가 본 사람들이란 걸 알고는 맹렬히 반대하다가 아이에게 대학교육을 꼭 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허용했다. 

가난한 양부모는 스티브 잡스의 교육비에 벌어온 돈을 다 털어 넣다시피 했다. 잡스는 리드대학 입학 6개월 만에 양부모가 고생하는 것을 참지 못해 대학을 중퇴했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찾아 도강과 청강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잡스는 그때 듣고 싶은 과목을 찾아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으며 특히 그 때 배웠던 서예가 애플의 첫 제품인 맥킨토시 PC의 아름다운 글꼴의 모체가 되었다며 대학 중퇴가 성공의 원동력임을 숨기지 않았다.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문을 보면, 불운과 역경이 모두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생물학적 아버지 잔달리가 시리아 사람이었기 때문에 입양아의 운명을 타고 났고, 양부모가 가난한 고졸자였기 때문에 대학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다.

잡스는 이런 역경을 이겨내고 끝없는 도전정신을 발휘했다.
성공의 논리로만 얘기한다면 '시리아 유학생 잔달리'의 한계 상황이 스티브 잡스의 오늘을 있게 만든 성공 요인이다. 그러면 잡스는 생부를 고맙게 생각해야 되는 것인가.

56년이 지난 지금 잔달리는 그 때 입양시킨 것을 후회한다며 아들과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생물학적 아버지에게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건 동서양의 차이가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신문 보도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누이동생(작가)을 찾아 나선 적은 있지만 생부를 보고 싶어 한 적은 없다고 전해진다.

불운과 역경이 성공의 바탕

스티브 잡스의 얼굴에는 냉혹함이 깔려 있다. 타고난 모습일까, 아니면 운명에 도전하면서 생겨난 제2의 인상일까. 그가 심슨과 잔달리의 정상적인 결혼으로 이뤄진 가정에서 행복하게 성장했어도 '애플 신화'가 창조되었을까, 아니면 더 대단한 무엇이 생겨났을까.

스티브 잡스의 경우를 보면서 인간의 운명은 날 때부터 결정지어진 것인지, 아니면 자라나는 환경에 의해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선뜻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운명처럼 신비로운 것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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