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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여름의 설악산

2009.08.23 22:12

유석희*72 Views:7206

이 글을 쓰신 분은 의사로 주로 혼자 산행을 하는 분입니다.

여름의 설악산 (8월 15-16일)

지난 토요일  광복절 새벽에 집을 나서, 우정산악회를 따라 설악공룡을 찾아갔다.
바캉스 철이라 길이 막혀, 사당역에서 7시에 승차한 산악회 버스가 오후 1시경이 되어서야 한계령에 도착. 같이 산행하는 회원이 금년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인 것같다고 하는데, 설악산도 한 여름이다.

지난 5월에 왔을 때, 한계령 코스에서 '힘껏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서' 힘을 빼는 곳이 몇 군데인지를
세어 보니 12군데나 되었다. 한계령 들머리에서 1시간 정도 지나니, 등로가 아래로 내려가 고도를 낯추면서 기온이 내려가서 한결 시원하게 느껴진다.

아래는 끝청 바로 아래 전망바위애서 조망한 설악산의 산그리메.
어디에서 사고가 났는지, 헬기가  바로 머리 위의 공중을 선회하면서 비행하고 있다.

대청봉 바로 밑의 중청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마시면서, 혹시 숙소 빈 자리가 남았는지 물어보니 전부 예약이 되어 있다고. --대청봉이 가까워 내일 아침 일출을 보기도 편리할텐데-- 대부분의 회원들이 숙소로 정하기로 한 봉정암으로 가면서 저녁노을에 비친 설악 풍경을 백두대간이 지나는 능선에서 마음껏 감상한다.

소청 삼거리로 내려가는데 스물 갓 지난 모습의 아래 사진 소녀가 계단을 올라서길래, 모델로 몇 장의 설악 풍경을 담았다.
내 뒤따라 계단을 내려오던 50쯤 돼 보이는 여성이 카메라를 건네면서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에스 산악회와 같이 왔다면서 소청산장에서 잠을 자고 5시경에 공룡능선에 간다고.

소청을 내려오면서 조망한 석양의 설악 경관.

봉정암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행을 위해 찾아 온 불자들로 초만원. 오늘도 아마 전국적인 규모의 법회가 열리는 모양이다.
양산 통도사에서만 13대의 버스가 왔다고 하고, 방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며 사찰 마당과 마루며 종각및 여기저기 곳곳에 불자와 등산인들이 이슬을 가릴 채비를 하고 누워 있다. 

내일의 공룡 산행을 위해, 잠을 청해 보나 철야 기도를 하는 보살님들이 지나 다니는 인기척과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잠이 오지 않고....대청봉으로 일출을 보러 가기 전에 불타의 사리가 봉안된 곳을 찾아보기로 한다.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통도사와 함께 봉정암은 부처님의 진신 사리가 모셔진 한국의 5대 적멸보궁중의 하나.
새벽 3시가 되기전에 숙소에서 법당 뒷쪽 산비탈을 몇 분간 올라서니, 사리탑이 있고 여러 불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법당안은 물론이고 복도와 법당 건물 주변 마당에도 불자들이 가득하고 기도에 열중이다. 법당안을 살펴보니, 불상은 없고<진신 사리가 봉안된 사찰에는 불상이 없음> 공양미를 담은 포대들이 가득 쌓여 있다. 봉정암은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표고 1233미터 위치>

 

봉정암을 나와 비탈 계단을 10여분 올라가니, 7-8여명이 나무등걸 아래에서 잠을 자고 있다. 어제 봉정암으로 같이 내려오다가 초만원이라는 얘기를 전해듣고, 비박하겠다고하여 헤어진 다른 산악회 회원들이다. 포장을 개봉하지 않은 알카라인 전지를 봉정암을 떠날 때 넣은 플래시의 불빛이 소청산장에 오르기 전에 희미하다. 몇 달전에 구입한 새 제품인데 자연방전된 모양이다. 소청산장에서 카메라용으로 쓰는 니켈 전지로 바꾼다. 소청산장에도 여기저기 비박하는 등산객들이 있다.

중청을 향해 계단과 비탈길을 오르는데, 뒤에서 플래시 빛이 따라 오르고 있다. 공룡 산행을 나온 케이 산악회 회원들이라고 하면서 나더러 같이 공룡으로 가자고 한다.  4시30분경에 중청 대피소에 이르니, 대피소앞 뜰이며 헬기장과 등로의 오솔길에 비박하는 등산인들이 50-60 여명정도나 된다. 그 중 등산로 오솔길에서 갓 깨어 일어나는 40후반의 부부에게 잘 잤냐고 말을 건네니, 바닥이 차가워서 남편이 잠을 설쳤다고 하며.

5시경에 대청에 올랐는데, 아직 여명전이라 어둑어둑하고 봉우리에는 중청 대피소에서 같이 올라 온 몇 사람뿐이다. 30여분쯤 지나니 저 멀리 가시 거리의 끝인 동해바다 수평선에서 검은 암흑 위로 붉은 색이 줄 모양으로 번지고 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면서, 붉은 색 아래 검은 암흑 부위에 진홍색의 둥근 점이 나타났다. 내 옆의 20초반의 청년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거대한 포부와 희망을 갖자!"며 혼자 독백처럼 중얼거린다.

 

 

아래는 일출 후에 대청봉에 남아서 여명의 설악 경관을 감상하고 있는 등산인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있는 분이 옆에 서 있다.

필자 오 원철 선생.

동국여지승람에 '중추가 되면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이듬해 여름에 녹는 까닭에 설악'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고, 증보문헌비고에는 '봉우리 위에 솟은 바위 색깔이 모두 눈빛'이라 설악이라 불린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산악인 김장호는 그의 한국명산기에서 설악산의  뼈대는 북서쪽을 향해 X 자 놓여 있고--대청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주맥, 동서로 날개를 곁들여 하늘의 불가사리처럼 진좌하는 꼴.

백두대간의 줄기가 태백산맥을 따라 내려오다가 설악산에서 방향을 트는바, 설악산의 산세는 서쪽에서 서서히 융기하여 고도를 높히다가 갑자기 동해쪽으로 곤두박히는 형세라고 한다.  따라서 편서풍과 동해의 기류 영향으로 설악산에는 눈과 비바람이 거칠어 바위봉우리를 깎아 지르고 골짜기를 깊게 파헤쳐, 기기묘묘한 장관을 이루게 되었다고.

겨울에 서쪽에서 구름을 몰고 오는 편서풍에 맞서, 동남풍만 불었다하면 이 일대는 폭설이 쌓이게 된다고 한다. 또 동해의 난류가 뿜어 올린 짙은 안개가 피어 오르다가 북서풍에 몰려서 선회하면서 안개바다를 펼치고.

대청봉에서 조망한 설악산의 운해.

 

산봉우리들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며.

 

아래는 중청에서 내려와 소청산장과 봉정암으로 내려가는 삼거리에서 조망한 향로봉--위에서 두 번째 능선에서 좌로부터 1/3 지점의 능선위에 반원형 하얀 물체<군시설물>가 보이고, 맨 위의 능선은 금강산이라고 한다.
금강산이 예로부터 널리 알려졌지만 설악산도 그에 꼭 버금간다고 할 수만은 없다고.
어느 점에서는 더 빼어나다고 하는데.

1만2천봉의 금강산에 비해, 설악산은 7천봉이어서  금강산의 아기자기한 면은 덜 하지만 그에 반하여 훨씬 더 장쾌하다는 얘기.
물론 설악산이 62미터가 더 높고 금강산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서북주능과 화채능선의 우람한 기상과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의 걸출한 역동감이 설악산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소청 삼거리에서 희운각으로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의 비탈길로 1.3킬로의 거리다.
설악산 3대 깔딱고개 길중의 하나라고 함.

비탈을 내려오다가 30 정도로 보이는 미국 여성을 만나, 바로 앞에 보이는 아래 사진의 공룡능선을 영어로 무어라고 하느냐고 물어보니 '드래곤 백'이라고 알려준다. '용의 등'이라는 의미이니, 그럴듯하여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나는 수사법이 난해하게 구사된 오 헨리의 단편소설은 잘 읽지만 회화에는 서투르다고 하니 회화도 자주 하면 된다고 웃는다.

희운각은 히말라야 등정을 앞두고 예비 훈련을 하던 10 여명의 산악인이 희운각 위치에서 계곡을 타고 대청으로 오르다가 눈사태로 유명을 달리하자 '희운'이라는 호를 가진 어느 독지가가 사재로 대피소를 건립하였다고 한다.

 

희운각을 지나서 신선봉에 오르면 서쪽으로 서북능선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아래는 정상석이 서 있는 대청봉의 뒷 모습과 히말라야 원정대가 눈사태로 유명을 달리한 죽음의 계곡도 보인다.

10시경이 되니 구름 바다가 신선봉을 덮으면서 대청과 중청 쪽으로 밀려든다.
동해바다에서 뿜어 올린 난류가 북서풍을 만나서, 뒤집히면서 운해를 일으켰나보다.
공룡능선과 서북능 사이 계곡을 덮고 있던 구름 바다가 한참 후에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사라져서
가시거리가 멀어지고 날씨는 쾌청해졌다.

 

신라시대부터 화랑들의 무술연마를 위해 설악산에서 훈련을 했다고 하며, 축구 국가대표팀 멤버들의 담력을 키우기위해 아래 용아장성에서 릿지를 하다가 어느 선수가 유명을 달리한 적도 있다고 한다.
용아장성과 함께 공룡능선은 날카로운 바위와 암벽으로 이뤄진 형세및 혹한 적설량 방벽과 경사도등이
외국 유명산과  비교하여 별 차이가 없어 해외 원정을 위한 산악 훈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광복절에는 설악의 구석구석을 조망할 수 있도록 날씨가 쾌청했었다.  8월16일 아침에도 맑은 날씨는 설악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는데 10시경부터 펼쳐지는 운해의 퍼레이드는 설악 조망을 더 역동적이고 환상적으로 만들었다.
5.1킬로의 능선을 지나면서 기기묘묘한 기암괴석과 단애들을 만나다 보면 '공룡능선이 예로부터 설악중의 진설악'이라 불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오면서 반대 방향에서 올라오는 등산객과 인사를 나눴는데, 그는 공룡에 들어가기 전에 식수를 충분히 챙기라고 알려줬다. 공룡 지나 비선대까지 식수를 구할 데가 없으므로 아예 중청 대피소에서 식수를 챙기는게 더 안전하다.

나는 배낭에 1천씨씨가 남았지만 2천씨씨를 희운각에서 더 구입했는데, 희운각에도 식수가 품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년들어 가장 더운 날씨 탓에 8월16일 아침부터 설악동 날머리까지  무려 3천5백 씨씨의 물을 비운 것같다. <물론 케토레이 같은 이온수가 더 도움이 되나 희운각에는 품절>
8/15 한계령--8.8킬로--중청대피소--0.6킬로--소청--1.1킬로--봉정암  **10.5킬로
8/16 봉정암--1.1--소청--1.2--대청--1.2--소청--1.3--희운각--5.1--마등령--6.2--설악동 매표소--3.0--C 주차장  **19.1킬로

금년  5월17일에는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점심 시간을 포함하여 4시간20분이 소요됐는데,
광복절에는 대청봉 600 미터 아래인 중청 대피소까지 5시간 30분이 걸렸다.
공룡능선은 보통 희운각에서 마등령까지 5.1킬로 구간이고, 5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나는 점심 30분을 포함하여 5시간 40분이 소요됐고<희운각 8시--마등령 오후 1시30분 도착>, 물론 더운 날씨도 그렇지만 곳곳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상당한 시간을 지체했었다.

공룡능선을 산행하면서 봉우리를 지날 때마다 메모를 했는데, 지나 간 봉우리가 21군데였고 거의 전부 우회로를 거쳐 지나갔으며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암릉이 끝나는 부위에 위치한 고개를 넘는 경우도 몇 군데 있었다. 20여곳의 봉우리가 끝나는 지점, 다시말해 마등령에 근접하여 우측으로 거대한 절벽이 길게 나타나고 그 위에 등로가 있는데 그 밑의 계곡은 운해에 가려 보이는 것이 전혀 없었다.

나는 이번 산행에서 겹겹의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첫날인 8월15일에는 쾌청한 날씨로 설악의 곳곳을 조망하였고 익일 새벽의 일출을 맘껏 감상했으며, 8월16일에는 운해가 봉우리와 계곡을 덮었다가 사라지는 퍼레이드를 반복하여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공룡능선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쑈를 구경하였다. 아울러 오후 1시가 넘어 운해가 설악을 거의 덮을 때쯤에 공룡능선을 마치게 된 것이다.

같이 산행한 회원중에 베테랑이 몇 분 있었는데, 백두대간을 2번 종주하고 용아장성도 2번을 넘었다하며, 산행하면서 겪은 체험을 생생하게 반복하여 들려주었다. 귀경하면서 공룡을 마쳤으면 용아장성도 가능하니, 언제 한 번 같이 가자고 권유하지만, 난 릿지는 딱 질색이다. 북한산 상장능선에 갔다가, 같이 다닌 분의 권유에 따라 마지막 9봉인 왕관봉에 오르다가 2/3쯤에서 진퇴양난에 빠져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기회가 되면 가을 단풍철에 설악동으로 공룡능선에 올라,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 오면서 공룡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만날 볼 생각이다.

 

원문에 약간의 절삭과 편집을 하였습니다.
저도 한 십년전 공룡능선을 이 산행기와는 거꾸로 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천불동계곡을 한 적이 있었지요. 아마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때는 정말 그곳을 가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죽음의 계곡에서 돌아가신 부부대장이 나의 스키를 산악부실에서 가지고 가서 영영 돌려받을 수가 없었고 중청과 소청사이에 저의 의과대학동기가 예과 1년 겨울에 산행 중 동사,
그해 여름 그 자리에 "우리들의 사랑하는 친구 이 필복군, 여기 백설위에 고이 잠들다."란 동판을
부쳤는데 20여년 후에 다시 찾았더니 그대로 그자리에 있었고 흘러내린 녹물만이 바위를 적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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