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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두류동의 이틀밤

2011.10.07 09:57

김창현#70 Views:4234


나는 그가 사는 지리산 두류동 골짜기에 머루 다래가 익었는지만 궁금하다. 봄에 심은 복숭아 나무 열 그루가 잘 크는지, 이장군 김교수 오교장과 심은 장뇌가 잘 크는지만 궁금하다. 이 청명 가을철에 천왕봉이 잘 보이는지만 궁금하다. 그밖에는 모두 일 없다.

혜근이가 시카고서 돌아와 처음 서울에 나타났을 때, 서울 친구들이 그 얼굴 보고 반갑다며 같이 식사를 했지만, 그걸로 그만이었다. 어디서 잘 거냐고 물어보니 갈 곳이 없었다. 단지 성증 친구가 24시간 찜질방 티켙 몇장 준비했다고 한다. 그래 수지 집으로 초대했던 것이고, 그 이후 혜근이가 사는 두류동을 서너번 방문했다. 집은 낡아 빠진 토굴이나 지붕 위에는 별빛이 보석보다 휘황하였다.

올 가을도 남강문우회 진주 모임 후에 이장군 김교수 오교장과 만나 두류동서 이틀 자고왔다. 

 

그동안 수십년 세월이 흘렀다. 다시 본 남강 유등도 좋았고,촉석공원도 좋았다.저녁 먹은 원지의 음식점도 좋았다.집도 깔끔하고 홍합 들어간 해물탕 국물맛도 시원했다.산에 들어가는 길 차도 사람도 아무도 없는 그 칠흑같은 어두움 고요함도 좋았다.우리는 밤 늦게까지 난로에 밤과 고구마 구워 먹으며 하고싶은대로 이야기 나누다 자정 넘어 제멋대로 아무데서나 자고싶은대로 잤다.아침에 일어나 변소 가는 길에 본 코스모스는 왜 그리 철없이 고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소나무 잎새엔 함초롬한 이슬 맺혔고,임자가 있겠지만 하나 딴다고 누가 시비 않을 감나무에 달린 붉은 감은 가지에 축 늘어졌다.

산해진미 먹는다고 마음 편한가.수도하는 스님 공양음식은 소박해도 마음은 평화롭다. 지리산 무공해 시래기국과 김치 밖에 없지만, 아침 공양이 마냥 감사하다.

여기는 벼슬이나 돈은 필요없는 곳이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제일 상석이다.설겆이 해놓고 산에 올라가니 어허라 거기 별유천지가 있다.위에서 물은 내려오지,바위는 앚맞게 깔려있지,우리는 거기다 연못을 만들었다.오교장은 뒷짐 지고 말로 감독만 하고,이장군은 삽질하고,김교수는 물길 만들고,거사는 오교장 쭁코 놓고,희희낙낙 웃고 노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제법 근사한 연못을 하나 만들었다.연못 가운데 바위섬이 둘이나 있다.물은 폭포로 떨어져 아래 연못에 고인다.하다가 보니 설계도 제법이다. 바위 가에는 맥문동을 심자고 하고,물속에는 연꽃을 심자고 하였다.그리고 바위에 올라앉아 혜근이가 들고온 막걸리 마시는 그 맛은 속세의 인간들이 혹시 알까 두렵다.

점심은 대원사 가는 길 청국장 집으로 갔다.촌에 웬 그런 멋진 집이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도자기 쟁반에 나온 깔끔한 산채를 보자 전직 육군소장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간 김에 대원사 부처님 전에 합장한 후 신도들 방석 끌어다 펴고,아홉번 절 올리고 시주함에 세종대왕 명함 한장씩 넣어드렸다.절 밑 동네도 딱 맘에 들었다.차를 세우고 평상에 앉아보니,집집마다 붉게 주렁주렁 매달린건 감이다. 그 속에 홍시가 많다.홍시 맛은 달고 차지고 싱싱하였다.인적도 없는데다 그 홍시는 아무리 따먹어도 동네 할매들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곶감 만들기 전 홍시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러나 주인 없는 홍시 줏어먹는 그 맛은 선계의 천도복숭아 훔쳐먹는 맛과 비스무리하였다.

다시 두류동 연못가로 돌아와 거기서 멋지게 일잔 하였다.저멀리 갈지자로 능선 포개진 골로 계곡은 시원히 뻗었고,등 뒤로 천왕봉은 우릴 내려다 본다.바위 위에다 버너에 불 붙이고,네발 짐승 살 좀 지글지글 구웠다.소나무 솔바람은 솔솔 불어왔다.이 참에 오교장이 모를테니 욕 좀 해야겠다.어디서 구했는지 그 귀한 백포도주 한병 가져온 것까지는 좋은데,아까워서 자꾸 자기 등 뒤로 감춘다.그거 한잔 얻어먹는데 치사하게 얼마나 아첨을 하도록 했는지 모른다.

그날 밤 2시 넘어 잤다.새벽에 일어나니 혜근이가 산뽕나무 가지를 한아름 쳐왔다.산뽕은 당뇨에 특효약이다.가을에 딴 것이 약발이 가장 좋다.셋에게 한보따리씩 선물했다.시간이 없어 약초꾼 따라 가을산에 한번 못들어간 것이 하나 흠이었다. 잘 하면 송이도 몇개 주웠을 터이다.그러나 마음 비운다고 온 산 아닌가,욕심은 금물이다.떠날 때 마음을 잠시 비우게 해준 산을 쳐다보고 합장 한번 올린 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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