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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해서 저녁을 먹다가 처가 불쑥 말을 끄낸다.

우리 언제 양가 부모님을 위해 천도제를 올립시다.

참고로 천도제란 돌아 가신분들의 영가(영혼)를 극락에 왕생을 기원하는 불교 의식.

"어디에서?" 하고 물었더니 지난 5월에 한번 다녀온 감포 기림사에서.

나도 법명까지  本覺 이라 있고 종교가 불교인지라 외래가 없는 하루 휴가를 내고.

 

11월 25일 수요일 오전 6시 30분.

이른 아침 뿌연 안개 속에 집을 출발한다.

“아뿔싸” 차가 하이패스 게이트로 들어와 버렸네.

전에는 일반 게이트이었으나 하이패스 게이트가 늘어 난 것도 모르고.

도로공사에 연락을 하려고 노견으로 들어오다 보니까 이번에는 가변차선 위반이다.

왜 이 시간에 가변차선을 막아 놓았는지도 궁금.

교통민원센터가 1km전방,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할 수 없지 뭐” 중얼대며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여 계속 운전을 하니 눈이 피로하다.

그러나 경주에서 내일 같은 시간대에 올라 올 때는 해를 등지니까 그래도 다행일 것.

늦가을의 산야는 단풍은 지고 간간이 날리는 억새풀과 누렇게 변한 마른 풀들 사이,

푸른 솔이 오히려 생경스러운 모습이다.

경주 기림사, 아니 감포 기림사에 11시에서 11시 반 도착예정이니까

그리 빨리 갈 이유는 없다.

추풍령 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커피 한잔을 마신다.


경주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 구간에 진입한 사정을 이야기 하니까 차를 앞에 대고

사무실로 가란다. 위반시간을 이야기 하여 통과료 15,000원을 내고 해결한다.

조금 성가시지만 이렇게 간단한 것을 괜히 마음조리며 운전을 했었네.

경주는 운전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네비게이터가 없어도 도로도 정비되고 표지가 잘 되어있어서.

돌아가신 부친의 친구가 여기 시장으로 계실 때 이루어진 일들이다.

감포 넘어가는 국도 4번 도로는 보문호를 끼고 우회를 하여 새로 생긴 추령 터널을 통과하여

선무도로 유명한 골굴사 옆을 지나 주차를 하니까 11시 반, 시간을 맞추어 온 편이다.


지난 5월의 산사는 신록에 쌓여 있었으나 이 계절의 산사는 따스한 햇볕으로 충만하였고

정적으로 쌓인 절에 은은히 풍경소리만 들리는 구나. 뜰에는 감국에 철 잊은 노랑나비 한마리가 앉아 있다.

감나무는 그 많던 잎을 잃어버리고 감만 달랑 달려 있고, 마가목의 붉은 열매가 아름답다.

자세히 보니까 목련은 벌써 내년의 봄을 예비하여 꽃 순을 솜털에 싸놓고 기다리고 있다.


점심공양을 한다. 몇 가지 나물과 전, 그리고 구수한 된장국이다.


삼천불전, 대웅전의 보살이 차를 타오며 천도제에 추가할 것이 없느냐고 하여

지금부터 50년도 더 전에 우리 집에 있던 가정부의 죽음과, 그때는 오구굿으로 끝내었지만,

우리 곁을 떠난 사랑스러운 우리 개 “토토”까지 같이 위패에 더 한다.


신상에 둘러싸인 명부전은 갖가지 제수를 미리 차려 놓았고

먼저 스님이 요령을 흔들며 영가(靈駕)들을 부른다.

일찍 돌아가신 항상 인자하셨던 장인 어른,

엄격하였으나 현명하신 어머니,

잔정이 많으셨고 명석하셨던 아버지,

당신 딸만큼 나를 좋아하신 장모님.

그리고 가정부와 축생 토토까지.

스님과 보살의 인도아래 수 없이 많은 절과 독경을 따라 하며

반야심경, 천수경과 금강경을 처음부터 37편까지 하나도 빠지지 않고 독경을 하였고

영가에 대한 제사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위패와 상징적인 짚신을 태우고 나니까

저녁 다섯 시가 다 되었다.


마침 경주 양동출신 손씨 의동생 집에서 연락이 와서

명활산성이 올려다 보이는 남씨 집성촌의 고가에서 저녁을 먹었다.

넓은 마당에는 자태를 뽐내던 꽃들은 지고 겨우 가을 국화 몇 송이만 남아있고

우리들을 반기던 개 두 마리는 없어지고 눈먼 개 한마리만 집을 지킨다.

양반집 잘 차려진 저녁을 종부 집에서 솜씨 있게 담은 가양주를 반주로 거나하게 취하였다.

차의 트렁크에는 추수한 찹쌀, 조, 터 밭에서 뽑은 무, 직접 짜온 참기름 등 여러 가지 농산물과

포항에서 가져 온 미역,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 송편, 가래떡, 집에서 담은 김치와 감주 등을 가득 실어

호텔까지 태워주어 미안한 마음 금할 바 없었으나 정이란 주고받는 것이 아닌가.


교육문화회관은 특급호텔 수준으로 회원인 나는 50%의 할인으로 묵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밤늦게 호텔방에서 내려다보니 바로 가까이에 호프와 소줏집의 네온이

나를 유혹한다. 그러나 오늘 하루 종일 애쓴 처는 골아 떨어져 자고 있고,

서울까지 올라가려면 환갑도 지난 나 역시 쉬어야 하므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팔우정 로터리의 시원한 메밀묵, 콩나물과 몰 해장국을 먹으러 가려고 했으나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7시 교육문화회관을 출발하였다.

이번에는 정확히 일반 게이트로 나와 김천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진입을 하였는데.

가을 안개가 진하게 깔려 있어 조심 조심운전으로 서울 도착 11시 이다.

아래의 사진들은 늦가을의 기림사, 해우소, 관음전, 명부전, 절내의 정원 등.

맨 아래 사진은 처의 의동생 집의 풍경, 뒤뜰의 솥들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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