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Poem 목에 난 수염 - 서 량*69

2008.05.31 20:33

서 량*69 Views:7125



http://blog.daum.net/stickpoet

내 목은 자라 목이야

시방 내 목이 위태위태해. 밖에

천둥번개가 난동을 부리는

토요일 저녁에 면도를 하는 중에

 

터틀넥을 입고 터틀넥 한가운데 지퍼를 꼭대기까지 올리고 머플러도 하지 않은 채 쏘다닐 때 내 목은 수염 하나 없이 만질만질했어.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면 목 안에 용암처럼 뜨거운 가래도 많이 생겼지. 청명한 6월 초순 하늘이 내 머리에 마구 쏟아져 내린다. 곰팡이 냄새 물씬한 지하실 다방에서 아리랑 담배를 태웠어요. 겨울에 피는 담배 연기 냄새가 아직도 참 좋아 너무나 정말

 

면도날 속에서 AA 배터리가 부릉 부르릉

진동하고 있어. 내 목젖도 부르르 진동하고 자라 목도

개울물 속에서 부들부들 진동해. 공명이야 정말

소스라치는 공명이야. 머리 나쁜 삽살개

입가에 삐죽삐죽 달린 수염처럼 그렇게

수염이 길지는 않아요. 수염을 도려내기

위하여 시방 목에 칼을 대고 있어. 떨리는

손으로 후회도 미련도 없이. 밖에

시커먼 하늘을 힐끗힐끗 곁눈질 하면서

 

©서 량 2008.06.01


No. Subject Date Author Last Update Views
Notice How to write your comments onto a webpage [2] 2016.07.06 운영자 2016.11.20 17768
Notice How to Upload Pictures in webpages 2016.07.06 운영자 2018.10.19 31850
Notice How to use Rich Text Editor [3] 2016.06.28 운영자 2018.10.19 5493
Notice How to Write a Webpage 2016.06.28 운영자 2020.12.23 43427
437 5월의 시 두편 [1] file 2008.05.20 이건일*68 2008.05.20 8341
436 나에게 무슨 효심이 있단 말인가 - 허서룡 (시계탑 2007) [1] 2008.05.20 허서룡*66 2008.05.20 9773
» 목에 난 수염 - 서 량*69 [2] file 2008.05.31 서 량*69 2008.05.31 7125
434 오월 마지막 날에 [4] 2008.06.03 조성구#65 2008.06.03 8856
433 <詩 낭송> 천 년 전 당신과 나는 - 서 량*69 [5] 2008.08.08 서 량*69 2008.08.08 7086
432 그리움 [10] 2009.09.10 유석희*72 2009.09.10 8504
431 Solitude - 이한중 [4] 2009.11.17 이한중*65 2009.11.17 5945
430 On Thanksgiving Day Of 2009 [5] 2009.11.26 이한중*65 2009.11.26 7630
429 겨울이 오면(제 후배의 시) [4] 2010.01.03 유석희*72 2010.01.03 8626
428 I Have Nothing To Say [3] 2010.01.07 이한중*65 2010.01.07 8257
427 I Can Only Sing [8] 2010.01.28 이한중*65 2010.01.28 7189
426 눈은 내리네 [5] 2010.02.02 이한중*65 2010.02.02 8007
425 [시해설] 김영랑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5] 2010.03.05 김원호#63 2010.03.05 8244
424 [시해설] 정지용 : 春雪 [2] 2010.03.10 김원호#63 2010.03.10 10126
423 봄비는 오는데 [5] 2010.03.13 이한중*65 2010.03.13 7205
422 [시해설] 변영로 : 봄비 [2] 2010.03.16 김원호#63 2010.03.16 9075
421 [시해설] 노천명 : 푸른 오월 [1] 2010.04.30 김원호#65 2010.04.30 8088
420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 이해인 [6] 2010.05.08 황규정*65 2010.05.08 8353
419 ONCE AGAIN - 이한중 [4] 2010.05.23 이한중*65 2010.05.23 8225
418 A Moment of Fullness [2] 2010.06.04 이한중*65 2010.06.04 7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