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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시해설] 김영랑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2010.03.06 00:53

김원호#63 Views:8167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김영랑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가치
      풀아래 우슴짓는 샘물가치
      내마음 고요히 고흔봄 길우에
      오날하로 하날을 
      우러르고십다.

      새악시볼에 떠오는 붓그럼가치 
      시(詩)의가슴을 
      살프시 젓는 물결가치 
      보드레한 에메랄드 얄게 흐르는 
      실비단 하날을 바라보고 십다.




집필 의도 및 감상

김영랑은 언어의 마술사이고, 보석을 깎고 다듬는 세공사(細工師)처럼 언어를 조탁(彫琢)하는 시인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그의 순수시가 음악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도 정평(定評)이 나 있다.

따라서 그의 시를 분석할 때는 표준어로 바꾸지 말고 원문 그대로의 표기로 분석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이 시를 원문 표기 그대로 제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시는 두 개의 연으로 구성되어 밝고 맑은 봄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심정을 각각 노래하고 있다.

김영랑의 다른 시와는 달리 이 시에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현실에 대한 어두운 인식이나 슬픔 등의 정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 시는 의미 중심의 시가 아니라, 언어가 갖고 있는 음악성을 최대로 살려 ‘봄’이란 계절의 특성을 저절로 느끼게 한다.

우리말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이 시를 원문대로 낭독해 주고 어느 계절을 노래했는가를 물어본다면, 해답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또한 이 시는 ‘시(詩)’라는 한자어 하나와 ‘에메랄드’라는 외래어 하나를 제외하고 순우리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ㄴ, ㄹ, ㅁ, ㅇ’의 유성음과 양성모음의 활용, 두운(頭韻), 요운(腰韻), 각운(脚韻) 및 3음보의 율격 등 언어 본연의 미감(美感)을 사용하여 봄의 분위기와 속성을 기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이와 같은 봄날에 하늘과 지상의 교감(交感)과 조응(照應)을 바탕으로, 봄길 위에 서서 아름다운 봄 하늘의 질서를 동경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어로 씌어진 시 가운데 음악성의 활용이 이 시를 능가하는 시는 없다고 보겠다. 따라서 김영랑의 ‘순수시’ 가운데 이 시야말로 ‘순수시’를 대표하는 시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 이해 항목

주제 : 봄날에 대한 느낌과 봄 하늘에 대한 동경.
갈래 : 순수시, 유미시(唯美詩).
성격 : 탐미적, 감각적, 관조적, 음악적.
운율 : 1) 변형된 3음보의 율격.  2) 두운, 요운, 각운의 사용.
어조 : 섬세한 여성적 어조.
심상의 종류 : 시각적 심상.
표현의 특징 : 직유법, 의인법.

단락 구성 :

    제1연 ㅡ 천상과 지상의 조화의 심정으로 봄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제2연 ㅡ 순수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심정으로 봄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참고 : 음악성의 언어를 조탁(彫琢)한 김영랑의 시는 원시(原詩) 그대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 시의 분석은 원문 그대로 분석하였음을 밝혀 둔다. 이 시의 원시는 위와 같다.

   출전 : <시문학> 3호. (1931.)

시어 및 구절 풀이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가치 / 풀아래 우슴짓는 샘물가치 ㅡ 봄날 천상과 지상의 모든 질서가 서로 교감(交感)하고 조응(照應)하여 조화의 세계를 이룬다. 따스한 봄 햇발은 돌담을 비추고 새로 돋은 풀 아래에는 샘물이 소리 내며 흘러간다. 소리없이 돌담을 비추는 햇발을 ‘소색이는’이란 표현을 통해 마치 천상이 지상에 이야기하는 것 같은 상태로 나타내고 있다. 이것을 표준어로 바꾸어 ‘속삭이는’으로 표기하는 것은 의미는 같을지 몰라도 ‘소리’가 개입하여 뉘앙스가 달라진다.

‘돌담’은 ‘흙’의 이미지, ‘햇발’은 ‘불’의 이미지, ‘샘물’은 ‘물’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바슐라르의 4원소에 의한 이미지 분석 이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흙’, ‘불’, ‘물’이 어울려 생명을 생성시키는 조건이 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이 화합하여  ‘봄’이란 생명의 계절임을 조성하고 있다. 한편 제1행과 제2행은 형태상 대응 구조를 이루고 있다. ‘돌’과 ‘풀’은 두운으로, ‘소색이는’과 ‘우슴짓는’은 요운으로, ‘햇발가치’와 ‘샘물가치’는 각운으로 운율상 대응된다.

내마음 고요히 고흔봄 길우에 / 오날하로 하날을 우러르고십다 ㅡ ‘봄’이란 계절은 모든 것이 상승하고,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들판에는 아지랑이가 아롱거리고, 겨우내 얼어 붙었던 얼음이 녹아 도랑물을 이루어 흘러간다. 새싹이 움트고 땅속에 숨어 있던 풀잎들이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봄을 맞이한 사람들의 마음도 들뜨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봄날의 생동하는 자연의 모습과 상황을 이 시는 음악성과 언어의 미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고요히’, ‘고흔’, 하로’, ‘하날’의 ‘ㅎ’음은 가벼운 느낌을, ‘고요히’, ‘고흔봄’, ‘오날’, ‘하로’, ‘하날’의 양성모음의 사용은 밝고 명랑한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은 ‘ㅎ’음과 양성모음의 사용은 만물이 상승하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오날하로 하날을 우러르고십다’에는 ‘ㄹ’음을 6번이나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만물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유동감(流動感)의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시적 화자가 밝고 명랑한 봄의 분위기 속에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는 것은 시적 화자가 놓인 현실이 어둡고 우울한 상황임을 역설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새악시볼에 떠오는 붓그럼가치 / 시(詩)의가슴을 살프시 젓는 물결가치 ㅡ 김영랑이 지향하는 ‘순수시’의 성격이 이 구절을 통해 밝혀져 있다. 그가 노래하는 것은 외부 세계가 아니라, 내면에 있는 ‘내 마음’이다. ‘새악시볼에 떠오는 붓그럼’을 통해, ‘순수’를, ‘시(詩)의가슴을 살프시 젓는 물결’을 통해 ‘서정의 물줄기’를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시 <끝없이 강물이 흐르네>와 <내 마음을 아실 이> 등이 모두 ‘내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에메랄드(emerald) ㅡ 짙은 녹색을 띤 보석.

보드레한 에메랄드 얄게 흐르는 / 실비단 하날을 바라보고 십다 ㅡ ‘보드레한 에메랄드 얄게 흐르는’은 ‘ㄷ’과 ‘ㄹ’음을 중첩하여 맑고 깨끗한 시냇물이 흐르는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보드레한’, ‘흐르는’, ‘실비단’의 ‘ㄴ’음은 여운과 부드러운 느낌을 만들어 주고 있다.
봄 하늘의 색깔이 녹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화가 ‘고흐(Vincent van Gogh)’의 그림을 보면, 그는 봄 하늘과 봄 강물을 전부 녹색으로 칠하고 있다. 생명의 계절인 ‘봄’을 색깔로 말하면 녹색이라고 말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영랑도 봄 하늘을 ‘보드레한 에메랄드’가 얇게 흐른다라고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부드러운 봄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소망을 나타낸 것은 시적 화자가 속한 현실이 거칠고 험악한 상황 속에 놓여 있음을 암시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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