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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s Fleeing Pyongyang braving the icy waters of the Taedong River.
                   Photographed: December 10, 1950. Bettmann Collection/CORBIS



      오 대니 보이

                                                            김원호

      용산역에는 하루종일 눈이 내렸다.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도
      성가대의 찬양도 캐롤 송도 들리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이 곳에 온 지도 벌써 이틀
      열차는 움직일 줄 몰랐다.
      사람들은 짐 보따리를 메고 지고 우왕좌왕할 뿐
      기관차에서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와 수증기처럼
      어느 기차가 떠날 거라는 소문만 무성했다.

      열차에도, 화물차 지붕 꼭대기에도
      사람들로 가득 차고
      가끔 탱크와 야포를 실은 군용열차만이 남쪽으로 움직였다.
      먼 데서 들리는 포성 소리가 금방 덮칠 것 같았다.


      열차 지붕 꼭대기에서 떨어질까봐
      온 식구가 서로 끈으로 묶고
      이불을 푹 뒤집어 쓴 채
      눈보라와 함께 기차는 남(南)으로 남으로 달렸다.

      어쩌다 기차가 한 번 서면 몇 시간, 며칠을 움직일 줄 몰랐다.
      주변엔 김밥, 주먹밥 장수가 들끓고
      냄비에 밥을 짓고, 밤새 얼어죽은 시체를 파묻느라고 떠들썩했다.
      열차 주변은 금방 지린내로 덮이고
      아무 데나 용변 본다고 누구 하나 욕하는 이도 없었다.

      대전 지나, 추풍령 고개를 넘어 김천, 대구를 지나며
      열차에 탄 사람 수는 눈에 띠게 줄었다.
      시퍼렇게 얼어붙었던 표정엔 화색이 돌고
      곧 도착할 부산 사투리를 흉내내며 까르르 웃기도 했다.

      그때 어떤 국민학교 학생이 부른 ‘오 대니 보이’.
      삼랑진역에서 본 푸른 겨울 보리와 함께
      50여 년 전 그 노래 소리가 아직도 내 귓전에 울린다.


      시집 <광화문에 내리는 눈은>에서



              Photographed: December 25, 1950, Hulton-Deutsch Collection/CORBIS

 

 




Danny Boy by Eva Cassi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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