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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덤덤히 살겠노라

2010.12.31 10:10

이한중*65 Views:8646



덤덤히 살겠노라 - 이한중



        그저 덤덤히 살겠노라.
        또 한해는 가고,
        또 한해는 오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한해는 가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한해는 오고,
        그렇게 칠십년,
        이 신의 전당, 내 몸둥이,
        조그마한 우주,
        나는 빤히 들여다 본다.
        나의 어머니, 이지구,
        내 걸음걸이 느리게,
        지긋이, 이 늙어가는 몸,
        끌어다녀,
        무엇인가 나로하여금
        아침 저녁 상기시켜
        깨닫게 하는구나.

        그저 덤덤히 살아 가겠노라.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 어디를 거쳐
        무엇을 했고,
        내가 어떻게 내 사람을 만나,
        어떻게 애들을 기르고,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등등은
        지나간 시간속에 간직해 놓고,
        이젠, 그분과 나,
        이젠, 그분과 나의 매일할일들,
        이젠, 그분과 내 사이에 침묵,
        이젠, 내 사람과 나,
        한 소년과 한 소녀,
        한 할아버지와 한 할머니,
        나의 우주는 간단해졌노라.
        아무런 질문도 필요없고,
        아무런 대답도 필요없이,
        그저 덤덤히 살면 되느니라.

        그렇게 덤덤히 살아오고,
        살다보면,
        분명히 저 태양은 아침에 뜨고,
        분명히 저 보름달은 찾아오고,
        분명히 저별들, 저 은하수,
        저 별똥들, 저 갤럭씨들
        여전한데,
        어느새 나의 DNA,
        내가 부모님, 조상들로 부터
        물려받은 그 씨는
        내 세자식들, 다섯 손주들에게
        물려 준지 오래 되었거늘,
        혹시 누가 알일이요?
        덤덤한 하루하루에서
        웃음들이 있고
        기뻐할일들,
        울어야 할일들 있을지.
        분명코 그러하리다.
        분명코 나는
        오직 덤덤히 그러리다.
        덤덤히 웃고,
        덤덤히 기뻐하고,
        덤덤히 울겠아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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