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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2011.03.13 19:17

이기우*71문리대 Views:9101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金素月) -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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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애창하는 시 중의 하나인
김소월(金素月)님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의 전문입니다.
봄이나 여름 보다는 가을밤에 달을 더 많이 보듯이
우리네 인생에서도 더 자주 더 오래 달을 쳐다보게 되는 시절이 있나봅니다.

월인천강(月印千江)이라는 말이 있지요.
달은 하나지만 천개의 강을 비춘다는,
불법(佛法)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이 두루두루 비친다는 그런 언저리의 말이겠지요.
나라의 정책이나 정치 행태가 가진 사람들이나 힘 센 사람들만이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고루고루 그 혜택이 미칠 수 있게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을 보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느 달밤. 한 학자가 불경을 들고 육조(六祖) 혜능 선사를 찾아와 풀이를 부탁했다지요.
나무꾼 출신으로 까막눈이었던 선사가
글을 모르니 그대가 읽어주면 풀이해 주겠다고 했답니다.
글도 모르는 이가 무슨 풀이를 하겠냐고 버럭 화를 내는 그 학자에게
선사가 말없이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가리키자
그 사람은 달은 보지 못하고 선사의 손가락만 보았다는,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유명한 일화가 있지요.

우리 속담에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보름달이 차오를 때는 그 속에 이미 그믐달의 때가 예비 되어 있다는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말로
서양에는 ‘밀물이 가면 썰물이 온다(A flow will have an ebb)'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들은 세월을 ’시간과 조수(潮水)‘, time and tide라고 하지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물과 권력 그리고 젊음의 시간까지도
언젠가는 썰물처럼 가뭇없이 사라져 갈 것입니다.
그 때를 대비해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를 경계하고 끊임없이 살피고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달을 쳐다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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