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8 10:10
가을 나기 / 채희문
한없이 쓸쓸해지라 하네 혼자서 시간을 가지라 하네 조용히 자신을 가다듬으며 아름다운 마지막 성숙의 고통을 차분히 받아 들이라 하네 가을은 그처럼 아쉬움도 미련도 다 접어놓고 맑게 비운 저 하늘처럼 높고 깊어지라 하네 다시금 그렇게 멀리 떠나는 길에 서라 하네. ------- 소슬비 / 채희문가을비엔 우수수 지는 나무잎엔 이처럼 속절없이 가을은 가지만 |
2014.10.08 10:31
2014.10.09 14:07
가을 바이러스 / 채희문
왠지 떠나고 싶은 나날
왠지 걷고 싶은
낙엽 쌓인 옛길
왠지 찾고 싶은 바닷가 그 찻집
왠지 듣고 싶은 추억의 그 노래
왠지 보고 싶은 그리운 그 얼굴
왠지 쓰고 싶은 눈물젖은
긴 편지
아, 그 토록 그지없이 쓸쓸한
가을이 오면 왠지 .......
2014.10.09 14:32
2014.10.12 22:03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이 시는 Rhythm이 있군요.
요즘 운률없이 줄 글 같은 시도 적지 않지요.
그보다 내용이 더욱 좋습니다.
그런데 이선생님부부같이 못 갈 곳이 없는 분들로부터는 그 절박감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나의 소년시절로 돌아가보면 정말 떠나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부산 영주동 피란교사실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에는 큰 LSD(수송선)이 정착하다시피 항상 있어서,
정처없이 저 배타고 어디론가 가고 싶었던 날도 많았고,
또 보수동사거리에 세들었던 초가집에서 나와 서대신동 고모댁으로 갈 때
맞은 편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중간에 반원형으로 잘라서 만든 차도가 보이는데
그리로 Truck과 Bus가 주로 다니던게 기억납니다.
나도 버스타고 저리로 끝없이 가고 싶었지요.
이제는 운전을 전처럼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지 다니고 싶은 생각이 줄어듭니다.
좋은 가을 날 즐기세요.
2014.10.13 07:18
위의 시 두편은 2014년 출판된 채희문 시인의 시집, "소슬비", 에서 가져온것입니다.
이 시인의 작품들은 얼마전에 우리 홈피에 소개 된바 있습니다.
"시나브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