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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어머니 생각

2015.01.12 00:44

정관호*63 Views:1850

연꽃


      어머니 생각

      오늘도 서울 길 걷노라면,
      문득 문득 떠오르는 어머니 생각.

      어릴 땐 어머니 없이 못 살건만 같았고,
      어느 땐가 나도 빨리 장가들어
      어머니 부엌일 대신할 색시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

      몸뻬 입고 다니시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 가신 지 어언 십여 년,
      어머니 사시던 일이 꿈결 같고 나.


      후기


      2004년 10월 23일 토요일 대한내과학회 참석 후
      그랜드 호텔을 나와 홍제전철역으로
      낙엽이 구르는 길을 걷노라니, 항상 그렇듯이
      어머니 생각이 또 다시 떠오른다. 그날 저녁
      숙소에 돌아와서 평생 처음으로 생각나는 대로 시를 썼다.

      회고컨대 광업진흥 사택 시절 내가 국민학교 2, 3학년이었던
      어느 날 어머니는 낮잠을 주무시고 나는 어머니 옆에서
      무얼 하고 있다가 별안간 어머니 얼굴을 보고 언젠가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 나는 어찌할 줄 몰랐다.
      어머니 안 계시면 나는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에 골몰하였다.

      오랜 세월 후 정릉 집에서 대학 시절 중 어느 날 어머니가
      감기 드신 채로 기침을 쿨룩하시면서 부엌에서 밥을 지으실 때
      불현듯 어머니의 부엌일을 대신해서 밥 지을
      아내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 생각은 모두 다급한 마음으로 일어났고,
      나는 마음속으로 어쩔 줄 몰랐다. 그러면서도 이 불초자는
      어머니 대신 밥을 짓거나 반찬을 만들 줄도 몰랐다.
      기껏해야 장마 때 물에 잠기던 작은 돌다리 건너편에
      있었던 우물에서 물을 바께쓰로 길어오던 정도의 일 빼고는
      별로 어머니를 도와 드린 일이 없었다. 기억에 떠오르는
      어머니는 몸뻬 입고 왔다 갔다 하셨던 모습이다.
      몸뻬 입으셨던 모습이 안쓰러워 보여도 돈 벌어 좋은 옷을
      마련해 드리겠다는 생각조차 든 적도 없었던 무능력자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머니와 살았던 날이 너무나 소중하다.
      현실이기에 너무나 귀중하다.
      너무나 소중하기에 너무나 귀중하기에 꿈결과 같다.

      글자 풀이

      몸뻬(もんぺ): 외래 일본어로 한글 자전에 없으나 많이 들 입었다.
      색은 회색이나 국방색이고 값싼 천으로 만든 통바지로서 허리끈대신
      고무줄을 안에 끼워서 자동으로 허리띠가 되게 하였다. 물론 어머니가
      손수 지어서 입은 바지이며 늘 집에서 입으셨다.

      바께쓰(バケツ): 영어로 Bucket. 한 손으로 들 수 있도록
      손잡이를 단 통. ‘들통’, ‘양동이’로 순화.

불초자 춘호가 올림니다. 어머니

다음에 몇 장 안되는 어머니 사진이다.

어머니 십세때 외가후문에서



외가 돌담



어머니와 네 누나


Kwan Ho Chung – January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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