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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다스』

사라트챤드라 챠토파드히아이(원저)

스리자타 구하(영역)

박종한(한국어역)

문학나무/ 2009. 7./ 10,000원

우리의 멋쟁이 경북중고등 47회 동기 박종한 인형(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이 또 한번 사고를 쳤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그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느닷없이 (관심없이 결과만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늘 그렇게 보인다) 의학박사에 덧붙여 영남대학교에서 가로늦게 사회학박사 학위를 받아 주위를 놀라게 하더니, (잘 아는 선배교수에게 들은 이야기로 결코 대충해서 얼버무려 딴 학위가 아니었단다)

이번에는 뚱딴지같이 인도의 천년 사랑을 울린 연애소설 하나를 번역했다.   

암벽등산을 즐겨하고 한국산악회(대한산악회인지 정확하지 않다) 전국부회장을 맡고있는 그는 언제나 새로운 암벽을 사서(결코 실제에서 맞닥드려서가 아니라) 도전한다.

다음엔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늘 걱정스러우면서 기대된다.

역자의 말대로 '이순을 지난 가슴에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다니...'신기할 따름이다. 
소설 <데브다스>의 줄거리는 이 소설 말미에 붙여둔 영역자 스리자타 구하가 잘 요약하여 두고 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어린 시절 연인이었던 파르바티가 결혼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부모의 반대를 이겨 낼 수가 없어서 그녀의 청을 거절한다. 그 후 편지에서는 자기도 그녀와 결혼할 의사가 없노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편지를 부치고 나서 실은 자기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급히 쫓아가서 결혼해달라고 부탁하지만 그 때 이미 파르바티는 다른 곳으로 정혼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파르바티가 거절한다. 가슴이 찢어지는 데브다스는 술에 탐닉하고 파멸을 향해 질주한다. 친구인 주닐랄을 통해서 무희 챤드라무키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데브다스는 챤드라무키를 부양하기 위해서 찾아오긴 하지만 파르바티를 잊지 못한다. 건강이 나빠져 캘거타를 떠날 때도 챤드라무키를 데리고 가진 않는다. 그가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한 일은 죽기 전에 파르바티의 집으로 가서 그녀를 한 번 보는 것, 그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밤중에 도착했고, 그때는 이미 정신을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서 죽어갔다. 그녀를 만나지 못한 채.>>

이 소설 <데브다스>가 수많은 인도의 사람들을 울리고 감동을 주었던 것은 영역자 스리자타의 말대로 '다른 어떤 것보다도 페이소스를 지극하기 때문'이고,  "그가 하는 말은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상처받은 인생의 변덕스러움,잔혹함,요령부득인데, 결국 이것때문에 성공한다"고 지적한 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우리는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자신이 원래 의도하였던 방향과 달리 엉뚱하게 흘러가버리는지 경험할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짐도 마찬가지다.

어린시절 철모르고 사귀었던 소꿉놀이같은 사랑이 진짜 사랑인지 모르겠지만(따지고보면 아무런 계산도 없이 순수하게 사랑한 그것이 어쩌면 진짜 사랑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좋아하면서도 사소한 여건 때문에 속내와는 다르게 표현해 버리고 서로에게 상채기를 내면서 헤어지고, 애틋하게 그리워 다시 만나려고 할 때는 이미 모든 사정은 바뀌어져 버렸고...., 이러한 부조리와 모순 속에 사는 우리는 소설 속의 주인공 데브다스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데서 공감대가 형성된다.

데브다스의 연인 파르바티가 자신을 떠날 때 데브다스는 이렇게 말한다.

"... 이리 와. 너무 예쁜 네 얼굴에 흉을 만들어 줄 테다."

데브다스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파르바티의 이마 옆쪽에 조그마한 상처를 남기려고 낚싯대를 휘둘렀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

(중략)

"파로야, 부끄럽지도 않니, 그만울어. 네가 우리의 마지막 만남을 잊지 않도록 조그만 생채기 하나 냈을 뿐이야. 거울을 볼 때마다 생채기 난 얼굴을 볼 거 아냐? 그렇잖니?"

이 아픈 상채기는 그리움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더 애잔한 사랑으로 변한다. 네 명의 주인공 즉 데브다스, 파르바티, 챤드라무키, 주닐랄은 모두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사람들이다. 첫사랑 파르바티를 끝내 잊지 못하고 그리워 하던 데브다스가 술에 찌들려 몸을 망치고 병든 몸으로 파르바티에게 찾아가는 다음과 같은 마지막 부분은 참으로 처절하다.

"내가 이틀은 살 수 있을까?"

그렇지만 그는 파로에게 가야만 했다. 그녀에게 저질렀던 여러 가지 못된 행동이나 잘못들이 마음에 떠올랐다.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남은 시간이 충분치 않으니 그게 문제였다.

(중략)

새벽의 첫 햇살이 하늘에 떠올랐다. 자만다르의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이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한 사내가 숄을 덮고 값비싼 신발을 신고 손가락에는 반지를 끼고 나무 밑에 누워 죽어가고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여러 사람들이 주위에 몰려들었다. 브후반 씨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사람을 보내 의사를 데려왔다. 데브다스는 찾아온 사람들을 한 사람씩 차례대로 훑어보았으나 말은 없었다. 눈물만 양볼을 타고 흘러내릴 뿐, 그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마부가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짧게 말했다.

"마지막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의사가 선언했다.

"불쌍한 영혼이군."

(중략)

이렇게 죽어간 사람이 데브다스인 것을 나중에 알게된 파르바티가 데브다스에게 달려가려고 했을 때 그녀의 가족들은 한사코 말렸다.

그러자 하인과 하녀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파르바티를 말렸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사람들이 그녀를 집으로 옮겼다. 그녀는 이튿날 아침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딱 한 번 하녀를 불러 물어보았다.

"그이가 밤에 왔었어. 그렇지? 밤새도록....."

그리고 그녀는 다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 죽음을 피할 수야 없지만 적어도 마지막 순간만은 사랑하는 이들의 손길로 눈을 감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죽는 이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 자기를 위해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기억을 간직한 채 죽어가야 합니다.

이 말은 진짜 가슴속에 찡하게 울려온다. 여러 친구들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박종한 인형 수고했소. 언제 소주나 한 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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